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기 143, 이완기 혈압 92㎜Hg로 고혈압에 접어든 김OO(56·충주)씨. 그는 얼마 전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정상 혈압을 되찾았다. ‘고혈압의 온천욕 개선 효과’라는 임상시험(연구책임자, 원주세브란스 소아과 이해용 교수)에 참가해 효과를 본 것. 그는 2주간 탄산온천에 주 5회 온천욕(15분 탕욕)을 하고 마지막 시험 다음 날 혈압을 쟀다. 그 결과 수축기 혈압은 120, 이완기는 85㎜Hg로 낮아졌다. 당시 임상에 참가했던 10명의 참가자 모두 혈압이 떨어졌다(평균 수축기 11, 이완기 9). 이 교수는 “온천수의 화학성분이 혈관의 내피세포에 영향을 미쳐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온천 또는 물을 이용한 의학적 연구와 활용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메디칼스파연합회(회장 전세일, CHA의과학대 교수)가 결성되는가 하면 대한온천요법학회(회장 김홍직, 오킴스피부과 원장)가 설립돼 연구 활동을 하며 보완요법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온천치료 받은 환자 약값 30~40% 줄어
스파의 의학적 활용은 미국과 유럽·일본이 훨씬 앞서 있다. 3000여 개의 온천을 보유한 일본은 이미 1954년 국민보양온천지 제도를 도입했다. 2008년 현재 91개소가 운영되고, 온천요법의사가 있는 온천병원만 54개에 이른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온천의 치료 효과를 인정해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온천 치료를 받은 사람의 약제비가 온천요양 전에 비해 30~40% 감소하고 결근율도 30% 감소됐다는 연구 보고가 있을 정도.
CHA의대 바이오스파학과 장태수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50~60년대는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하는 팻팜, 70년대는 미용성형을 부가한 뷰티팜, 90년대엔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데이 스파로 발전했다”며 “2000년 이후 건강진단과 휴양·미용·비만치료 등 개인에 맞는 메디컬 스파가 유행해 3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파의 효능은 물의 온도·수압·점성(마찰)을 활용한다. 여기에 온천의 경우 화학성분 효과가 추가된다. 대표적인 것이 온열 작용. 혈관 확장과 대사촉진, 자율신경 조절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돕는다.
내년 의료진 상주하는 메디컬 스파 첫선
이달 10일 열린 온천요법학회에서 김철준 유성웰리스 병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의 온천 입욕 효과’를 발표했다. 50~70세의 여성을 세 그룹으로 나눠 온천 치료군에게 섭씨 38~40도의 물에서 20분간 두 차례 입욕(중간에 10분 휴식)하는 방식으로 3주 임상을 진행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관절통과 관절운동 범위·보행 속도·보행 안정성이 향상된 것. 김O자(여·56)씨의 경우 무릎관절 굴곡 각도가 시험 전 128도에서 145도로 커졌고, 통증 척도는 6.8에서 4.5로 감소(10점 기준)했다. 보행 속도와 균형감각 능력도 향상됐다.
온천의 화학적 성분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높다. 가톨릭 의정부성모병원 피부과 김진우 교수는 경·중증 아토피 환자에게 4주간 하루 30분 온천욕(용출 온도 40도, pH 7.5~8.5의 약알칼리천)을 시행했다. 그 결과, 최근 한 달간 약을 쓰지 않은 7명 중 5명, 온천욕 시작과 함께 약을 중단한 3명 중 1명, 약과 온천욕을 병행한 5명 중 2명에서 증상의 호전을 관찰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의료진이 상주하며 치료를 접목한 정통 메디컬 스파는 없다. 차병원이 내년 3월 목표로 추진하는 1800평 규모의 메디칼스파(서울 청담동)가 유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는 의료진이 상주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항노화 치료, 건강검진, 피부관리 등을 진행한다.
따라서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중적인 메디컬 스파는 여전히 온천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수온 35도 이상, 유황 등 유효성분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서 건강상담실과 운동욕장 등을 갖춘 곳에 ‘보양온천’ 지정을 하고 있다. 현재 보양온천으로 허가된 곳은 두 달 전 기준을 통과한 설악 워터피아와 도고온천 등 두 곳이다.
김홍직 온천요법회장은 “전국 온천 중 30~40곳이 보양온천의 조건을 갖추고 지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지만 온천으로 건강 효과를 보기 위해선 이 분야를 전공한 의사와의 연계와 지속적인 연구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고종관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스파를 하고 싶다고 꼭 시설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물의 온도와 수압, 그리고 약간의 허브만 첨가하면 훌륭한 홈스파가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물의 온도와 목욕법에 따라 효과가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 가정에서 질환에 따라 쉽게 할 수 있는 건강 스파를 알아본다.
잠 잘 못 들면 40~41도 물에
목욕물의 온도가 중요하다. 원리는 릴랙스를 도와 주는 자율신경의 부교감신경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섭씨 42~45도의 고온욕은 오히려 교감신경을 자극해 진정보다 뇌를 각성시킨다. 반면 섭씨 40~41도의 미온욕은 신경을 진정시키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 준다. 혈압도 내려 주고, 신진대사도 느려지면서 정신이완 효과를 나타낸다. 여름에는 외부 온도보다 1~2도 수온을 낮추고, 입욕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들어가면 목욕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발만 담그는 각탕욕 또한 불면을 도와 준다. 오수유 20g을 끓인 다음 식초를 약간 부어 하루에 한번 30분간 발을 담그면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다.
