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해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특이 요건은 바로 건물 철거에 있어서 당사자 합의가 없을 경우라는 것이다. 법정지상권의 대부분은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건물과 토지의 소유자가 변경되어 이와 같은 요건이 없는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그 범위가 법적으로 규정된 경우 외에 당사자 합의에 의하여 변경된 경우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같은 이유로 법률의 규정보다는 당사자 합의여부 특히 당사자의 의사가 중요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서는 철거 합의에 관하여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그 의사는“토지를 계속 사용한다”라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 여부가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건물 철거의 합의 보다는 그 이후 신축하여 “토지를 계속 사용한다”는 의사에 중점을 두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법원판단
토지와 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였다가 건물 또는 토지가 매매 기타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되었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그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던 경우에는 건물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에 대하여 그 건물을 위한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없다( 대법원 1988. 9. 27. 선고 87다카27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건물 철거의 합의가 관습상의 법정지상권 발생의 소극적 요건이 되는 이유는 그러한 합의가 없을 때라야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후에도 건물 소유자로 하여금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계속 사용케 하려는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데 있고, 한편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건물을 소유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권리가 아니라,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권리여서, 위에서 말하는 '묵시적 합의'라는 당사자의 추정 의사는 건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계속 사용한다'는 데 중점이 있는 의사라 할 것이므로, 건물 철거의 합의에 위와 같은 묵시적 합의를 깨뜨리는 효력, 즉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의 발생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있기 위하여서는, 단지 형식적으로 건물을 철거한다는 내용만이 아니라 건물을 철거함으로써 토지의 계속 사용을 그만두고자 하는 당사자의 의사가 그 합의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