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에서 만나는 김유신 장군(2부) / 김성문
<1부에서 계속>
다음은 지소 부인께 술을 올릴 차례였다. 홀을 꽂고 무릎을 꿇었다. 부인은 태종무열대왕의 공주로, 기품 있고 곱다는 모습으로 전해진다. 온화한 인상은 내조자로서의 기품을 느끼게 한다. 지소 부인의 신위 앞에서도 단술 한 잔을 정성껏 올리고, 다시 흥무대왕 신위 앞으로 나와 의례를 계속했다.
이어 대축이 왼편에 자리해 동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장중한 음성으로 축문을 낭독했다. 참사자 모두가 머리를 숙이고 그 목소리를 경청했다.
ʻ대왕의 위엄은 삼국에 미치고 공적은 백세百世를 지나 성웅의 뛰어난 공적이 남아 있어, 향사가 쇠퇴하지 않아 깨끗한 희생犧牲과 여러 가지 제물을 마련하여 향사를 올리니 흠향하시옵소서.ʼ
축문이 끝나자 모두 일어섰다. 초헌관으로서 역할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어서 아헌관이 동동주인 앙제盎齊를 올렸고, 종헌관은 맑은 청주를 올렸다. 아헌과 종헌에는 축문 없이 술잔만 정중히 바쳐졌다. 세 번의 헌작이 끝나고 이어진 순서는 음복례였다.
대축이 주는 술 한 잔과 육포를 받았다. 조상과 함께한 제물로 복을 나누는 음복은, 그 제물에 깃든 복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이다. 이어 삼헌관이 다시 네 번 절을 올리고, 참사자 전원이 마지막으로 신령을 전송하는 의례인 폐백과 축문을 태우는 망료례가 이어졌다. 그 의식은 신령을 먼 곳으로 배웅한다는 뜻이다. 초헌관으로서 신령을 전송하는 의례를 지켜보았다.
알자가 다가와 큰 소리로 외쳤다.
“예필! 禮畢!”
숭고한 제사의 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숨을 고르며 삼문을 나섰다. 제단을 나서는 순간, 마음속에 뭉클한 무언가가 남았다. 조상과 만나는 일은 제사의 형식을 넘는다. 그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다시금 자각하게 하는 일이며, 오늘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원시 농경 시대를 거쳐 산업화, 지식정보화, 그리고 AI 시대에 이르렀다. 삶의 방식은 변했지만, 조상을 향한 마음은 여전하다. 제사의 형식은 시대에 맞게 간소화될 수 있겠지만, 그 정신만은 시대를 넘어 계승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조상을 향한 예는 결국 자신을 향한 예이기도 하다.
숭무전 대제를 마치며 다시금 깨닫는다. 선조의 삶 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끈이 ʻ예禮ʼ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오래도록 마음에 새긴다.
경주 숭무전 대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