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의 실체는 '역사전쟁'이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극단적으로 갈라진 세대별 투표성향은 한국현대사를 대하는
감정과 태도의 차이와 관계가 있다. 젊은 유권자들은 박정희 대통령을 추앙하지도 않지만 격렬하게 미워하지도 않는다
경제를 발전시킨 공로가 있는 옛날의 독재자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들이 문제인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 것은 문화적으로
조금 더 친밀하게 다가오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령 유권자들이 과거의 독재를 지지했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 공로를 인정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철권통치와 인권유린까지 옹호하지는 않는 게 보통이다.
나는 고령 유권자들이 투표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과 시대를 인정받으려 했다고 추측한다. 그들은 일제강점과 해방공간의
혼란, 잔혹한 전쟁과 절대빈곤의 고통을 견뎌내고 기나긴 군사독재의 시대를 통과해 오늘에 이르는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대한민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자식들을 먹이고 일하고 교육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후
빈손으로 노후를 맞았다.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그 삶과 시대를 인정받으려는 소망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2012년 12월에는 그것 말고는 적절한 표현 방법이 없었다.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가설로 2012년 대선 결과를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제 일요일,모처럼 산악회 정기 산행을 다녀왔다, 전과는 다르게 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서인지 어쩌다 가는 산행도
버스 안에서 보내야하는 긴 시간은 고역에 해당한다. 그점을 상쇄하려고 책을 한 권 선택했다, 물론 나는 필자보다도
나이가 많고 기술한 내용들을 익히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므로 무슨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어쩌면 그의 능력에 대한 부러움, 올바른 주관에 대한 지지의 의미 쯤에서 책을 구매하고 더하여 방학이라는
느긋한 마음까지도 합세한 결과물이었다.
' 십인 십색'이라는 말처럼 하나의 대상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정말 너무나도 각양각색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사실은 뭐 이야기하기 조차 필요 없는 일 임에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와 남(생소한 남이 아닌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의 시각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한 적이 있었다.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 다음 날 저녁이 우리가
일년에 몇번 모이는 중학교 친구 모임일 이었고 자연스럽게 막 결과가 확정된 선거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당연히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음을, 누가 그런 식으로 투표를 했는지 라고 이야기를 시작했고, 즉시 친구녀석들의 비난성 집중포화를
얻어 맞아야 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당연한 귀결이며 그래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나 친구녀석들 모두 사실 정치적인
어떤 결과가 자신에게 유,불리나 이해 관계가 되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다, 어찌보면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그저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고 만나면 그저 소주잔이나 기울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행태였기에, 나도 친구녀석들도 서로
의 커다란 시각차를 사전에 알지 못 했지만, 내가 받은 충격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른 것을 나무라고, 바른 것을 지지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당연히 내게 주어진 한 표로), 여론 조사에서 50대이상의 투표성향에 대한 결과물 보도를 오도되고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친구녀석들의 생각이 그와 같다는 사실은 이해 불가한 어떤 것이었다. 더더욱 소시민이긴해도 박사학위도, 무슨 사 면허도 가지고 있는, 나름 가방끈 깨나 긴 녀석들이 한 목소리로 비난할 때의 혼란스러움은..., 물론 빠른 상황 파악의 결과로 즉시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바꾸긴했어도, 그 날 이후 가끔 생각하게되는 우리
사회의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었다(나로서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두에 인용한 필자의 생각은 내가 생각했던 이유보다는 고상하고 나름 해석적이기까지 하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시각은 참 신선하다'라는 의미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며 마친다. 물론 이런 류의 이야기는 그저 짧게 하는
것이 더욱 좋으리라.
"지금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시민참여의 시대다. 2008년 이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런대로 작동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를 보이지만 권력의
제한과 분산, 상호견제를 통해 국가기관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병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국가운영의 많은 분야에서 민주화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정책과 행태를 보이는데,
그 기반은 불합리한 제도나 경찰과 군대의 폭력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채 거대 보수언론과
재벌, 공안세력이 반복 주입하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휘둘리는 시민들의 의식이 그 기반이다."
여름 산엔 짙푸름이 뿜어내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향내로 가득하다.
첫댓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인데, 이번 방학기간에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난 싫어하는 사람인데... 박쥐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