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돌뱅이 31
-안산 시민장에서의 자화상 -
그는 경험적으로 알고있다
지나가는 행인의 유형에 맞추어
어떤 색깔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호객해야하는지
행인이 구매를 망설이고 서있는 찰나에
두 마리의 오징어가 담겨 상냥히 내밀어진다
이미 포장된 오징어를 다시 풀라고도 못하고
거의 행인은 주머니를 열게 된다
그는 주머니 털이범에 가까운 장사꾼같다
추적추적 비가내리는 거리에
좌판에 빨간 큰우산을 씌우고
짬뽕밥의 시뻘건 국물응 후루룩 후루룩 먹다가
우연히 길에 떨어진 빵조각을 주워먹는
노숙자와 눈이 마주쳐 목이 메인
그에게 남은 짬뽕밥을 주고는
옆 좌판에 참 새우를 파는 할머니의 하루 매상처럼
슬픈 노래 나직히 부르고 있는
그는 빗 속의 노래꾼 같기도 하다
주로 도로 교통법이나 노상 적치물 관련법규
불법의 수레바퀴로 깔아버리고
직접적으로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영역 내에
먹고 살겠다는 의지를 영역표시하는
자본의 기득권에 수레를 밀고 들어가
시커먼 옷을 입은 단속반원 앞에서
단단히 대치하고 있는
그는 가녀린 테러리스트 같기도 하다
그는 누구일까
누구이려고하는 것일까
누구여야만하는 것일까
좌판 앞의 그는 명확하지 않다
첫댓글 "누구이려고 하는 것일까", "누구여야만 하는 것일까"...... 정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앞에 두고는 많은 사람들이 갈등의 시간을 보내게 되죠. 어쩌면 평생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