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랑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방송까지 한다면서?" "응, 종편 사업자 선정됐으니까..." "이제 채널 더 늘어나겠네. 요즘 케이블을 봐도 볼 게 별로 없었는데 잘 됐다." "뭐, 그건 사실이지만 문제가 많아."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화제가 금세 바뀌어 버려서 기회를 놓쳤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정말 종편 방송 출범을 반길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지 보수 쪽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 중에 재미있는 프로그램만 있다면 종편을 즐겨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른바 '조중동 방송'이 특혜 방송이라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일반 시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언론 독과점이나 미디어 생태계 파괴 같은 문제점도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먼 얘기겠죠. 쉽지 않은 싸움입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조중동방송 불매운동의 성공전략' 토론회.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어제 때마침 국회에서 열린 '조중동방송 불매운동의 성공전략' 토론회에 다녀왔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조중동' 종편 방송 지분 참여 기업들을 거론하며 앞으로 해당 기업 상품 불매운동을 통해 '조중동 방송'을 퇴출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불매운동으로 손해를 입은 기업들이 종편 지분 참여를 포기하면 '조중동 방송'은 자본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중동 방송'이 약속한 자본납입금은 중앙일보 jTBC가 4220억 원으로 제일 많고, 동아일보 채널A가 4076억원, 조선일보 CSTV가 3100억 원입니다.
발제에 나선 양재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는 여론 독과점과 미디어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조중동 방송'을 막기 위해 불매운동이 성공해야 한다면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SNS를 통한 불매운동의 확산을 주장했습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조중동방송 불매운동의 성공전략' 토론회.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반면, 불매운동에 대한 법적인 한계와 시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2008년 조중동 광고기업 불매운동 관련 소송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을 변호했던 김정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업무방해죄 폐지 없이 안정적 불매운동은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현 단계에서는 직접적인 불매운동보다는 조중동 방송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도 불매운동이 '조중동 방송'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토론회에서 관련 기업 및 상품도 공개됐습니다.
트위터 상에서 진행되는 '조중동 방송 저지' 행진(http://isparade.jp 사이트에서 #nocjdtv 검색) 촬영 : 오마이뉴스 김시연
하지만, 고 기자의 말처럼 그보다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 종편 방송의 문제점을 더 널리 알려 공감을 얻는 일입니다.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 불매운동이 시작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제 친구처럼 채널이 늘어난다고 종편 방송을 기대하고 있을 시청자들이 불매운동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제 토론회에서 관련 온라인 사이트 개설과 SNS를 이용한 홍보 방법도 제기됐던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종편 방송이 우리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해 나가야 합니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종편 방송의 폐해를 알려야 합니다. 문제의식이 생겨야 불매운동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