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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선 작가의 연재실화소설-배타는 사람들[3]
장편소설 <나의 첫 번째 男子> 저자인 중국동포 장금선 작가는 현재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실화소설을 <동포세계신문>에 연재한다.
이 소설은 보따리상들의 삶을 몸소 겪으며 쓴 글이기에 더욱 실감난다.
제3화 해맞이
그 남자가 나의 손을 꼭 쥐여 당기여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저쪽 쏘파의 한국남자가 우리곁에 와 서있었다.
“아줌마. 이제 금방 식당에서 자던 사람들이 쓸어 나오기 전에 걸상이나
차지해야 앉을 자리나 있짢우.”
그제야 보니 나의 한쪽 손은 연변여자가 꼭 쥐고 있었다. 급히 일어나 이불을 복무원에게 주고 걸상앞에 짐을 놓고 앉았다. `중국시간은 네시고 한국시간은 다섯시다. 이때 과연 식당에서 물건을 들고 배낭을 멘 사람들이 나와 급히 걸상을 차지했다. 걸상은 재미있는 영화를 보는 영화관처럼 빈 걸상하나 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후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걸상곁에 우두커니 서서 걸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놓인 우쪽 옆은 여자의 화장실이고 좌쪽 옆은 남자의 화장실이다. 걸상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워 그 여자가 먼저 화장실로 가자 나는 그여자의 배낭을 살짝 빈 걸상위에 올려 놓았다. 커쿨진 웬 남자가 오더니 배낭을 내려놓고 그자리에 덜썩 앉아 버렸다.
“미안하지만 여긴 사람이 있는데요.”
“여기는 사람이 앉는 자리지 배낭이 앉는 자리가 아니거던.”
그 남자는 무뚝뚝하게 말하면서 나를 보지도 않았다. 연변여자가 나오자 내 자리에 앉히고 화장실에서 나와 곧추 뒤갑판으로 나왔다. 대청만큼 커 보이는 뒤갑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나는 철간을 부여잡고 망망한 새벽바다를 바라보았다. 짙은 재빛구름의 장막에 가리운 새벽의 바다는 회색이였다. 하늘도 바다도 한 덩어리가 되어 우주공간은 회색의 세계로 변해있었다.
홀연, 나는 바다와 하늘 사이로 그리운 님의 얼굴을 보았다. 똑똑히 보려고 애를 쓸수록 몽록해지는 님의 얼굴은 저 하늘 세상으로 간지 그 몇해이던가!?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넓어지면서 슬픔도 고독도 사라진다고 하던 말은 거짓이다. 나는 바다를 피하여 갑판에 눈을 돌렸다. 갑판에서는 아침 신체단련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각색의 자세로 체조를 하고 있었다. 그중 칠십이 썩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는 기다란 흰수염을 날리며 갑판 중간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손바닥을 펼쳐 손칼을 만들어 자기 목을 자르는 시늉을 끓임없이 하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킥-! 하고 웃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 목만 자르고 있었다.
갑자기 동방의 하늘이 불붙듯이 검붉은 빛으로 변한다. 불덩이 같이 빨간 태양이 망망한 바다속으로 부터 꿈틀거리며 머리를 내여민다. 바다속에서 옹군 밤을 목욕을 하고난 듯한 태양은 언제보다 더욱 빨갛고 깨끗한 몸으로 바다를 어루 만지였다. 뒤따라 바다에서 검붉은 파도가 일어서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는 또 한 덩어리가 되여 검붉은 새 무대를 펼쳐 놓았다.
* * *
‘아! 또 하루가 시작이구나!’
누구인가 한탄하듯 말했다. 이때 기계실 문이 열리면서 젊은 기계사가 태극기를 갑판의 중심에 있는 기대(旗杆)에 올린다. 태극기는 바람에 펄럭이며 요란한 소리를 내였다. 갑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은 삽시에 태극기에 집중하였다. 이상하게 태극기를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은 서로 서로 틀린다. 같은 배에 실렸고 같은 상인이지만 한 나라 사람이 아니다. 중국인, 한국인, 대만인도 있다. 중국의 조선족과 한국인은 한 민족이지만 한 나라인이 아니다. 문화혁명시기 쪽배를 타고 한국으로 도망친 중국국적인 한족들이 있는가 하면 해방 전쟁시기 국민당 장개석과 함께 대만으로 도망쳤던 사람들과 그들의 후대도 있다. 본래 서로 원쑤처럼 여긴 인간들이, 서로 만나면 죽일려고 벼렸던 인간들이, 지금 휘날리는 태극기 아래의 한 배 안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개방이 낳은 위대한 단결의 성과다.
“킨씨오”의 높이는 삼층 집만큼 하고 길이는 100미터쯤이고 너비는 30미터이
다. 하층은 화물바구니를 싣고 이층은 한국식 미닫이 방이고, 삼층는 고급침실이
다. 몇 백 명이 넘는 인간들이 좁은 배 안에서 뱅뱅 돌며 서로 부딫치며 살다보니 매일 같이 생각지 못한 괴상하고, 웃음이 터지는 일들이 바다의 파도같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때 중국 한족 여복무원의 한국말 통지가 들려왔다. 귀를 바싹 귀 기울리고 말 의미를 분석해서야 알아들었다.
