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포천 국망봉, 견치봉에 도전했다가 신로봉에 만족해야 했다.

[雲峰]

<2020년 2월 2일>

지난 2018년 첫 번째 국망봉 산행 시 코스 실패를 경험 삼아 '(포천)이동면 사무소 → 장암저수지 -(2.5km)→ 신로령 -(2.2km)→ 국망봉 -(1.1km)→ 개이빨산 -(1.5km)→ 임도 -(1.2km)→ 임도 -(0.7km)→ 용수목(가평)'의 9.2km, 5시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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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로봉]

[국망봉]

국망봉[國望峰]

높이: 1,167.2m

위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가평군 북면 적목

경기 포천시 이동면과 가평군 북면 접경에 있는 국망봉은 주 능선의 길이만도 15㎞에 이르는 경기도 내의 제３고봉으로 암봉이 거의 없는 육산으로 해발 1,168m나 되기 때문에 산행이 쉽지만은 않은 산이다. 국망봉을 오르내리는 데는 최소한 5시간이 소요된다.

육중한 신세에 고산의 면모를 고루 갖추어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웅장한 맛을 느낄 수 있고, 특히 겨울철에는 많은 적설량과 함께 주 능선 일대의 설화와 상고대를 흔히 볼 수 있지만, 최근에 2번이나 길을 잃고 조난하여 사망하는 등 겨울 산행에는 초보자는 유의하여야 한다.

국망봉은 산세가 웅장해서 겨울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에 드넓게 자리 잡은 국망봉의 주 능선은 정상까지 ５개 봉으로 형성되어 있어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의 묘미를 더해준다. - 한국의 산하

경자년 첫 정기산행으로 폭설이 내리는 백두대간 선자령을 다녀왔다!

격변의 2019년을 보내고 2020년 등산방 주요 변경 사항 중 하나가 일요 정기산행이 매월 3주 차에서 1주 차로 바뀐 거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여기에 쓸 내용은 아니고. 그리고 내 생각은 좀 다르지만, 가능하면 근교 산행을 하기로 했다. 의견이 다른 부분은 일요산행을 만든 이유가 토요일에 시간이 안 되는 산꾼을 위해 만든 건데, 그 산꾼 또한 원교 산행을 하고 싶어 할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어쨌든 지금이 2월이니 1월에 일요 정기산행을 해야 했지만, 신년으로 바쁘고 준비가 되지 못해 3주 차 일요일에 정기산행을 겸해 선자령[산행기]을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2월 2일 진행하는 국망봉 산행이 2020 경자년 첫 일요 정기산행이다.

국망봉은 2018년 3월 31일 국망봉에서 시작해 강씨봉까지 18km를 달리는 산행[산행기] 시 시작 봉우리였다. 당시 초행의 산이라 산행기와 막연한 감에 의해 오르다 보니 애초 계획한 코스가 아니라 산꾼도 거의 가지 않는 심마니 코스로 국망봉에 올랐었다. 이번에 다시 오르니 2년이 조금 넘어 두 번째 오르는 봉우리다. 물론 이번은 지난 초행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계획했던 코스대로 국망봉에 오를 예정이다. 내가 선뜩 국망봉 산행에 동의했던 이유도 애초 계획했던 코스에 있는 신로령을 보고 싶은 것도 있다. 지난번과는 달리 강씨봉까지 달리지 않고 견치봉을 지나 가평이나, 이동 쪽으로 하산한다. 공지는 가평으로 하산하는 거로 했지만, 그날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론 가보지 않은 가평 쪽을 선호하지만, 교통편이나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이동 쪽이 편리하다.

