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에 묻혔던 서해의 비경 '동백정해수욕장' 돌아온다
서천= 이준호 기자
2021.06.29. 04:45
"검증도 않고 투기꾼 믿나" 김기표 비호한 靑, 여당도 때렸다
"AZ·화이자 교차접종이 AZ 2회보다 효과 커"-英 연구(종합)
서천발전소 철거 2년 뒤 백사장 조성
성토 흙은 가져온 곳으로 되돌려 보내
충남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의미 부여
© 제공: 한국일보
충남 서천군 서면 끝자락 도둔곶에는 동백나무 숲이 있다. 수령 500년이 훨씬 넘은 아름드리 동백나무만 86그루에 달한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수목이다. 1530년 무렵 숲 복판 꼭대기에 정자 하나가 건립됐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이를 동백정이라 부르며 풍류를 즐겼다.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서해 노을은 백미로 꼽혔다. 화룡점정은 해안 백사장이었다. 그곳은 일제강점기 때 해수욕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동백정해수욕장이다.
해운대, 대천, 낙산 해수욕장과 함께 국내 4대 해수욕장으로 불리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동백정해수욕장이 다시 돌아온다. 서천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지 43년 만에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이 시작됐다. 해변과 해수욕장의 생태 복원사업은 더러 있었지만, 눈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해수욕장을 복원하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충남도와 서천군, 서천화력발전소는 29일 서천화력발전소 부지에서 ‘동백정해수욕장 복원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양승조 지사는 이 자리에서 “서천의 매력을 되찾고 충남의 가치를 회복하는 바다와의 공존을 계기 삼아 지역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높은 기대를 내비쳤다.
© 제공: 한국일보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의 모델’로 평가되는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은 앞서 신서천화력발전소 건립 계획에 포함돼 있던 사업이다. 2012년 10월 당시 발전소 운용사인 한국중부발전은 신서천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동백정해수욕장 복원과 리조트 건설 등을 추진하는 ‘신서천화력 건설이행협약’을 체결했다. 서천화력발전소는 이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미세먼저 저감대책인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에 포함되면서 2017년 6월 1일 자로 공식 폐쇄됐다.
10년 동안 말로만 나돌던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공사가 이날 시작됐다는 말에 지역민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냈다. 서천군 서면 주민 노모(57)씨는 “해수욕장 복원사업은 발전소 석탄분진 등으로 40여 년간 고통을 겪어온 주민들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해수욕장 복원과 관광시설 확충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백정해수욕장 복원을 위해 중부발전은 2023년까지 648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 발전소를 해체하고 27만2,306㎡의 매립층을 걷어내 해수욕장을 복원한다. 충남도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발전 시설을 철거하기로 했다”며 “발전소 철거로 확보한 11만3,500㎡에 길이 573m의 해변을 우선 복원한다”고 말했다. 백사장은 폭 100m, 높이 8m 규모다. 계획대로 복원될 경우 2024년 여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 제공: 한국일보
복원공사는 발전소 건설 당시 7m 높이로 매립했던 토사 65만 톤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 관계자는 “발전소 부지 오염에 따른 지하 공간 오염 우려가 있었지만, 흙은 석탄 등과 접촉이 크지 않아 예전의 해수욕장은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립 토사를 걷어내고 이전 측량도를 바탕으로 복원하면 과거의 해수욕장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남은 흙은 발전소 건설 때 성토장으로 이용했던 야산으로 돌려 보내 당시 훼손된 임야 원상복구에도 쓰인다.
부지에는 63억 원을 추가 투입해 도로, 녹지, 주차장, 생태공원과 집라인, 마리나 시설, 선착장 등도 설치된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300실 규모의 리조트까지 건설되면, 황량했던 발전소 주변 지역은 환상적인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