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 빵을 계속 빵집이나 마트에서 구매하여 사용해 왔는데
코로나로 오랫동안 성찬을 하지 못하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변화를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찬 빵을 카스테라, 호밀빵, 심지어 모카빵까지
너무 달기도 하고 성의도 없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무교병'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무교병 만드는 방법이 여기 저기에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실제 유대인들이 만드는 무교병 영상도 찾아보았어요.
제가 상상하던 '빵'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샌드위치 만들거나 부침개나 부쳐봤지 밀가루 반죽 직접 하여 빵을 굽는 것과 같은
홈베이킹이라고 할만한 것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두려움에 휩싸였으나
막상 동영상을 보니 재료도 너무 간단하고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준비물은 기본적으로 박력분과 소금 약간, 물
여기에 버터나 올리브유, 양파가루를 첨가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저는 우선 순수한 맛(?)을 위해 박력분, 소금, 물로만 반죽을 했습니다.
처음 시도할 때의 사진들입니다. 밀가루 한 컵 정도에 소금 약간 넣고(순전히 감으로)
물을 조금만 넣고 계속 반죽을 하다 보면 이렇게 동글동글 말랑말랑한 반죽이 됩니다.
이것을 밀대.... 가 없는 관계로 마늘 찧을 때 쓰는 큰 나무 방망이를 깨끗이 닦아 말린 후
나무도마 위에 놓고 밀었습니다. 수분이 적어서 굳이 밀가루를 뿌리지 않아도 달라붙지 않더라구요.
두께를 어느 정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시행착오 겪을 겸 여러 두께로 해 보았어요.
구멍은 포크로 낸 자국들인데 설명을 들어보니 예수님께서 채찍을 맞으시고 고난을 당한 것을 나타낸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부수적인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저 구멍을 뚫어놓지 않으면 군데 군데 은근 많이 부풀어 오릅니다
집에서 두 가지 방법으로 해 보았습니다. 왼쪽은 에어프라이어에, 오른쪽은 팬에 버터를 살짝 바르고.
그 결과 아래쪽 사진에 두 방법의 확연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왼쪽 위 조금 탄 부분이 있는 것이 팬에 구운 것이구요, 아래쪽이 에어프라이어에 익힌 것입니다. 에어프라이어에 익힌 것은 수분이 너무 말라서 갈라지더라구요. 탈까봐 중간중간 진짜 많이 열어봤어요.
그리고, 쪼개서 먹어봤습니다.
음...
밍밍... 합니다.
그런데 맛있어요. ^^ 참 크래커 느낌입니다. 이렇게 부서지는 것이 원래 맞는건가 고민이 좀 되었는데
부서지고 떼어지는 과정을 통해 예수님의 살과 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두번 째 시도.
전날 구워놓고 다음날 예배 시간에 먹어보니 바삭함은 좀 사라지고 약간 눅눅...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식감이 좀 다르긴 했습니다. 그래도 무난하게 잘 치렀구요. 목사님께서 성찬예식 진행하시면서 무교병 반으로 쪼개시는데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살짝 당황하신 기색이었으나 익숙하신 듯이..
그래서 두 번째는 두께를 조금 두껍게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ㅋㅋㅋㅋㅋ 너무 딱딱해서 이가 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성도님께서 만들어주신 저 포도즙이 없었더라면 어우...
세 번째 시도.
이번엔 진짜 얇게 만들었구요
직접 불이 닿게 하여 그릴에 구워봤습니다. 구멍을 제대로 못 뚫었는지 기포가 좀 징그럽죠. 하... 언제쯤 예쁘게 성공하려나.
큰 덩어리는 목사님께서 예식 진행하실 때 보여주는 용으로 만들고
옆에 작은 조각은 나누어 주실 때 한 사람에게 한 조각씩 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부스러기도 많이 안생기고 너무 좋겠다 생각하며. 스스로 기특해 했지요.
그런데.... 목사님도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하셨으면서
저 작은 조각을 옆에 두고 큰 조각을 떼어서 주시더라구요. 깜빡했다고 하시며.
저희는 남은 조각들은 예배 후 식사 때 함께 내놓습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해요.
최근 소요리문답 공부하면서 성찬에 대해 이야기 한 것들도 생각나고
어떤 분께서는 당시 유대인들이 빠르게 조리하고 음식이 상하지 않으려면 이렇게 바싹 마른 상태였어야 할거라는
놀라운 통찰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의미있고 즐겁게 성찬을 누리며
주일을 보냅니다.
아이들과 가정에서 함께 무교병을 만들면서 유월절에 대한 이야기,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함께 나누어도 좋구요, 저처럼 교회에서 무교병 만들려고 하시는 분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싶어 기록으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