태봉왕 궁예의 한이 서렸다는 국망봉 산행에는 기영, 서기, 창우, 나 넷이 같이하기로 했다. 애초 국망봉 산행에 동의했던 또 다른 이유는 설악산이 있는 강원도 영동지역의 경우 폭설로 등산로가 폐쇄되는 일도 있었지만, 그 외의 지역은 눈다운 눈을 구경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국망봉이 강원도와 가까운 경기도의 오지 포천, 가평 지역의 해발 1,000m가 넘는 산인 만큼 설경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넷이 가는 만큼 짐에 대한 부담이 없어 설경을 감상하며, 점심은 삼겹으로 시작해 라면으로 마칠 예정이다. 삼겹과 라면은 내가, 그에 어울리는 나머지 음료는 알아서 들고 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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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삼겹살과 김치 등이 든 디팩 포함 배낭을 싸서 언제든지 들고 갈 수 있도록 마당에 내놓았다. 그리고 산행 당일 다른 산행 일보다 1시간 늦게 기상해-동서울터미널에서 8시 10분 와수리행 버스를 탈 예정이라-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마당에 있던 배낭을 짊어지고 집을 나선 시각이 7시 2분이다. 그런데 배낭을 짊어지는 순간 묵직함에 놀랐다. 다른 산행 때와 비교해 추가된 거는 삼겹살 4인분, 라면 4개, 김치, 그리고 카메라 렌즈 정도다. 단순히 계산해도 3 kg는 늘었구먼! 불과 3 kg가 이렇게 큰 차이를 느끼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새로 산 렌즈를 테스트하며 마을버스를 기다려, 7시 6분에 도착한 마을버스로 불광역으로 이동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불광역까지 걸어갔는데, 요즘은 귀차니즘에 마을버스를 타고 간다. 귀차니즘에도 매주 꼬박꼬박 산에는 가는 스스로에 가끔 놀라기도 한다. 불광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 3가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동서울터미널로 가고 있는데, 산행 대장인 창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지막으로 명신이 합류해 총 5명이 이번 국망봉 산행을 같이한다고. 먼저 든 생각이 점심이었다. 말로는 4명분의 식사를 준비했지만, 6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라 문제 될 게 없었다. 고로 아무 문제 없이다. 대환영이다!

7시 59분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해 35번 승차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기영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기, 창우, 명신 순으로 도착해 버스에 탔고, 마지막으로 기영과 내가 탔다. 출발 예정 시각인 8시 10분 정각에 버스는 철원 와수리를 향해 출발했다. 우리의 목적지인 포천 이동은 그 길목에 위치한다. 9시 15분경 이동에 도착해 우리 다섯과 다른 등산팀 10여 명이 내렸다. 그리고 창우의 제안으로 2년 전 국망봉에 오르기 전 간단히 요기하기 위해 들렀던 식당[산행기]으로 갔다. 식당 문은 열려있었지만, 주인이 없어 이리저리 찾다가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냉장고에 있던 막걸리 두 병을 꺼내 마셨다. 그리고 식탁에 만원을 두고 나오려는 순간 주인장이 나타났다. 창우가 주인장과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은 후 식당을 나왔다. 그 순간이 이번 산행의 시작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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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7분 포천 이동 뼈 해장국집을 나서며 우리의 국망봉 산행이 시작되었다. 식당에서 사실상의 들머리인 생수 공장까지는 대략 2km 정도 된다. 도로는 국망봉 자연휴게소를 향해 뻗어 있어 전면에 신로령에서 견치봉에 이르는 한북정맥을 보고 걸어가는 코스라 날씨가 좋다면 그 웅장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안개가 잔뜩 껴 흐릿하게 보여 아쉬웠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1.7km를 걸어 10시 2분경 '수중궁갈비' 건너편에 도착했다. 애초 계획했던 코스인 자연휴양림을 지나 신로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 수중궁갈비를 우회해 가야 했지만, 우리는 직진했다. 직진하자 택지조성지가 나타나고 등산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택지조성지에서 밑을 보고서야 우리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쨌든 산꾼이 다닌 흔적이 있어 그 흔적을 따라 택지조성지를 벗어나 숲길에 들어섰다. 우리가 온 이 길은 신로령이 아니라 내가 궁금해하던 신로봉-한국의 산하에도 소개가 없는-으로 가는 길이었다. 신로봉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산행기를 다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던 바로 그 길이다. 해서 굳이 생수 공장 쪽으로 돌아가자고 하지 않고 길을 따라 계속 갔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애초 그 길은 우리가 직진했던 길을 따라 이어져 있었는데, 택지 조성으로 길을 깔아뭉개는 바람에 사라진 거였다. 그 과정에서 모든 등산지도에서 사라진 거로 보였다. 그런데 산꾼에게 알려진 거에 비해 길 상태는 아주 양호했고, 곳곳에 밧줄로 가이드를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300m나 500m 단위로 아주 잘 만들어진 이정표도 있었다. 길 상태나 이정표로 봐서는 많은 산꾼이 다녔을 거 같은데 이 길에 대한 소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미스터리다.

