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을 노둣길로 18km 연결 천혜의 갯벌 어울려 걷기에 환상적… 자전거 타고 즐길 수도 있어
배가 섬에 접근하는 순간 그리스 산토리니섬에서 봤음직한 조형물 같은 건축물이 눈에 쏙 들어온다. 파란색 돔형 지붕의 조그만 건축물이 방파제 끝, 바다를 향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빨리 그곳으로 가고 싶다. 무슨 건물인지 확인하고 싶다.
배는 병풍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돔 지붕의 건축물은 바로 옆 섬 방파제 끝에 있다. 저만치 보인다. 거기까지 걸었다. 얼마 걸리지 않는다. 정말 산토리니섬에서 봤던 건축물과 똑 같다. 단지 규모가 작을 뿐이다. 바다 한가운데로 뻗은 방파제 끝에 있다. 바다라고는 하지만 주변은 전부 갯벌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밀물 때에만 바닷물에 잠기는 그런 갯벌이다. 평소에는 드넓은 갯벌이 바다생물의 자양분을 풍족히 만들어 낸다.
병풍도는 매년 맨드라미 축제가 열리는 섬이다. 병풍도에서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으로 노둣길이 이어진다. 섬과 섬을 잇는 노둣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18km에 달한다. 노두는 나루터나 징검다리를 의미하는 전라도 방언으로 5개의 조그만 섬을 연결하는, 순수하게 사람의 손으로 만든 깊은 정서를 자아내는 그런 다리다. 징검다리보다는 조금 크고 튼튼하지만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밀물이 들어올 때는 바닷물에 잠긴다.
제1호 슬로시티 증도까지는 연육교가 생겨 차로 들어갈 수 있지만 바로 그 옆 병풍도는 증도에서 배로 불과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배편이 하루 한 차례밖에 운항 안 한다. 아직 사람들 손때가 전혀 묻지 않은 천혜의 자연이 살아 있는 섬이다. 병풍도에서 대기점도까지 한적한 바닷길을 걸어서 간다. 전혀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한적한 섬에 옛날 손길 그대로 남아 있는 노두를 보는 순간 깊은 정취를 자아낸다. 길 이름도 노둣길 그대로 살렸다. 거기에 ‘기적의 12사도 순례길’을 조성했다.
배에서 봤던 대기점도의 돔 지붕 그 건축물이 ‘기적의 12사도 순례길’ 첫 출발지 베드로의 집이다. 전라남도는 관광객들이 다도해의 많은 섬에서 힐링을 즐길 수 있도록 ‘슬로라이프, 가고 싶은 섬’ 사업일환으로 걷는 길을 한창 조성 중이다. ‘12사도 순례길’은 올 1월 말 2월 초쯤 완공 예정이다. 그 길을 미리 다녀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환상적이고,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고, 걷고 싶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 길이다.
병풍도까지 가는 배는 증도에서 하루 한 차례, 압해도에서 하루 네 차례 왕복운항한다. 병풍도는 병풍처럼 생긴 바위라 해서 병암도屛巖島로 불리다가 일제 강점기에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병풍바위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신선이 이곳 멀리 바다까지 와서 살다가, 그 신선이 병풍도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도 전한다. 병풍도에서 매년 10월 전후 맨드라미축제를 연다. 박우량 군수의 ‘1섬1꽃’ 가꾸기 ‘신안 플로피어flowpia’ 사업 일환이다.
이정표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
병풍도에서 걸어 대기점도 ‘기적의 12사도 순례길’ 첫 출발지 앞에 섰다. 방파제 끝에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을 생각을 했는지. 걷기 방문객은 유혹 당할 수밖에 없다. 1사도 ‘베드로의집’은 돔 지붕과 흰색 외벽 옆에 화장실까지 있다. 산토리니에서 그렇듯이 바다와 잘 어울리는 색감이다. 순례길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도 있다. 900m 가면 안드레아의집이 나온다는 이정표도 눈에 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2사도 ‘안드레아의집’으로 향한다. 바다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마침 안드레아의집 건축 이원석 작가가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전부 교회 양식인줄 알았는데 이건 이슬람 양식이다. 섬 주민들의 무사 기원을 담아 건축했다고 설명한다. 전통과 서구의 융합식 건축물이다.
3사도 ‘야고보의집’으로 가는 길은 600m 앞에 있다. 언덕 위에 흰색 외벽과 분홍색 문으로 아담하게 단장한 야고보의집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스식 기둥이 지붕 양쪽을 떠받쳐 안정감을 준다.
4사도 요한의집에도 마침 박영균 작가가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이다. 그는 “다른 건축물은 전부 바다로만 향하고 있지만 요한의집은 뒤쪽 산도 동시에 볼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안에 들어가 뒤쪽을 보니 마침 무덤을 손보고 있는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섬에서 가장 금슬이 좋았다는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신 뒤 항상 할머니가 무덤 주변을 청소하고 무덤을 바라보며 밭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감동적이다.
5사도 필립의집까지는 600m거리다. 노둣길 바로 앞에 있다. 필립의집은 모양새부터 눈길을 끈다.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다. 적벽돌과 갯돌, 적삼목을 덧댄 유려한 지붕곡선과 물고기 모형이 특징이다.
6사도 바르톨로메오의집까지는 400m. 기점도 호수 위에 그림처럼 떠 있는 건축미술을 한창 조성 중이다. 목조와 통유리로 자연을 흡수하는 우아한 형태로 건축 예정이란다.
7사도 토마스의집은 12사도 순례길에 있는 유일한 게스트하우스 뒤편에 있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사각형의 흰색 건축물이다. 별들이 내려와 박힌 듯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8사도 마태오의집까지는 300m. 노둣길 중간 갯벌 위에 러시아 정교회같이 조성돼 있다. 황금색 양파형 지붕 세 개가 솟아 있다.
9사도 작은야고보의집까지는 1.2km로 조금 멀다. 하지만 갯벌과 바다를 바라보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어느새 와 있다. 장 미셸이란 프랑스 작가가 건축했다. 오히려 건축물의 곡선처리가 동양적이다. 물고기 모형으로 처리한 스탠드글라스가 눈길을 끈다.
10사도 유다의집은 노둣길을 건너면 바로 나온다.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럿 있는 건축물이 특징적이다.
11사도 시몬의집까지는 600m.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문이 없는 건축물로 조성해 시원한 바람이 그대로 관통한다. 바다와 한 몸이 된 듯하다.
12사도 순례길의 하이라이트는 작은 외딴섬에 있는 가룟유다의집. 솔밭 사이로 난 모래밭 길을 따라 운치 있게 걷는다. 바닷물을 곁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 더욱이 몽생미셸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 둥근 첨탑이 눈길을 확 끌어당긴다.
방문자들은 어느 건축물에 들어가더라도 자유롭게 기도와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이게 걷는 길에서 얻는 진정한 힐링이다. 걷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꼭 가보고 싶은 섬, 그곳에 있는 12사도 순례길이다.
첫댓글 40번좌석 창원역 이기성 신청합니다
예ㅡ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