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81)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15)
~ 죽변 해안 지나 금강송 숲으로(수산교 – 부구삼거리 24.7km)
5월 23일(월), 맑고 쾌적한 날씨다. 아침 일찍 숙소 앞의 식당에서 다슬기탕을 들고 8시에 엑스포 공원 쪽으로 나섰다. 오늘 코스는 해파랑길 울진구간 26~27코스. 주변에 장미꽃이 활짝 피고 새소리 지저귀는 아름다운 길이다. 공원의 끝자락에서 큰 도로 따라 걸으니 산길로 접어든다. 예상 밖의 빠른 산길에 약간 당황하였으나 정면 돌파의 기세로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한 시간여 걸으니 울진 읍내의 번화가를 지나 공원(푸른 쉼터)에 이른다. 아침부터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 공원 손질에 바쁘다. 한적한 고을로 생각한 것과는 달리 고급관광호텔이 들어서고 보수와 개발 공사가 계속 진행 중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울진 엑스포공원의 해돋이, 사진작가인 배준태 단장의 작품이다
읍내를 빠져나와 해안으로 들어서니 멀리 죽변항이 시야에 들어오고 아름다운 해안 길이 길게 이어진다. 영덕의 블루로드에서 자극받았을까, 녹색경관길이라 붙인 팻말이 자주 눈에 띠고. 10시 경에 온양리 정자에서 휴식을 취한 후 30여분 걸으니 죽변면에 들어선다. 죽변항 가까운 곳에 이르니 봉평신라비 유적지가 200m라 새긴 안내판이 보인다. 국보로 지정된 명소를 그냥 지나치는 것이 아쉽다. 항구로 들어서니 오래된 향나무가 고고한 품격으로 일행을 맞아주네.
점심장소는 수산시장부근의 한우전문점(이레한우), 메뉴는 쌈밥이다. 수산물 펄떡이는 항구에서 고깃집을 찾는 것이 약간 이상하지만 땀 흘리며 걷는 데는 해물보다 고단백의 육 고기가 더 낫겠다는 진행부서의 배려다. 젊은 층은 물론 장년들도 채소 쌈에 고기 얹어 맛있게 든다.
쌈밥을 맛있게 든다, 중국인 왕펑 씨가 올린 사진
한 시간여 쉬었다가 12시 40분, 오후 걷기에 나섰다. 항구의 끝자락에 새로 개설된 해안 길을 돌아서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살피는 해상경관이 명승이다. 가는 길목에는 오래 전 인기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촬영세트가 관광용으로 보존되어 있고. 그 길 건너 길게 이어지는 야산으로 들어선다.
야산에서 다시 큰 도로로 나오니 울진원자력발전소가 눈앞에 나타난다. 옆길로 한참 걸으니 도로변에 울창한 소나무 숲이 빽빽하다. 유명한 울진 금강송이다 숲길은 발전소 본부로 연결되고 본부로 가는 담벼락에는 주민들의 항의를 담은 현수막이 수없이 걸려 있다. 발전소 측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는 현안이 존재하는 듯.
원자력발전소 본부 앞 숲에 이르니 울진의 걷기 베테랑 남규현 씨가 일행을 반가이 맞는다. 전날 저녁 그에게서 들은 울진의 개황을 설명한 터라 대원들도 친숙한 느낌으로 인사를 나눈다. 목마른 일행들에게 음료를 선물로 가져오고. 2년 전에도 맛있는 딸기를 대접하였는데 바쁜 틈을 내 일부러 찾아주어 감사하다.
부구 원자력발전소 본부 앞 공원에서 울진 동호인과 대화를 나누는 일행
숙소(황제장모텔)에서 가까운 공터의 도착지에 이르니 오후 3시, 24.7km를 걸었다. 비교적 일찍 끝난 셈, 휴식일 없이 보름 넘게 강행군한 몸을 풀기에는 온천이 적격이다. 유명한 덕구온천이 인근에 있으니 희망자는 여장을 풀고 온천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일부는 숙소애서 휴식을 취하고 반수 이상이 온천 행을 택한다. 여러 날 땀 흘리며 걸었으니 체중은 얼마나 줄었을까, 어떤 이는 4kg 줄었고 대부분 1~2kg 정도 줄었다네. 한 시간여 피로를 풀고 숙소 옆의 식당(토방래)에서 먹는 저녁(메뉴는 보쌈정식)이 꿀맛이다. 연일 강행군한 몸의 피로도 풀었으니 푹 쉬고 열심히 걷자.
* 아내가 걷기에 참고가 되는 글을 보내왔다. 무언의 응원이리라.
‘걷다
걷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과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한 팔이 앞으로 가면 다른 팔은 뒤로 간다.
한 발을 앞으로 내밀면 다른 발은 뒤에 남는다.
두 팔의 어긋남과 두 발의 어긋남의 연속이 걷는 모습이다.
그래. 어긋남의 반복이 삶이었구나.
흔들리면서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구나.
신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