식당을 나서며 등산 앱을 가동할 때 힐끗 본 고도가 160 몇 미터였다. 이번 산행의 목표 국망봉이 1,168m 고로 최소 해발 1,000m를 올라가야 한다. 이 말인즉슨 길이 평탄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그리고 앞과 주변에 보이는 산세도 이를 대변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길은 밧줄을 잡지 않으면 올라가기가 힘들 정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와중에 낙엽까지 쌓여 밧줄이 없으면 오르는 거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앞에 봉우리가 나타났다. 올랐으면 내려가야 하는 게 진리. 신로봉(999m)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고 있었다. 와중에 산꾼의 체력은 바닥 났고.

우리가 신로봉을 향해 올라갈수록 왼쪽에서 우리에게 점점 거대하게 다가오는 가리산, 그 갈림길로 보이는 봉우리에 11시 10분경 도착했다. 그런데 가리산으로 향하는 길은 군 사격장에 의해 막혀있었다. 가리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해발 780m에 불과한 산이라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리고 850고지에 오르기 전까지 우리의 고도를 확인하는 기준에 불과했다. 이정표에 국망봉까지 거리는 나와 있었지만, 이정표가 있는 위치의 고도가 나오지 않아, (가리산의 해발 고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리산과 우리의 위치를 비교해 그 장소의 고도를 확인했다. 그래야 우리가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알 수 있고, 앞으로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예측이 가능했다. 그런데 점점 가까이 다가갈수록 해발 780m라는 높이보다 거대한 모습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특히 850고지에서 바라본 모습에 완전히 빠졌다.

왼편의 가리산이 변화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봉우리 몇 개를 넘어가자 오른쪽 밑으로 우리가 옆으로 지났어야 할 장암저수지가 보였다. 그리고 짙은 안개로 희미하게 보였던 국망봉이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해발 1,000m가 넘는 산답게 정상 부근에 흰 눈이 보여, 눈을 볼 수 없을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감은 없애주었다. 밧줄을 잡고 암벽을 오르내리며 계속 길을 가 11시 47분에 휴양림 갈림길에 도착했다. 휴양림에서 올라와 가리산으로 가는 최단 코스의 등산로다. 국망봉까지 남은 거리가 4.8km, 신로봉 정상까지는 2.6km, 가리산 정상은 아직 우러러봐야 하는 고도! 이 상황이라면 빨라야 1시가 좀 넘어 신로봉에 도착한다는 얘기다. 신로봉(999m)에서 국망봉(1,168m)까지의 2.2km는 쉽게 갈 수 있다고 해도 점심시간을 고려한다면 4시 가까운 시간에 국망봉에 도착한다. 고로 하산길은 야간산행이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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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7분 법정 가리산 갈림길인 850고지에 도착했다.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 국망봉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잠깐 휴식하며 주변 경관을 둘러보았다. 당연 780m대의 가리산은 우리 발밑에 있었다. 대략 1.3km 정도 떨어진 신로봉을 향해 다시 출발해 1시 29분에 신로봉 아래 300여 미터 전 암봉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신로봉의 본 모습을 처음 볼 수 있었는데, 내 예상과 달리 바위 봉우리였다. 신로봉 직전의 암릉을 따라가며 앞을 보니 저 멀리 군부대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화악산이 보였다. 3주 전 몽가북계를 달릴 때는[산행기], 화악산을 뒤에 두고 달렸다면, 이번에는 앞에 두고 가고 있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이 등산로가 등산객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신로봉 정상을 불과 100여 미터 남겨두고 다시 바위 봉우리 하나를 넘어야 했다. 암벽도 쉽지 않은데, 해발 700m 이후 그동안 내렸던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어 미끄럽기까지 했다. 특히 낙엽이 언 눈을 덮고 있어 바닥의 상태를 알 수 없어 위험했다. 신로봉은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반대편인 가평에서 올라오는 길이 완만해 한북정맥을 달리는 대간꾼이 가끔 신로봉에 들리기만 할 뿐 우리가 온 길을 이용하는 산꾼은 드물어 보였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산꾼보다는 군부대가 이용하는 거 같았다. 등산로가 아니라 군사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로봉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암릉을 따라가다가 신로봉 직전 참호를 보고 놀랐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시멘트 벙커가 신로봉을 둘러싸고 있었다. 2018년 국망봉에서 강씨봉까지 달릴 때[산행기] 속칭 삐삐 선을 따라 길이 난 걸 보고 이건 등산로가 아니라 군사로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가 따라서 온 길로 애초 군사로였던 걸 등산로로 같이 이용하는 거로 보였다. 위험한 구간이나 암벽 구간의 미세 플라스틱 풀풀 날리는 밧줄도 병력이 이동하기 위해 설치한 게 아닌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신로봉 50여 미터 전 지점에서 2시가 가까워졌으니 점심을 먹고 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사실 배도 아주 고팠다. 그런데 다섯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을 만한 공간이 없었다.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곳은 바람골이라 한겨울 찬 바람이 불어 자리 잡고 앉아 점심을 먹을 만한 환경이 못 되었다. 해서 더 좋은 자릴 찾기 위해 등산로를 따가 계속 가다 본의 아니게 신로봉 정상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2시 6분이다.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자 정상 100여 미터 아래로 점심 먹기 적당한 장소도 보였다. 해서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일행을 불러 인증을 남기고 주변 산세를 구경했다.