“관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는 식권을 파오니 식사를 하실 분들은 식당에 오셔서 식권을 구입하시고 식사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꽌깨 열러뿐 아닝하씬니까. 찌끔뿌터 씨땅에서 씨싸을 하쑤인느 씨꿔늘
파오니 씨싸르 하씰 뿐드런 씨땅에 오서서 씨꿘늘 꾸임하씨꼬 씨싸하시낄 빠람니따.”
* * *
이때 배낭 하나는 메고 하나는 부둥 켜안은 젊은 여자가 갑판에 나타났다.
여기 배에서 이 처럼 젊은 여자가 나타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거의 동시에 여자한테로 쏠렸다. 바로 나와 같이 잠을 잔 연변여자
다. 이때서야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조선족 여자의 대표적
인 얼굴이다. 동그스럼하고 얇은 얼굴에 반달 눈이 반짝이고 도툼한 입술은 약간 헤벌리고 있어 더욱 귀여워 보였다. 그는 어머니를 찿는 눈길로 나를 찿아 헤매고 있었다.
“언니! 여기에 있구만!”
연변여자는 길을 잃은 아이가 엄마를 찿은 듯이 울먹하여 나한테로 걸오 오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걸음이 이상함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확실히 다리를 절고 있었다. 몹시는 아니고 살짝살짝 절고 있어 오히려 가련하고 불쌍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동정심을 일으키고 있었다.
빨갛게 타오르는 태양은 갑판에 해맞이 나온 여행객들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푸른 파도와 하늘 사이로 수많은 해연이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갑자기 해연은 소용돌이 치며 한 곳으로 몰려 돌며 흥분에 넘친 소리를 질렀다. 아까 손칼로 자기 목을 베는 시늉을 하던 할아버지가 한 손에 새우깡 주머니를 들고 한 손은 새우깡 쪼각을 높이 들었다. 해연 한 마리가 눈깜짝 할 사이에 할아버지 손의 새우깡을 물고 날아가버렸다. 할아버지 얼굴에는 행복의 미소가 어렸다. 또 새우깡을 높이 들었다. 두 번째 해연이 물고 날아갔다. 나는 불현듯 놀라운 세절을 발견하였다.
수많은 해연이 몰려들어 새우깡을 빼앗아 먹는 것이 아니라 정연히 줄을 지어 한 마리가 물고 날아나면 다음 뒤에 해연이 따랐다. 줄은 곧게가 아니라 원을 지었기에 피특 보면 알아 볼수 없었다. 그만! 해연 한 마리는 미처 물지 못하고 새우깡이 바다에 떨어졌다. 그래도 해연이는 앞으로 날아나 버리고 뒤에 해연이 따른다. 아! 말 못하는 동물세계에도 철 같은 제도가 있고 양보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빈 새우깡 주머니를 털었으나 해연은 할아버지를 에워싸고 회전하였다. 여행객들이 할아버지를 본따 자기 손에 식품을 높이 들어 해연이를 오라고 불렀으나 해연이는 여전히 할아버지 머리우에서 애처럽게 소리 질렀다. 한 여행객 아버지가 남자애를 앉고 할아버지 곁에 바싹 붙어섰다. 끝내 해연 한 마리가 남자애의 손에 든 새우깡을 앗아 물고 날아났다.
그 순간! 남자애의 새된 소리가 들려왔다. 해연이 새우깡을 물어가는 찰나에 남자애의 손가락을 물었다 놓았다. 놀라움과 아픔이 아닌 기묘한 직감에 쏟아져 나오는 괴상한 소리다. 흥분에 넘친 남자애의 환호소리가 바다의 상공에 울려펴졌다. 그 소리에 홀연, 나도 유년시절로 돌아간 듯이 가슴이 유쾌하였다.
제4화 하선(下船)
“오올스땐바 오올스땐선! 오올스땐바 오올스땐션!”
갑자기 광보에서 한국말도 아니고 중국말도 아닌 괴상한 말이 흘러 나왔다. 우렁진 남자의 목소리는 분명 사무장의 목소리다.
“저. 무슨 말인데요?”
나는 호기심을 참지 못해 물었다.
“배가 부두에 도착했다는 말이우.”
그럼 배가 중국 석도에 도착했다는 말이구나. 하지만 웬일인지 배는 계속 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끌고 뒤갑판으로 나왔다. 석도의 부두는 크지는 않지만 크고 작은 배들이 눈이 자라지 못하도록 바다가에 늘어져 있었고 육지에는 화물바구니가 아이들의 장난감처럼 높이 쌓여 있다. 그 옆에는 육중한 기중기가 하늘로 쳐들리고 있었다.
어쩐지 고향이 있는 중국이라 마음이 셀레이고 눈 익어 보였다. 나는 고향의 북쪽 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의 맛이 섞인 공기를 힘껏 들이켰다. 이때에야 우연히 배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배 몸이 돌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배 아래를 내려다 보기에 나도 따라 보니 온 몸에 낡은 자동차 바퀴를 동여맨 작은 배 하나가 배 뒤쪽을 밀고 똑 같은 배 하나는 실한 바줄로 배머리를 당기고 있었다. 그래서 소설에 언제나 “배는 천천히 부두에 도착했다.” 하는 모양이다. 하선이 시작되였다.
