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가늠자 역할을 하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이 불과 5개월 새 4억원이나 떨어져 거래됐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아파트값이 더 내릴 것으로 보고 실수요자들이 주택 매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와 대치2동 사무소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34평형은 지난 16일 10억원에 실제 거래가 이뤄졌다.
팔린 아파트는 10동 9층으로 은마 단지 내에서 로얄동,로얄층으로 불리는 집. 집을 판 사람은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다 은마아파트를 팔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4월 다른 아파트를 구입해 ‘일시적 2주택자’였던 상황이었고, 양도세 중과 시한에 쫓긴 매도자는 16일 매물 내놓고 3일만에 잔금까지 치르는 조건을 내걸어 매매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12월 12억9000만~14억원에 신고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은마 34평형 실거래가는 지난해 1월 9억4900만~10억7500만원에서 4월에는 12억~12억5000만원,12월에는 12억9000만~13억4800만원으로 급등했다. 최고 실거래가는 14억원(11월)이었다. 14억원에 팔린 집은 12층이다.
따라서 은마의 실거래가는 5개월새 4억원이 내린 것이다. 작년 1월(9억4900만~10억75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치2동 사무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이달 들어 3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거래가는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상태”라고 밝혔다.
31평형의 경우 지난해 7월 8억4000만~8억7500만원에서 거래가 이뤄지다 11월 하순에는 11억6000만원까지 올랐는데 지난 13일 9억원(11층)에 계약이 이뤄졌다. 역시 5개월 새 2억6000만원이 내려앉았다.
은마 34평형은 지난 17일 경매시장에서 10억9000만원에 나왔으나 유찰돼 다음달 22일 8억7200만원에 다시 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10억원대 붕괴될까
로얄동,로얄층 34평형이 10억원에 실거래됨에 따라 '10억원대 붕괴'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거래된 아파트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이고 10억원대 아래로 집값이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는 중개업소 관계자들이 많다.
대치동 명지공인 송명덕 사장은 "지금 나와있는 매물 중 가장 싼 매물이 11억7000만원"이라며 "10억원이 붕괴되려면 지금 나와있는 급매물 가격보다 2억원이 더 빠져야 하는데 매도희망자도 더 이상 집값을 내려 팔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추가로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매수세가 워낙 위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10억원대가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정말 드물게 10억원 짜리 매물이 나왔는데도 선뜻 사겠다는 대기매수세들이 적었다"며 "로얄동,로얄층이 10억원에 실거래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에 매수희망자들은 값이 더 내리길 기대할 것이고, 개인 사정상 급하게 처분해야 하는 집주인이 있으면 10억원대 아래로 거래가가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집은 같은 은마아파트에 사는 2명이 외국계 대부기관의 대출을 8억1600만원이나 받아 공동명의로 샀다. 중개업자가 ‘찍기(헐값에 나온 매물을 중개업자가 자기돈과 자기명의로 산 뒤 단시일내에 웃돈을 받고 되파는 행위)’를 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대치동 M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많다지만 얼마든지 외국계 대부기관에서 시세의 80%이상을 대출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집값 회복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강남 재건축에 대한 투기적 매수세는 언제든지 되살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7.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