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무역장벽 조사'...내년 총통 선거 앞두고 대만 경제 압박
O 중국 상무부가 반중 성향의 대만 민진당이 현 부총통인 라이칭더(Lai Ching-te)를 내년 총통 선거 후보자로 확정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대만의 무역장벽 조사에 대한 세부 계획을 발표함. 중국 상무부는 이 조사가 이르면 올해 10월 중순경 끝날 수 있으나 "특수한 상황에서" 내년 총통 선거 직전인 1월 12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전함.
- 중국의 '무역장벽 조사'는 대만이 수십 년간 수입을 금지해 온 농산물, 광물 및 섬유 제품 등 2,455개 품목에 대한 것으로서, 규모 면에서 이례적이고 최악의 경우 13년 역사의 ‘양안경제협력기조협의(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ECFA)’의 폐기를 불러올 수 있음. 전문가들은 또한 오랫동안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수출 시장이었던 중국에 대한 대만의 경제적 의존 관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함.
- 대만은 지난 수년간 중국의 '대만 우대 정책'에 힘입어 무역 흑자를 누릴 수 있었음. 이는 중국이 대만과의 경제 관계 강화를 정치적 통합을 위한 중요한 초석으로 보았기 때문임. 대만은 중국의 6대 무역 상대국으로, 지난해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수출한 금액은 840억 달러임. 반면, 대만의 2022년 대중국 수출액은 1,859억 2,000만 달러이며 이는 2021년 1,889억 1,000만 달러에서 약간 감소한 규모임.
- 중국은 대만을 필요시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본토와 재결합시켜야 할 '본토에서 이탈한 성(省)'으로 간주함. 그러나 차이잉원(Tsai Ing-wen) 총통이 이끄는 대만의 반중 성향 민진당(DPP) 행정부는 집권 이후 줄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해 옴. 4월 초 미국을 방문한 차이잉원 총통이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미 하원의장을 만난 후 대만 해협에서 중국의 군사 훈련으로 인해 양안 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음.
- 대만의 DMI 에너지 컨설팅 업체 대표이자 경제학자인 대니 호(Danny Ho)는 대만이 오랫동안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인해 자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해 왔다고 전함. 대만은 마늘, 팥, 바나나, 감자, 양파 등 830종의 농산물을 포함해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약 2,460개의 품목을 반입 금지하고 있음. 이 외에도 788개 품목에 대해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음.
- 분석가들은 중국이 ECFA 폐기보다는 섬유, 광물금속 화학제품 및 농산물 등 대(對)대만 수출에서 장벽으로 인식되는 부분을 다루는 협정의 개정을 요구하거나 이와 유사한 대만 상품의 수입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진단함.
- 대만의 중국 본토 수출은 ECFA 프레임워크 출범 후 첫 10년 동안 2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대만의 전 세계 수출 증가율은 11%에 그쳤음. 중국 본토도 대만으로부터 11월 선적량은 전년 동기 대비 2.9%, 1월과 2월에는 30.9%, 3월에는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남. 중국 세관총서(General Administration of Customs) 수치에 따르면, 대만에서 중국 본토로 육류에서 과일 및 채소에 이르는 농축산물의 총수입액은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53.5% 감소했음.
- 대만 경제는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주요 수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감소와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문제로 인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됨. 대만의 분석가들은 정부가 필요하다면 연말까지 조사에 협조하되 중국 본토 제품에 더 이상 시장을 개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함.
- ECFA의 폐기는 대만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는 동시에 중국 본토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임. 향후 잠재적 경제 제재가 잇따를 수도 있음. 타이베이 국립 양밍자오퉁대학 기업경영연구소의 후진리(Hu Jin-li) 교수는 중국의 무역장벽 조사가 대만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함.
- 리 페이(Li Fei) 말레이시아 샤먼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총통 선거 결과에 따라 중국의 압박 수위가 달라질 것이며, 중국은 과거보다 긍정적인 양안 관계 속에서 체결된 ECFA의 폐기를 절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