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오랜 기다림 끝에 백령도로 출발하였건만 해무에 뱃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고 위도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그날 이후, 백령도 일정을 잡기 위해 한달여에 걸쳐 물때는 물론 백령도 기상상황 등을 분석한 후 드디어 6월초 백령도 출조계획을 카페에 올리고 동호인 모집을 위한 집중적인 홍보에 나섰다.
당초 5월 출조자가 7명인 점을 감안할때 7월 출조를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전팀이 불참한다는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신규 회원모집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하는 등 조사무관과 내가 뛰었다. 출조 1주전, 안부장이 최종 참가를 통보해 왔고 KORPA에서 2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래, 이제 동호인 모집과 여객선표를 비롯하여 휴양소, 낚시배 등을 모두 확보하였으므로 출발만 남았다. 그러나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한주간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예정대로 여객선이 떠날수 있을런지 하루전까지도 확신하기 어려웠다. 7/26(토) 04:40분경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서는데 새벽비가 내리고 있다.
짐을 차에 싣고 동호인들을 기다리는데 조관복씨로부터 픽업 요청이 있어 목선배님께 확인해보니 역시 픽업해 달란다. 둘러둘러 인천으로 향하는데 새벽비 사이로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아 오고 있다. 인천 항동우체국에 도착하니 안부장과 KORPA 이부장과 임과장이 우릴 반긴다.
차를 우체국에 주차시킨 후 식사를 하면서 여객선의 출발여부를 점치는데 5 대 5 정도이다. 식사후 낚시가게로 가서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조사무관은 냉동오징어를 사러 인천어시장을 다녀오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는데 여객선터미날에서 "7시10분발 백령도표를 소지하신분은 탑승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야호! 드디어 가는구나!" 나를 비롯한 동호인 몇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마, 이부장과 임과장은 동 안내방송의 짜릿한 맛을 잘 모르리라.
각자 캐리어카에 짐을 싣고 개찰구를 빠져나가 데모크라시 5호에 탑승하고 보니 휴가철이라서 선실이 매우 분빈다. 각자 자리를 잡고 대물을 꿈꾸며 새벽부터 바삐 움직인 탓에 노곤함이 몰려든다. 08:00에 출발한 여객선이 어느덧 속도를 줄이더니 소청도로 들어선다. 선실 밖으로 나가 밖을 내다보니 날은 흐렸지만 시계가 양호하여 저멀리 북한땅이 보인다. 이어서 여객선은 대청도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12:10경 백령도에 정박하였다.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하여 하늘을 바라보니 뭉게구름이 옹기종기 모여 햇빛을 가리고 바다는 잔잔하여 낚시하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유선장이 나를 알아보고 한걸음에 달려와 반갑게 맞이한다. 유선장을 따라 주차장으로 가서 픽업트럭에 짐을 싣고 짐칸에 올라 탔다. 트럭에 앉아 흘러가는 풍경을 쳐다보고 있노라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푸근함이 몸을 감싼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낚시채비만을 챙겨 중화동 포구로 향했다. 작년과 변한 것은 없었으나 도로포장을 하고 있어 섬 전체가 휠씬 깔끔해 진 것 같다. 우리는 중화동 포구에서 배를 타고 낚시 포인트인 전복양식장으로 직행하여 낚시를 시작하였다. 맨 먼저 목선배님이 광어를 낚아 올리고 이어서 우럭과 놀래미가 환호성과 함께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그러나 내 낚시대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런 체면 구기는데.. 하며 낚시에 집중하였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석양이 질 무렵, 드디어 짜릿한 어신이 낚시대를 통해 내 손으로 전해진다. 휙 잡아채니 중자 우럭이다. 한번 리듬을 타기 시작하자 쉴사이 없이 올라온다. 어느덧 빨간 고무다라에 물고기가 그득해지자 날도 저물고 낚시도 끝을 맺었다. 내가 두어시간 동안 잡은 물고기는 12마리이다.
2일차, 새벽 6시에 숙소를 출발하여 중화동 포구로 향하는데 안개가 짙게 깔려 있어 출항이 염려스럽다. 산야에 고즈넉히 내려 앉은 안개를 바라보면서 36년전 중학교 시절 여름에 동무들과 어울려 캠핑갔던 곤지암의 들녁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허름한 텐트에서 새벽녁 물기먹은 몸으로 일어나 밖에 나가보면 안개속에 뿌옇게 보이는 산과 들, 초가집 굴뚝에서 아침밥을 하기 위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던 추억들.. 아니나다를까 포구에 도착하니 유선장이 해무로 인한 대기란다. 작년에도 포구에서 이틀을 대기하며 해병대와 숨박꼭질하듯 낚시를 하였는데... 얼마후 유선장이 통제소에 가서 각서를 쓰고 출항허가를 받아 왔다.
대청도 방향으로 키를 잡고 배를 몰고 있으나 해무로 인해 보이는 것이 없다. 한참을 달려 대청도 해역에 들어서니 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시간만에 포인트에 도착하여 낚시대를 드리우니 묵직한 어신이 전해진다. 3자, 4자 우럭들이 올라오고 방망이도 춤을 춘다. 늦은 오후 목선배님께서 "왔다!"하며 힘겹게 릴링을 하신다. 서서히 개우럭이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선상에 철퍼덕하며 떨어진다. 선배님은 6자 우럭이라고 좋아하시며 자를 찾는다. 지금까지 잡은 것중 최대어이다. 사실 백령도에 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선배님은 흡족해 하시며 오늘 저녁을 사시겠다고 한다. 나도 내일 저녁을 사야될 텐데.. 오늘 내가 잡은 물고기는 36마리이다.