비록 해발 999m에 불과한 신로봉이지만, 주변에 그보다 높은 봉이 몇 개 되지 않아 모든 걸 조망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각자 주변 경관을 사진으로 남긴 후 정상을 떠나 2시 14분에 한북정맥 신로령에 도착했다. 사실 신로봉은 한북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한북정맥을 달리는 꾼도 의도하지 않는 이상 신로봉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신로봉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 않고. 정맥꾼에게는 신로봉이 아니라 신로령이 더 큰 의미가 있다. 어쨌든 장암리 기준 신로령까지 5.25km를 4시간이 걸려 올라왔다.

신로령에서 길은 네 갈래로 나누어졌다. 백운산에서 출발해 국망봉으로 향하는 한북정맥, 국망봉 자연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등산로, 우리가 온 장암리로 하산하는 길! 모든 고개가 그렇듯이 신로령 또한 교통의 요지다! 사거리에서 우리가 온 장암리로 하산하는 길은 신로봉을 거쳐 가야 하므로 언덕을 올라야 했다. 한북정맥은 그 언덕 아래로 백운산을 향해 달리고. 해서 정맥은 언덕이 바람을 막아주어 눈이 남아 있었다. 길이라 둘러앉기 적당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정맥답게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날 정도의 넓이는 돼, 불편하지만, 바람을 막아 주는 언덕 아래 정맥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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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의자를 펴고 앉아 가져온 먹거리를 꺼내 놓았다. 먼저 삼겹살을 굽는데, 문제는 고도가 높고 날이 추워 가스의 화력이 제 역활을 하지 못해 고기 굽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해서 작년까지만 해도 휘발유 버너를 살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어쨌든 고기를 구워 서기가 들고 온 금복주 오크젠의 안주로 한잔했다. 그런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다. 백운산 쪽에서 10여 명의 정맥꾼이 나타난 거다. 우리가 길을 막고 앉아 삼겹을 굽고 있었으니 문제였다. 해서 재빨리 일어나 길을 피해 주며 미안하다고 사죄했다. 당연히 산 사람들이 그렇듯이 "삼겹살 좋습니다!"하고 길을 갔다. 갑자기 출발지가 궁금해 어디서 왔는지 물었는데, 돌아온 답은 "일산!"이었다. 내가 궁금한 건 들머리였는데.

그 일행은 당연히 국망봉을 향해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로령에서 이정표를 확인하더니 우리가 거쳐 온 신로봉에 오르겠다고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삼겹을 다 먹고, 삼겹을 굽던 코펠에 물을 부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처음 의견이 3개만 끓이라고 해 3개 분량을 물을 넣고 끓이고 있었는데, 라면을 투여하기 직전 4개를 다 끓이자는 의견에 따라 4개를 투입했다. 3개 분량의 물에 4개의 스프와 라면을 넣었으니, 그 맛이야 뭐. 결국 짜다는 의견에 따라 물을 더 붓기는 했지만. 그렇게 라면을 먹고 있는데, 신로봉에 올랐던 정맥팀이 국망봉으로 향하지 않고 신로령에서 자연휴양림 쪽으로 하산했다. 나야 그쪽으로 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나머지 친구는 그 광경에 놀라며 우리도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하자고 했다. 라면 국물에 창우가 가져온 밥을 말아 먹으며 하산 시간과 방향에 관해 토론해 바로 휴양림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나야 팀원으로 참여한 거고 산행 대장인 창우가 결정할 일이었다.