대청에는 또 꼬집는 듯이 말하는 상해 여인들 세상이다. 끝내 상해여인들 말 소리가 대청속에서 차차 사라졌다. 상인들의 하선이다. 배 아래에서는 우리를 “배타는 사람” 이라고 하고 배 위에서는 “상인”이라 한다. 왜서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호마가 있는 상인들이 다 내리자 질서위원들도 따라내리고 호마없는 우리들만 남았다.
“호마 없는 사람들은 순서대로 한 줄로 서슈. 새치기를 하문 안되는 게.”
쏘파에서 거북의 잠을 자던 한국남자가 배낭을 메고 우리를 지휘하였다.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한족여자 셋이 앞으로 나가 섰다.
“너히들은 새치기는 왜 하는가 말이여. 뒤로 가, 뒤로!”
한국인은 화가 나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으나 세여자는 못 들은 척 한다.
“아줌마! 좀 번역하소. 중국말 뒀다가 쑥떡 해 먹을라.”
“아가씨들! 새치기 하지 말고 뒤로 가랍니다.”
세 여자는 마지 못해 뒤로 물러섰다.
“아줌마. 바싹 나늘 따라와.”
그래도 나는 못 들은 척 뒤로 물러나 맨뒤 제자리에 돌아 와 연변여자를 앞세우고 줄을 섰다. 나는 또 상선 할때와 같이 용이 마지막 꼬랑지가 되여 배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리자 뻐스에 올랐다. 뻐스에 앉아 약 사 오 분 되어 세관 문앞에 내렸다. 이미 세관 안에는 네 줄로 줄을 선 사람들이 정연하게 서 있었다. 이상한 것은 이 많은 사람을 담은 세관 안은 물을 뿌린듯이 조용하여 도장을 찍는 “팡!팡!”소리가 각별라게 들려왔다. 살그머니 살펴보니 사람들 얼굴마다 아주 태연한 듯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당황한 빛이 감출수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서야 불현듯 교회에서 “배타는 사람들이 물건을 감추고 다닌다” 던 말이 떠올랐다. 대체 무엇 때문에 감추고 무슨 물건을 어디가 어떻게 감추는지?
* * *
여권에 도장을 찍고 몇 걸음 안되어 왼쪽으로 90도로 돌아서니 모두들 자기 짐을 내려 검은 피대 위에 올려 놓아 에쓰레를 지나가고 있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기차역에 들어 설 때마다 있는 아주 정상적인 일이였다. 하지만 여기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오른쪽에는 소학교 책상같은 상이 기다랗게 놓여 있고 책상 안쪽에는 검은 변방복을 입은 병사가 책상마다 엄숙한 얼굴로 서있었다. 그리고 피대에서 나온 배낭을 쥐려는 그곳에도 변방 병사가 몸을 수색하는 기계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피대에서 요행 안전히 나왔다고 급히 자기 배낭을 쥐려는 찰나이면 유리창 안에서 컴퓨터를 보던 과장이 배낭을 가르키면 배낭의 주인은 얼굴이 꺼멓게 변해 버린다.
“당신의 배낭을 책상 위에 올려 놓으시요.”
벌써 대여섯 사람 배낭이 책상 위에서 해부를 당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
을 찿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만약 내 큰 배낭이 잡히면 내 작은 가방을 동생이 얼른 쥐고 나가 주오.”
나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예!" 하고 대답은 했다. 그때서야 보니 어떻게 된 문세인지 영자 언니가 곧바로 내 앞에 있었다. 영자 언니가 큰 배낭을 피대에 올려 놓은 순간! 나는 영어를 쓴 담배 한 갑을 발견하였다. 분명 영자 언니의 몸에서 떨어진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떨어졌는지 전혀 알수 없고 왜 담배를 감추었는지 알수 없으나 어쨌던 발견되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살그머니 아니, 그래도 재빠르게 발끝으로 차버렸다. 면바로 담배는 검역대 책상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뿔싸! 책상 앞에 서 있던 변방 병사 눈에 발견되였다. 나한테나 영자 언니한테 이제 곧 재난이 닥쳐 올 것이다. 이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나타났다. 병사는 홀연 못본 척 머리를 돌리고 혼자 “킥!” 하고 웃어버렸다. 하지만 배낭을 피대에 올려놓는 나의 손이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세관문을 나왔다.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고 바다도 푸르건만 어쩐지 나는 전혀 알수 없는 다른 한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감각에 가슴이 설레였다.
그 세계에서 그 어떤 알 수 없는 희비락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는지 두려우면서도 괴상한 호기심에 끌려 헤여 나올 수가 없었다.
본래 중국땅에 내리면 집으로 가버리려던 나의 생각은 저도 모르게 완전히 바뀌고 있었다.
<다음 호에서 계속>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36호 2015년 4월 30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36호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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