3일차, 오늘은 3물이므로 개우럭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크다. 전날보다 30분 일찍 출발해 대청도에 도착하니 7시30분경이다. 바다물이 아직까지 거세 제대로 포인트에 배를 대지 못하고 암초와 무인도 뒤편, 물살이 적은 곳에서 낚시를 시작하였다. 오후들어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오늘 내가 잡은 물고기는 53마인데 기대하던 5자, 6자대물은 없었다. 백령도에 와서 처음으로 숙소에서 밥을 짓고, 회를 떠 매운탕과 함께 억었다.
4일차, 어제보다 조황은 못하겠지만 대물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대청도 해역에서 낚시를 하다 오후들어 대청도 뒤편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면서 회를 떠 소주를 마시고는 피곤에 젖어 술에 취해 하나둘씩 선미에 눕는다. 나는 소주를 생략하고 낚시에만 집중하였다. 연신 투둑거리며 놀래미가 올라온다. 어느덧 대청도 해역에서 입질이 끊기자 다시 백령도로 배를 돌렸다. 오늘 잡은 물고기는 42마리로서 3박4일동안 총 142마리를 잡았다.
전복양식장에 도착해보니 바다가 매우 거칠어져 있고 너울성 파도가 밀려와 해안 암초를 들이 받는데 철썩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집채만 하다. 오늘 일기예보에 의하면 태풍이 제주도 부근에서 북상한다고 했는데 아마도 태풍의 영향으로 보인다. 물고기도 덜 나오고 바다는 거칠어져 내일 낚시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여객선이 운항하지 못 할 경우 자칫하면 발이 묶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따라서 동호인들도 지친 상태이고 기상도 악화되는 상황을 감안할때 내일 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신속히 동호인들에게 뜻을 전하고 후속조치를 취하였다. 숙소로 돌아와 회를 떠 소주를 하면서 4박5일의 낚시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이렇게 백령도 출조여행이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5일차,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9시반경 숙소를 나서 중화동 포구로 고기 손질을 하러 갔다. 우리배가 포구에서 20여m 떨어져 정박하고 있어 뗏마를 이용하여 도선해야 하는데 뗏마를 타기 위해 내려가는 계단이 매우 미끄러워 중심잡기가 어려웠다. 조관복씨가 먼저 내려갔다가 기우뚱하면서 첨벙하며 바다물속으로 빠지는 비상사태가 발생하였다. 사람은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졌으나 어느틈에 빠져나왔는지 한얀 담배갑만 동동 떠오른다. 밖에 있던 우리들은 "어어!"하고 어쩔줄 몰라하는데 조관복씨가 물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헤엄을 치고 나온다. "휴! 다행이다." 사실 물속으로 떨어질때 머리가 하해졌는데.. 그럭저력 도선을 하고 수조에서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올려보니 빨간 고무다라로 2다라 정도이다. 시간이 없어 피만 뽑아내고 다라에 담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잡은 물고기를 6등분하여 쿨러에 담고 보니 말린 물고기를 포함하여 한쿨러반정도로서 작년 7월보다 어획량이 적은 편이다. 물고기가 적게 잡혀서 그런지 물고기값도 작년보다 많이올라 말린 우럭 1kg에 25,000원, 말린 놀래미 1kg에 13,000원이다. 4박5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용기포항에서 유선장과 김사장에게 10월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첫댓글 안전하고 행복하게 백령도 출조를 무사히 마친데 대해 축하드립니다. 매일 아침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어나 고기낚으러 다니시느라 많이 피곤하였을 듯 하고요. 참여한 분 모두 베테랑은 아닐테지만 모두가 쿨러가 넘치도록 잡아왔으니 올 한해 자연산 생선 먹거리 걱정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박2일 정도 20리터 쿨러 반채우기 낚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만 봄돌형이 올려주신 동영상을 포함해서 4박5일 출조기를 즐감하면서 많은 고기에 쌓여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고생들 하셨구요. 대전 내려올 일 있으면 연락주십시요. 한잔 쏘겠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휴가 보내셨어요?...날씨도 변화무쌍하지만 나름 분위기 좋고....현장감 있는 풍경에 자상한 설명까지......ㅎㅎ 근데 4일간 총 142마리?....정말 다 잡으신건가요?? 대~~~~단하세요....ㅎㅎ
내가 얼마나 잡는지 일부러 셈을 해보았는데 작년의 경우 하루에 평균 50여마리를 잡았는데... 정년후 생계수단으로 하려면 정확한 어획량 통계가 필요하므로 그리 하였습니다. 142마리를 무게로 치면, 대략 70kg 정도, 그중 우럭 20kg * 25,000원 = 50만원, 놀래미 50kg * 13,000원 = 65만원, 총 160만원 정도인데, 어구값과 기름값 등을 공제하면 100만원 정도를 벌 수 있으므로 가능성을 보고 왔습니다.
백령도 출조를 무사히 다녀온데 대하여 추카드립니다. 사정상 동참하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을 눈팅으로 대신합니다.
몇번을 봐도... 부럽고 행복해 보이십니다. 이러다가 정말로 백령도에 뿌리내리시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