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학급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전에 겨울방학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12월 말에 방학을 시작하여 공휴일을 함께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 졌다. 아이들은 카드를 만들자고도 하고, 학급에 트리를 장식하자고도 한다. 소박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선물이 되면서 체험을 겸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다가 `크리스마스 팽이`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팽이의 상판을 그리고 꾸미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또래 평가를 받아 함께 칭찬하였다. 과연 아름다운 팽이가 돌기도 잘할까? 완성된 팽이로 놀이 방법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멋진 놀이를 만들어 노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만든 귀한 팽이를 바닥에 두기가 아까워 들고 이리 저리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교사는 실물 화상기를 켰다. 책상 위를 깨끗하게 치우고 `후루루 짭짭`을 흔들어 2명의 아이를 호명하고 소박한 학급의 재치쟁이 두 명을 불러 한 명은 중계방송을, 한 명은 카메라맨을 시켰다. 어찌나 실감나게 팽이 경기를 중계하고 찍는지 앞에 앉아 있은 아이들은 직접 경기를 보고, 뒤에 앉은 아이들은 중계와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짜릿한 역전과 의외의 결과들을 즐겼다. 이제 어떻게 노는지 알게 된 아이들은 짝과 함께 둘이서, 분단별로, 친구 그룹으로, 다양한 모둠을 만들어 논다. 쉬는 기간이 되니 아예 동그랗게 자리를 만들어 논다.
수업의 연영이다. 아이들의 놀이는 진화해서 다양한 규칙들이 붙는다. 더 흥미진진해 진다. 소박한 교사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은 열심히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다시 수업이 시작되고 이야기 나눔을 했다. 팽이 경기에서 잘하는 기술을 발표하자고 했더니 학급 전체가 손을 든다. 모두가 나름의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 명씩 들어 주고 `그래 그러면 좋겠구나` 라고 이야기 해주기로 하고 경청했다. 평소에 그렇게 발표하는 친구를 보면서 경청하자고 할 때는 안하더니만 이제는 팽이를 잘 돌리는 아이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하다. 아이들은 필요한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한다. 학습이다. 소박한 교사는 교사가 주는 것만 배우게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경험들의 쌓임이 다른 과제가 와도 흥미를 가지고 열심히 방법을 찾아내는 원동력을 만들 것이다. 다른 사람을 관찰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웃고 즐기는 이 과정도 아이들에게는 학습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기 위해 자신이 성공했던 방법을 가르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리 저리 자기가 실패해 보지 않으면 배우지 못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값진 성공을 경험한 아이들일수록 자존감이 높아진다. 아! 하면 되는 구나! 라고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여러 줄에 놓을 줄 아는 행복한 아이가 된다. 팽이는 잘 못하지만 제기는 내가 잘해! 운동은 못하지만 책읽기는 내가 최고지! 청소를 나만큼 꼼꼼하게 하는 친구 있나? 난 숙제를 한 번도 안 해온 적이 없어! 편식 없이 급식을 매일 맛있게 먹어.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 아이들이 이루는 일상의 사소한 성공을 큰 성공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칭찬이다. 이런 것을 아는 어른들이 가끔 착각을 한다. 어른들이 하는 칭찬이 아이들에게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경우도 가끔 있다. 집에서 부모님께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하는 친구들은 학급에서 선생님의 칭찬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의 인정이 정말 중요하다. 칭찬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아이들이 눈치 못 채게 또래 칭찬 샤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교사가 만들어 줄 수 있다.
요즘 한 명을 두고 온 몸에 샤워를 하듯 칭찬을 몰아주는 `칭찬 샤워`를 동료 선생님들도 자주 하신다. 소박한 학급에서 가끔 이루어지는 일이다. `칭찬 샤워`하고 돌아가면 또래들의 칭찬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은 눈치 채지 못하게 의기소침한 아이의 용기에 선생님의 반응으로 아이들의 칭찬샤워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때도 있다. 착한 아이들의 세상이다. 팽이 하나로 마냥 행복했던 소박한 학급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가 끝났다. 오늘 저녁 집에서 부모님 앞에서 크리스마스 팽이를 돌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물론 혼자 돌리고 있을 아이들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오늘 낮에 있었던 재미있던 장면을 떠 올리면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방과 후에 아이들의 빈 책상을 보면서 지나치게 진지했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혼자 피식 웃는 소박한 교사처럼 말이다. 이렇게 소박한 학급의 2018년이 마무리가 된다. 아이들은 오늘도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하고 하교하였다. 소박한 교사가 매일 부끄러우려고 만든 인사이다. `사랑합니다.`라고 서로 인사를 하면 `내가 과연 오늘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했는가?` 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다. 그러면 내일은 더 사랑하게 된다. 아이들도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1학기보다 요즘 더 진심이 담아진 인사를 받는다. 누가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겠는가? 소박한 교사는 복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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