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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사고 “일반고 전환 원하지만…학부모 반발 두려워”
2014.07.21 김지훈 전정윤 기자 watchdog@hani.co.kr
17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용문고 운동장에서 축구부 학생들이 축구 시합을 하고 있다. 왼쪽 뒤편 흰색 건물에 ‘자사고 용문고등학교’라는 글씨가 보인다. 용문고는 2010년 자사고로 지정됐다가 2012년말 다시 일반고로 전환했다. 3학년은 자사고, 1~2학년은 일반고인 지금도 큰 무리 없이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정원 충원율 따라 속내 ‘온도차’
경쟁률 높은 학교 ‘반대…소송 불사’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정책에 반대하는 ‘한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반고 전환’을 둘러싼 자사고들의 태도는 정원 충원률에 따라 온도차가 크다. 경쟁률이 높은 학교들은 자사고 유지를 위해 소송도 불사할 태세인 반면, 정원 미달 자사고들은 일반고로 전환할 뜻이 있으나 학부모의 반발이 두렵다며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9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12개 자사고 교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자사고 교감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 간담회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한 각 학교의 상황과 의견을 솔직하게 밝혔다. 서울엔 현재 자사고가 25곳 있다.
<한겨레>가 20일 확인한 결과, 신입생 충원에 문제가 없는 자사고들은 다양한 논리를 내세워 ‘자사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비강남권의 한 학교는 “강남을 제외한 고교의 학력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일반고의) 두배나 되는 것은 (자사고) 교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로 바꿀 때 시설 투자를 많이 한 학교는 “기숙사 건립 등에 100억원을 투자했다”며 일반고 전환에 난색을 표했다. “교육 문제를 정치 논리로 푸는 것은 부당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학교보건진흥원에서 혁신학교 업무 담당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듣는다 희연쌤. 혁신학교 교원들에게 듣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4.7.18 > 서울=연합뉴스
다수의 교감들이 자사고와 공교육 황폐화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는데, 이는 학계의 연구 결과와 충돌한다. 한 학교는 “일반고 추락의 원인이 자사고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고, 특성화고의 약진도 일반고 슬럼화의 한 원인”이라며 책임을 특성화고로 돌렸다. “공교육 침체 분위기에서 자사고의 기여를 정당하게 평가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더 나아가 “자사고를 폐지하면 공교육이 하향평준화할 것”이라거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면 “등록금 반환 청구 소송의 가능성이 있으며, 교장·법인·동창회 등에서 법적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사고들은 “일반고 전환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특히 “학교와 재단은 전환하고자 하지만 학부모 반발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호소가 많았다. 동문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학교도 있었다.
한 자사고 교감은 학부모의 의견임을 전제로 “(살아남는) 자사고의 면접 선발권을 없애고, 자공고(자율형공립고) 수준으로 지원해주면 일반고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반고 전환의 방식으로는 ‘일부 자사고 전환’보다는 ‘모든 자사고 동시 전환’을 선호했다. 강북의 한 자사고는 “자사고를 없애려면 모두 같이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공교육 황폐화가 문제라면, 자사고 이외에 외국어고 등 특목고도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일반고 전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한 자사고의 교감은 “(꼭 해야겠다면) 법을 개정해 한번에 전환한 뒤 예산을 지원해주는 방안이 있으며, 특목고도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