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영우
얼마 전에 우리가 함께 재미있게 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대해 극찬을 했는데,
아빠도 정말 재미있게 잘 봤단다.
너희들도 이 드라마를 무척 좋아했잖아.
그 드라마에 나오는 노래도 무한반복으로 듣기도 하고…
그 드라마는 법정드라마라서 에피소드마다 재판이 나오는데,
그 재판들은 실제 있었던 일들을 참고했다고 했어.
그러면서 그 재판들이 실린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그래서 읽게 된 것이
신민영 변호사님이 쓴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라는 책이란다.
신민영 님은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시고,
자신의 겪은 재판들과 변호사로써 갖고 있는 생각들이 책에 담겨 있단다.
재판을 다룬 영화나 소설을 읽다 보면
변호사와 검사의 논리적인 논쟁에 푹 빠져드는데,
실제 사건을 다른 에세이도 마찬가지로 푹 빠져들게 되는구나.
지은이 신민영 변호사님의 글솜씨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지은이 신민영 변호사님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선전담변호사시라고 하는구나.
아빠는 법에 관련된 것은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국선변호사는 전담하는 줄도 처음 알았단다.
변호사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줄 알았는데,
2004년부터는 국선전담변호사가 생겼다고 하더구나.
1. 법조계
이 책을 읽다 보면 각 사건의 이야기들도 재미있지만,
법조계에 일어나는 일들과 법정 용어들도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방위가 정말 드물다는 이야기도 처음 알게 되었단다.
어떤 사건의 경우 정당방위가 안 된 경우도 있어 안타까운 적이 있지만,
정당방위의 범위를 좁게 가져가는 이유를 읽어보니
그 또한 나름 일리가 있어 보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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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초기 소지가 불법이고 인구밀도가 높으며 경찰서가 비교적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좁게 가져가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정당방위가 허용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주어 보복성 폭력 행위로 이어지게 하는 것보다, 팔을 잡는 등의 현상 유지만 하게 하고 공권력을 빌어 사건을 처리하는 편이 폭력의 총량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물론 몇몇 아쉬운 사건이 있긴 하지만 더 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현행법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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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실제 뉴스에서도 보면
집행유예를 받게 되면 좋아하는 장면들을 많이 볼 수 있단다.
집행유예를 받으면 거의 무죄나 마찬가지로 생각들을 하는 편이고..
그런데 집행유예를 만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의아해했는데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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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69)
현행법상 집행유예 이상 전과자는 공무원이 될 수 없다. 벌금형이 가능한 젊은 피고인들의 집행유예형 요청을 만류하는 이유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뒤늦게 공무원 시험 응시를 마음먹었다가 집행유예 전과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나이 많은 피고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취업할 때 전과 기록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형 실효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집행유예 전과는 5년이 지나야 전과 조회 결과에서 사라지지만, 벌금 전과는 2년만 지나면 사라진다. 물론 둘 다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고 취업이나 기타 목적으로 조회할 때에만 보이지 않는 것이긴 하지만 그 차이는 분명 크다. 나도 변호사지만 우리나라 법 전체를 다 알지는 못한다. 집행유예 전과가 어디서 어떤 불이익을 가져올 지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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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단다.
증거가 명백한 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고한 사람, 그러니까 무죄로 간주한다는 원칙이란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인권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하더구나.
그래서 유죄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얼굴도 가리고 그러는 것인데,
증거가 명명백백한 흉악범의 얼굴을 가리는 것을 두고,
그런 사람이 무슨 인권이 있냐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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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도대체 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걸까? 바로 인권 때문이다. 형사재판이라는 게 국가 대 개인의 싸움이라 체급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 과정에서 사수하려 애를 써도 보장하기 힘든 것이 개인의 인권이다. 하지만 요즘 인권을 얘기하는 것만큼 허무한 일은 없는 듯하다. ‘흉악범은 인간이기를 포기했는데 무슨 놈의 인권이냐. 도리어 피해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반론이 대번에 돌아온다. 사실 그 간의 형법이 피해자에게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피고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면 반대급부로 피해자의 인권이 지켜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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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라마의 원작들
이 책에 실린 재판들 중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각색된 사건들은
4편이 있었단다.
먼저 이 책에 실린 치매 남편을 폭행한 아내에 관한 이야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에서 그려졌단다.
드라마 대사 중에도 나왔던 사람의 마음에 따라 죄명이 바뀐다는 내용도
책에 실려 있었단다.
드라마를 보면서 법이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이러면서 봤는데
이 책을 참고했던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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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곤 한다. A라는 사람 때문에 B가 죽었다 치자. 이때 A에게 적용되는 죄명은 살인죄만 있는 게 아니다. A가 무슨 마음을 먹고 행위를 했느냐에 따라 죄명은 네 가지로 갈린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치사죄, 그냥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사죄,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실수로 죽게 했다면 과실치사죄. 똑같이 피해자가 사망했더라도 가해자의 마음속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에 따라 죄명을 갈린다. 이러다 보니 살인(미수)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십중팔구는 형을 줄여보려 ‘죽일 의도는 없었고 그냥 좀 혼내주려고만 했다’고 주장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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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0화에 보면 자폐 장애인과 성관계를 한 남자가 피고인으로 나오는데,
그는 사랑이라고 주장하지만 자폐 장애인의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의 딸을 꼬셔서 겁탈한 것이라고 주장했지.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판결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피고인, 심지어 상대방인 자폐 장애인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야.
이 사건도 실제 있었던 사건을 각색한 것이라고 하는데,
지적 장애인의 권리를 부모님의 의지에 의해서 보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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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사실상 주변 정황으로 성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지금의 방식은 무죄추정의 원칙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이 과연 피고인만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지적장애인 역시 상대를 선택하고 성관계를 즐길 권리가 있다. 그 관계에 대해 국가가 광범위하게 개입한다면 결국 사람들은 지적장애인과의 성적 접촉을 기피하게 될 것이다. 같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니 이는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매한가지다. 눈앞의 불행을 막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 앞에서, 멀리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 행복을 얘기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궁금한 건 지적장애인 본인들의 얘기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그동안 만났던 연인들이 모두 수사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여전히 심연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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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에피소드는
지적 장애인이 형의 자살을 막으려다가 피고인이 된 3화로,
지적 장애인이 아버지의 자살을 막으려다 살인자로 재판을 받은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구나.
마지막 에피소드는 놀랍게도 6화란다.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쏟게 한 탈북민이 아이 때문에 5년간 도망 다니다가
뒤늦게 자수를 한 사건..
실제 사건도 드라마에서처럼
변호사가 캐치하지 못한 피고인의 ‘자수’로 집행유예를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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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 말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참고한 책이 또 있다고 하더구나.
그 책도 기회 되면 함 읽어봐야겠구나.
그나저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시즌 2를 하려나.
PS:
책의 첫 문장: 대검찰청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 작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한다.
책의 끝 문장: 하늘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 안효숙 님께 이 책을 바친다.
책제목 :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
지은이 : 신민영
펴낸곳 : 한겨레출판
페이지 : 272 page
책무게 : 435 g
펴낸날 : 2016년 12월 15일
책정가 : 13,000원
읽은날 : 2022.09.16~2022.09.17
글쓴날 : 2022.10.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