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최정심 시인의 열네 번째 동시집. <비 주머니>는 화려하다기보다는 길가에 핀 들꽃처럼 수수하게 읽히는 작품들이 주로 실려 있다. 해설을 쓴 김완기 아동문학가는 최정심 시인의 동시에 대해 “세상 작은 것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를 촘촘하게 보고 듣다 보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것이 친구이고, 그들의 존재 의미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함께 뒹굴며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지내야 하고, 한 교실 안에서도 거리두기로 멀찍이 떨어져 공부해야 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청량제 같은 동시집이 될 것이다.
저자 : 최정심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84년 『새싹문학』에 작품을 발표하고, 같은 해 어깨동무신인문학상에 이어 대전일보 신춘문예, 계몽사 어린이문학상 등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눈속에 갇힌 집』 등 14권의 동시집을 발간했으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충남문학 대상, 대일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아동문학회 부이사장,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 부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한국동시문학회, 계몽어린이문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 : 한수희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통해 최고의 자유를 꿈꾸고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 『쓰레기통 잠들다』 『파프리카사우루스』 『딸가닥딸가닥』 『집 속의 집』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시인의 말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 패턴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익숙한 습관처럼 되어 가고, 인터넷 쇼핑으로 집에 앉아서 장보기를 하게 되니 은둔 아닌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함께 뒹굴며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식사해야 하고, 한 교실 안에서 거리두기로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공부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더 지속돼야 할까요? 매일 오늘은 어떨지 가슴 졸이며 뉴스를 지켜보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 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한 편의 동시가 어린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청량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한
따뜻한 추억들을 일깨워 주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24번째 도서 『비 주머니』가 출간되었다. 1984년 『새싹문학』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이래 부지런히 창작활동을 해온 최정심 시인의 열네 번째 동시집이다.
『비 주머니』는 화려하다기보다는 길가에 핀 들꽃처럼 수수하게 읽히는 작품들이 주로 실려 있다. 해설을 쓴 김완기 아동문학가는 최정심 시인의 동시에 대해 “세상 작은 것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를 촘촘하게 보고 듣다 보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것이 친구이고, 그들의 존재 의미가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걸”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장난감이
마당 가득
선물처럼 쌓였지 뭐야
하루 종일 놀아도 놀아도
싫증나지 않는
새하얀 선물
맘대로 갖고 놀아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데
해님이 샘을 내나 봐
집이랑 탑이랑
아기자기한 눈사람 마을에 들러
조금씩 빼앗아 가고 있어
--- 「해님도 샘내는 장난감」 중에서
어린 화자에게 ‘눈’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장난감”이다. 겨울이라 놀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싫증나지 않”고, “맘대로 갖고 놀아도/아무도 탓하지 않”는 장난감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굳이 부모님을 힘겹게 조르지 않아도 손쉽게 얻어지니 하늘이 보내준 “새하얀 선물”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 장난감의 유일한 단점은 녹아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화자가 만든 눈사람도, 예쁜 집들도 영원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을 시인은 “해님이 샘을 내나 봐”라며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표현으로 그려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생생하게 표현되는 이미지로 인해 시 읽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이처럼 아이의 동심이 곱고 유쾌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으로는 “소풍 가는 날/보물찾기에” 보물찾기 명수인 다람쥐, 참새, 까치를 모두 데려가고 싶다는 「보물찾기」, 매번 오빠를 고자질하던 여동생 앞에서 오빠를 엄하게 혼내자 “갑자기 오빠에게/친절해진” 여동생의 귀여움이 담긴 「고자질 버릇 고치기」, 고구마가 “무슨 모양일지 궁금해/열심히 캤는데” “일 잘한다고 칭찬 받았”다는 「고구마 캐기」, 어느 날 집의 창문에 부딪힌 어린 비둘기를 발견하고 “어린이날 선물/안 받아도 좋으니까/이 비둘기 치료해” 달라는 착한 마음이 담긴 「비둘기와 살게 된 이야기」 등이 그러하다. 이 외에도 특히 「조약돌은 동심이야」「풀꽃으로 살고 싶어」는 시인이 생각하는 동심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읽을 수록 마음이 따스해지는 작품으로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자신의 동시에 할머니가 자주 등장한다고 고백한다. 「크고 있어」「메리골드」「할머니의 훈장」「사진 속엔 없어도」「검버섯」「어린이는 다 예뻐」「할머니의 유모차」「할머니의 거짓말」「할머니 어깨 주무르며」「할머니 무덤 앞에서」 등의 작품들에서 할머니의 삶과 손주를 향한 정겨운 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 다음으로 모든 어린이들에게 다정다감하고 포근한 존재”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린이들과 가장 가까이 있고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뿌리”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형태가 점차 핵가족화가 되면서 아이들은 조부모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로 한창인 요즘, 꼭 필요한 동시들이 아닐까 한다.
보고도 못 본 척
찾는 할머니와
못 찾는 줄 알고
좋아하는 손자는
함께 어울리는
환상의 짝꿍
--- 「숨바꼭질」 중에서
“보고도 못 본 척/찾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굳이 할머니에게 묻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못 찾는 줄 알고/좋아하는” 손자만 모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이 쌓이고 또 쌓인 그 언젠가에 손자는 알아채게 된다. 할머니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손자의 순수함 가득한 그 순간을 함께 보내며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는 것을 말이다. 이러한 할머니의 노력으로 긴 나이 차이를 이겨내고 “함께 어울리는/환상의 짝꿍”으로 이 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동시집 『비 주머니』가 그려낸 세상은 소소한 일상 속 따스한 애정이 가득하다. 함께 뒹굴며 뛰어놀아야 할 어린이들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지내야 하고, 한 교실 안에서도 거리두기로 멀찍이 떨어져 공부해야 하는 요즘, 어린이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청량제 같은 동시집이 되기를 바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휴대폰에게 맞았어
휴대폰에게
얼굴을 맞았어
그게 뭔 소리냐고?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작대다
깜박 졸았지 뭐야
아얏!
잠이 확 달아났어
입술이 얼얼했지
아파도 아무 말 못 했어
ㅡ그러니까 폰 좀 작작 해
분명 그 말이 또 때릴 테니까
ㅡㅡㅡㅡㅡㅡ
비 주머니
비 주머니 하나 만들고 싶어
아빠가 하늘 보며 비가 언제 오려나
가뭄 걱정할 때
주머니 활짝 열어 시원하게 쏟게 하고
엄마가 우산 챙기며
비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할 때
주머니 꽁꽁 묶을 수 있는
그런 비 주머니 하나 만들어
우리 집 정원에 띄워 놓고 싶어
첫댓글 '비둘기와 살게 된 이야기'
'거북아, 미안해'
ㅡ수업에 잘 활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