3시가 넘은 시각에 국망봉으로 출발하면, 견치봉까지 간다는 처음 계획과는 달리 국망봉에서 2번 등산로로 하산해야 한다. 3시 30분경 신로령을 떠나면, 국망봉에 빨라야 4시 30분경 도착, 이후 하산길을 고려하면 위험한 야간산행이 불가피하다. 이미 그 사실을 신로령 도착 전에 알았고, 국망봉과 견치봉을 목표로 왔지만, 신로봉과 정암리에서 출발하는 코스에 대단히 만족한 상태라 일행이 하산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내가 휴양림으로 내려가자고 할 예정이었다. 어쨌든 언덕이 아무리 바람을 막아준다고 해도 한겨울에 1,000m 가까운 능선에 한 시간이 넘게 앉아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추위에 카메라의 배터리가 방전돼 사진 찍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나야 배낭에서 먹거리를 꺼낼 때 옷도 꺼내 입고 있어 견딜 만했지만.

3시 30분경 우리가 있었다는 온갖 흔적을 말끔히 인멸하고 신로령 한북정맥 백운산 쪽에서 국망봉 자연 휴양림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대략 해발 1,000m에서 해발 200m까지 3.1km 구간에 내려가야 한다. 한국 산이 대부분 그렇듯이 처음 1.5km 정도 거리에 고도 600m 이상을 내려가는 급경사다. 우리가 올라온 코스는 5.25km를 (세다가 지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올랐다면, 이쪽은 기복 없이 내리꽂는다. 와중에 언 등산로에 낙엽이 쌓여 있어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위험 구간이 곳곳에 있었다. 당연히 한번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찌었고. 다행인 것은 거의 다 내려와 미끄러진 거라 위험하지는 않았다.

신로령 기준 1.2km 정도를 지나자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탁족을 하고 가자는 의견에 조금 더 내려가 휴양림 직전에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4시 26분에 탁족하기에 알맞은 장소에 도착했다. 배낭을 벗어 두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갔다. 10초를 견디기 힘든 차가움이었다. 뜨거워진 발과 무릎을 식히며 노닥거린 후 그 장소를 떠나 휴양림을 향해 하산했다.

4시 48분에 포장된 임도를 만나 그길을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4시 55분에 휴양림 정상 야영장에 도착했다. 휴양림 길을 따라 장암저수지를 지나 5시 10분에 휴양림 정문을 벗어나 생수 공장에 이르렀다. 아침 등산 시와는 반대로 신로령에서 국망봉 견치봉에 이르는 한북정맥을 등 뒤에 두고 출발지나 다름없는 이동면사무소를 향해 내려갔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환종주를 했다. 물론 Plan B로 이동 갈비를 먹기 위해 다시 이동으로 돌아오는 환종주 계획도 있기는 했지만. 5시 51분 면사무소에 도착하는 거로 이번 산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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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건하게 먹어 일행 모두 특별히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모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이동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있느냐는 의견에 따라 갈비를 먹고 가기로 했다. 식당은 2018년 갔었던 그 집으로. 동서울행 버스야 거의 30분 단위로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갈비 4인분을 안주로 맥주 3병, 빨갱이 2병을 마시고 7시 5분 차를 타기 위해 6시 55분경 그 식당을 나왔다. 일행 모두의 공통된 의견은 옛날 이동갈비가 아니다! 앞으로 다시 이동으로 갈비를 먹으러 갈지 모르겠다. 산행을 위해 간다면 갈비가 아닌 다른 걸 먹을 예정이다.

거의 텅 빈 이동발 7시 5분 차를 타고 8시 13분에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이 같은 방향인 기영과 나는 택시로 집으로 향했다. 9시 이전에 집에 도착했으니, 대단히 양호한 귀가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포천)이동면 사무소 → 장암리 → 전망암 → 암봉 → 신로봉 → 신로령 → 국망봉 자연휴양림 → 생수공장 → 장암리 → 이동면 사무소' 14.91km(트랭글 기준), 8시간 11분의 산행이었다. 이동 6시간 8분, 휴식 2시간 3분! 지도상의 노란 선이 애초 계획, 파란 선이 실제 산행이다.

장암리에서 신로봉에 이르는 새로운 등산로를 발견한 산행이었다. 기대 이상의 코스로 애용할 거 같다. 국망봉이나, 신로봉 산행기에 이 코스에 관해 본 기억이 없는 거로 봐서 등산로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음에도 산꾼이 많이 다니는 길은 아닌 거로 생각된다.

왜 산꾼 사이에 가리산이 회자하는지 그 모습을 보고 알았다. 그럼 올라야지!

국망봉 야생화가 좋다니, 꽃 피는 시절 제 2등산로로 국망봉에 올라 가리산을 다녀온 후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8시간 코스를 고민해 봐야겠다.

[동서울_주행]

꽃피고 해가 길 때 재도전하겠구만

[雲峰]

너도 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