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가벼움, 존중, 평등하다, 서로 달라서 좋다, 원더풀, 잘 왔다, 함께 ...
이것은 광주 이주민 인권포럼을(2023.11.4 한겨레 커버스토리) 마친 참가자들이 이날 포럼의 느낌을 한 낱말로 표현한 것의 일부다. 나는 한국말이 서투룬 결혼이주여성들이 자기 삶과 말을 나누는 과정이 새로웠다.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거나 훈계하듯 가르치지 않았다.
초등국어모임 연구위는 모임 20주년을 맞이하며 겨울배움터에서 회원 이야기를 들고자 한다. 방학 때마다 열린 모임의 함께 배움터는 국어모임 샘들에게 감동과 설렘의 자리였다. 특히 분과 발표와 모임 방향 정하기 논의가 고갱이였다. 일방 강의, 발표와 질문, 발표자 반 참여자 반, 참여자 발표 중심 등 그 운영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했다. 변화의 방향은 참가자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광주인권포럼의 운영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이끄는 사람 이야기 - 파키스탄 노동자와 결혼하고 인류학과 여성학을 전공한 정혜실은 참가자의 삶을 깊이 헤아리고 있다. 초점은 존엄과 평등.
2) 모둠 이야기 - 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기록한다.
3) 모둠 이야기 전체 공유 - 모둠 발표를 한 뒤 전체가 이야기를 나눈다.
4) 느낌 나누기 - 오늘 참가 느낌을 한 낱말로 말한다.
* 나도 수업이나 강의 마무리할 때 한 낱말 말하기를 하고 그 이유를 말하는 시간을 두곤 했다. 말로만 하지 말고
"떠오른 낱말은?" (사회자)
"무지개" (참가자)
"왜요?" (나머지 참가지 모두가 손뼉 두 번 짝짝 치고 나서 '왜요 '라고 말한다)
"말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나라도 다는데 서로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요."
이렇게 하면 느낌을 다같이 공유할 수 있었다.
박홍순 광주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은 "광주 이주민 인권포럼은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을 상대방에 비춰보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에듀케이션'이 가르치는 것이라면 '페다고지'는 스스로 비추고 배우며 깨닫는 거죠. 그게 진짜 앎입니다."
초등국어모임은 그동안 이와 비슷한 배움터를 운영했다. 이번에는 모임 샘들 속에서 이야깃거리가 잡히고, 사회자와 기록자가 나오고, 이야기 나눈 것을 전체가 다시 토론하여 자료집을 남기길 바란다. 이 자료집을 다시 연구하여 포럼으로 이어간다면 우리가 20년 동안 해온 일을 바탕으로 앞길의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