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꾸준하게 선방하고 있는 모델이 있으니 바로 대형 세단이다. 준대형이나 중형 세단보다 판매량은 낮지만,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꾸준한 수요가 이어진다는 점 때문에 각 브랜드에서도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수입 브랜드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가 선두를 지키고 있고, BMW의 7시리즈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황이다. BMW에서는 지난 4월 새로운 7시리즈와 i7을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 동시에 공개했는데, 불과 한 달 남짓된 시점에 국내에 실물이 공수되어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BMW 코리아는 지난 5월 2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연례행사인 BMW 엑설런스 라운지를 개최해 현장을 찾았다.
BMW의 럭셔리 클래스 고객을 위한 BMW 엑설런스 라운지는 신차와 한정판 모델에 대한 소개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클래스도 제공하는 행사다. 올해는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 ‘CONNECT, BTS’에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미디어 디렉터 강이연 작가와 ‘THIS IS FORWADISM’을 주제로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BMW의 대표 럭셔리 모델인 7시리즈와 X7을 작가가 보고 느낀 것들을 시각화한 미디어 아트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M850i
행사장 중앙 무대에 베일을 쓰고 있는 모델은 BMW의 럭셔리 쿠페인 8시리즈의 고성능 모델 M850i x드라이브 그란 쿠페로, 국내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유의 스타일은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요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전면부에서는 새 부분변경 모델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U자형 바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눈에 띄지만, 그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특별한 BMW 엠블럼이다. BMW 로고를 하늘색과 빨간색, 파란색이 감싸고 있는 형태인데, 1973년 레이스카에 처음 적용되고 1978년 M1에 양산모델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사용된 로고이다. M 브랜드 탄생 50주년을 맞아 6월부터 국내에 판매되는 M 브랜드 모델에 한정적으로 적용된다고.
M 브랜드 50주년 기념 특별 로고가 적용된다
M 브랜드에 걸맞게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의 4.4L V8 M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어 제로백(0-100km/h) 3.9초의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다. 고성능에 걸맞게 M 스포츠 디퍼렌셜과 M 스포츠 브레이크, M 테크놀로지 패키지 등이 더해져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각종 주행 보조 기능과 편의 기능들이 더해진 M850i는 오는 7월 출시 예정으로, 6월 1일부터 사전 예약을 실시하며, 한정판인 퍼스트 에디션은 온라인 구매 사이트를 통해 선보인다고 한다.
신형 7시리즈
이렇게 소개가 끝나는가 했지만 관람석 뒤편에 들어올 땐 보지 못했던 무대가 숨어있었다. 알고보니 오늘의 진짜 주인공인 완전변경 7시리즈와 BMW의 새로운 전기차인 i7이 공개되는 현장이다. 커튼이 좌우로 열리자 날카로운 눈매와 거대한 키드니 그릴을 가진 거대한 차량이 어둠속에서 실루엣을 드러낸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와 너비, 높이 모두 증가한데다 그릴 역시도 크기가 커진 덕분에 압도적인 모습이다. 조명이 비추며 드러난 7시리즈는 커진 그릴 덕분에 엔진룸이 훨씬 더 커진 느낌이다. 헤드라이트는 상하 2개로 나뉘는데 상단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조명을 더해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의 역할을 맡는다.
31.3인치 8K 스크린이 더해져 실내를 영화관으로 바꿔놓는다
외관도 압도적이지만 실내는 그보다 더하다. 럭셔리 세단답게 앞좌석보다는 뒷좌석에 더 많은 공을 들였음을 금세 느낄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31.3인치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가 압권. 천장에서 펼쳐지는 스크린은 8K 해상도 지원과 함께 유튜브 온디멘드 영상 스트리밍까지 지원한다. 바워스 & 윌킨스 서라운드 시스템은 헤드레스트 내장 스피커와 등받이 옵션 익사이터 스피커 등으로 뒷좌석 탑승자에게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한다.
i7
i7은 함께 공개된 7시리즈와 외장은 닮아있지만 실내는 확 다른 느낌을 준다. 7시리즈의 대시보드 주변은 갈색의 가죽과 카본으로 고급스러우면서 강인함이 느껴지는 반면, i7은 우드 트림과 흰색 가죽으로 마무리해 친환경차라는 느낌을 강조한 모습이다. 센터 디스플레이 하단에 풍량 조절이나 비상등 버튼 등은 터치 방식으로 바꿔 깔끔한 디자인으로 마무리했다.
두 모델 모두 자동 열림/닫힘 기능을 더해 뒷좌석 탑승자가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으며, 4개 시트 각각 개별적으로 온도조절이 가능한데, 도어 핸들에 탑재된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기능들을 확인해보고 싶었으나, 양산 차량이 아닌 시제품이어서 세부적인 기능은 확인할 수 없었다.
신형 7시리즈와 i7 모두 7월 7일부터 사전 예약을 실시하며, 대상 모델은 740i sDrive와 i7 xDrive60이다. 국내 공식 출시는 11월로 예정되어 있는데, 상당한 시일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제품을 공수해올 만큼 BMW가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공격적인 디자인으로 변신한 7시리즈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i7이 본격 출시되면 2023년 프리미엄 세단 시장은 두 독일 브랜드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브랜드마다 특색을 담은 디자인에 각종 편의장비로 무장하는 가운데, 먼저 시장에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와 EQS와의 경쟁에서 BMW의 신형 7시리즈들이 내연기관과 전기차 양쪽 모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내년 시장을 유심히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