저혈압이면 42도 안팎 온도에 5분씩 반복
혈압이 높은 사람은 39도 전후의 미온욕을 매일 20~30분씩 반복한다. 보통 목욕을 시작하면 혈압이 오르는 것이 원칙이지만 체온과 비슷한 불감온도에선 오히려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약간 내려간다. 욕탕뿐 아니라 욕실도 따뜻하게 유지해야 목욕 후 냉기에 의해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혈관 수축을 막을 수 있다. 반신욕은 심폐기능에 영향을 덜 주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저혈압인 사람은 반대로 고온욕이 유리하다. 42도 전후의 뜨거운 목욕을 5분가량 짧게 반복한다.
위산 많으면 식사 전에 고온욕 좋아
위산 분비가 너무 많으면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고생한다. 위산이 위벽에 염증을 일으키고, 만성화하면 점막이 허는 궤양이 된다. 때론 위산이 식도로 올라오는 식도역류로 가슴이 답답한 증상도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목욕물 온도가 42~43도가 되는 고온욕을 하면 위산 분비가 억제된다. 또 고온욕을 짧게 하면 식욕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위산이 많은 사람에겐 식사 전에 고온욕을 추천한다. 반대로 33~35도의 약간 찬물에 오랜 시간 목욕을 하면 위산이 증가된다. 만성 소화불량인 사람은 저온욕 대신 고온욕이 적당하다.
급성 요통 땐 37~38도서 서서히 올려야
탕욕은 허리 근육의 긴장을 풀어줄 뿐 아니라 혈액순환을 개선해 통증을 줄이도록 작용한다. 하지만 만성 요통환자와 급성 요통환자는 수온을 달리해야 한다. 만성인 경우엔 40도 전후의 미지근한 목욕이 좋다. 미온욕에서는 진통작용이 있지만 고온욕에선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이때 목욕은 20~30분간 장시간 한다.
허리를 갑자기 삐거나 다친 급성요통 시엔 따뜻한 목욕이 역효과를 낸다. 처음 24~36시간은 얼음 찜질을 하고,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미저온욕(37~38도)으로 시작해 차츰 온도를 높인다. 목욕 중에는 두 다리를 안듯 감싸 허리의 부담을 줄인다.
기침 잦으면 발만 담그는 게 효과적
감기에 걸렸을 때는 39~40도의 따뜻한 물에서 탕욕을 즐긴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면역력이 높아지고, 노폐물 배출도 잘 된다. 몸이 무겁고 오한이 있으면 뜨거운 물을 선호하는데 지나치게 뜨거운 물은 피하는 게 좋다.
가래가 끓고 기침을 할 때는 족탕이 도움이 된다. 후추·복숭아씨·치자열매를 달인 40~50도의 물에 두 발을 담근다. 이렇게 1일 3회, 1회 30분씩 계속하면 기침이 준다.
자궁 기능 떨이지면 한약재 넣고 반신욕
월경불순·갱년기 장애·산후풍·불임 등 부인과 질환을 치료하려면 먼저 전신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 원래 냉증이란 말은 몸의 양기가 떨어져 손발이 차고 자궁의 기능이 떨어지는 소위 음증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때 탕욕이 많이 권장된다. 골반의 혈행 상태를 좋게 하고 자율신경을 자극해 자궁의 기능이 개선된다. 반신욕도 같은 효과를 낸다. 물에 애엽(쑥)·소엽·당귀 등 한약재를 첨가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아토피엔 미지근한 물로
피부를 청결히 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주 목욕하거나, 특히 너무 더운 물로 자극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해조목욕·박하목욕·창포목욕 등 열을 내리는 재료로 목욕하면 도움이 된다. 피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씻어 줘 자극을 최소화한다. 미지근한 36~38도의 물이 적당하다. 여드름에는 말린 알로에를 찧어 즙을 낸 다음 그것으로 1일 2~3회, 10일간 환부를 씻는다.
샤워할 땐 심장→손→어깨→뒷목 순서로
샤워기의 물줄기를 이용하거나, 비누 거품 또 스크럽제를 활용하면 피부 탄력과 각질 제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줄기를 이용할 때는 먼저 심장 부위를 2~3분 따뜻하게 한 뒤 다음으로 손에서 어깨 부위로, 어깨와 뒷목 발끝을 2~3분 덥힌다. 그리고 발끝에서 서혜부로 이동해 물을 고루 뿌려 주고, 몸 전체를 고루 마사지한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스크럽제는 종류가 다양하다. 소금·설탕·꽃의 씨앗이나 열매 등 다양한 크기·모양으로 이뤄져 피부 상태에 따라 선택한다. 몸의 온도를 적당히 높이고,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자극감 없도록 문지르는 것이 요령. 스크럽제의 종류에 따라 피부 각질 제거·유연성·모이스처 효과가 있다.
고종관 기자
도움말·자료 송미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장태수 차병원 바이오스파학과 교수
첫댓글 스파안하모 안될까
물값이 더 많이 나가것는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