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1시, 늦은 나이?에 간호조무사 시험을 보는 아내를 차에 태우고 시험장인 을지대 성남캠퍼스로 향했다.
35년 전 아내가 성남 신구대학 다니던 시절에 보던 풍경이 마치 희미해진 여운 같았으나 실물을 보니 기억 속에서 현실로 변화하였다. 은행동 산동네 공영주차장을 찾아 주차 하면서 나에게 여기가 성남임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끝간데 없이 높은 골목과 비탈진 구절양장의 경사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산동네.
예전보다 깔끔해지기는 했고, 길이 넓어지긴 했지만 그 옛날 아내가 살던 상대원동 그 자취집이 바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을지대 성남캠퍼스는 왠지 낯이 익었다. 알고보니 예전의 서울보건전문대였다. 이종사촌 동생이 여기 간호과를 나왔는데 입학식인가 졸업식인가에 와봤던 기억이 있다.
학교앞 손님이 바글거려 옴짝달싹 할 수도 없는 분식집에서 돌솥비빔밥과 참치김밥을 마치 피난민처럼 허겁지겁 먹고서, 아내를 시험장으로 올려보냈다.
시험장 1층에 커피숍이 보인다.
나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고,
교직원 혹은 교수로 보이는 남자 셋이 뒷담화의 여유를 즐기는데, 왜 이리 가질 않을까? 시끄러워서 상당히 거슬린다.
역시 대학 교직원은 좋은 직업이다.
시험 끝날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하는데, 이어폰을 챙기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아내가 시험종료 20분을 남기고 나왔다. 시험이 그간 풀어보던 모의고사보다 너무 어려웠단다.
난 아내에게 만약에 떨어지면 9월에 다시 보면 되지 않겠냐고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차를 달려 고창 선운사로 향했다.
그러나 너무 길이 막혀 달릴 수가 없었다.
3시20분 경에 출발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서도 수원을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숙소인 선운산호텔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나왔지만,
식당들이 죄다 문을 닫아서, 숙소 옆에 있는 장어 식당 한 곳 밖에 갈 곳이 없었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밥과 반찬이 깔끔한 편이었다. 장어는 본고장이나 타고장이나 피차 일반이니 궂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늦게 저녁을 마치고, 배가 불러서 산책삼아 동네를 둘러보았다.
금요일 저녁이긴 하지만, 너무 인적이 드물어 유령마을을 방불케했다.
내일부터 비도 온다고도 하고,
장시간 운전을 했더니 도가니도 아파서 씻고 캔맥주 하나 마시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