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차사랑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비껴간 노선이 있습니다.
이미 30년전, 복선전철로 개량되면서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지고 멋없어보이는 ㅗ자형 역사만이 가득한 그 곳.
어느 선배는 자기 고향에 있는 역은 열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만이라서 기차를 타려면 충주까지 가야한다며 아쉬워합니다.
( 그 선배가 말한역은 사실 음성역입니다. 그런데 열차가 서는 횟수는 음성역이나 충주역이나 같습니다.
그러나 그 선배 역시 여느 보통 사람처럼 그 역에 열차가 서는지 모릅니다. 철도는 그런 존재였던 것인듯 합니다. )
#2.
동화가 현실 어디선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버스나 열차로 그 곳을 찾아가려면 단양역이나 제천에서 들어가야 합니다. 더이상 단성역에는 열차가 서지 않습니다.
하루에 들어가는 버스는 5번 밖에 없지만 사람들은 알음알음 물어서 이 곳까지 찾아옵니다.
지금은 도시에서 사라지고만 동네 헌 책방에서 느껴지던 오래 묵은 책을 뒤지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만화책도 많거든요.
돈 안 받으니까 만화책 실컷 보고.
아주머니가 들어오게 되면 가서 나무 뜯고.
그러면 온 가족이 와서 다 즐길 수 있는 게 되잖아요."
"우리 손님들하고 같이 어울려서
차도 마시고 얘기도 하고.
즐길 수 있는 게 좋잖아요,
그렇죠?
그럼 더없이 내 생각에는
돈은 못 벌어도 후에
후회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3.
몇년전 MBC에서 하던 '느낌표'라는 프로그램, 거기에서 '책,책,책,책을 읽읍시다'를 기억하시나요?
순천, 진해, 제주, 서귀포, 정읍, 김해에 만들어진 기적의 도서관... 그 뒤의 이야기 입니다.
어린이를 위해 도서관을 짓는 일이 매우 작고 상식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어른들은 그러한 필요성에 둔감했고, 더구나 그것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의 변화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다. 우리는 스스로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우리 자신의 역량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이 도서관을 둘러싼 ‘기적’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되었다. (출판사 서평 中)
그리고, 2011년 여름...
경남 진해의 어느 동네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마음놓고 갈수 있는 도서관이 생깁니다.
인구 17만명의 진해시에는 2005년 36억원을 들여 주조한 21000kg의 시민대종이 있습니다.
2008년 10억을 들여 이것을 벚꽃이 피는 중앙로터리 근처 노후한 시립중앙도서관 자리로 옮겨오려 했습니다.
그러나 진해엄마들의 생각을 달랐습니다. 우선순위는 시민들, 그리고 가장 절실한것은 어린이 도서관.
이미 6년전 개관된 '진해 기적의 도서관'은 하루 400명, 기적같은 성공이지만 이미 수용한계를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2008년 11월 진해시청에 올린 글이 도화선이 되었고, 며칠만에 '도서관을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까지 꾸려지고,
15일만에 진해시청에, 9일만에 4300명 서명을 청와대 민원실에 접수했지만 결과는 거절이었습니다.
민원이 해결책이 아니라는게 확인되자마자 엄마들은 거리로 나섭니다.
도사모 회원의 70~80%는 '튀는' 행동을 꺼리는 군인과 군무원 아내들, 열성회원 35살 세 아주머니는 모두 만삭의 몸.
매주 수요일 도심에서 피케팅을 돌리며 전단지를 돌리고 서명을 받고, 시장실에 찾아가고 국회의원도 면담했습니다.
왜? 그 분들이 하필이면 꼭 어린이 도서관이어야 했을까요?
" 왜 어린이 도서관에 목을 매느냐?
엄마와 아기들, 갈 데가 없습니다.
영화관 안 됩니다. 음악회,
아이 데려가면 큰일 나죠.
미술관도 아이들 싫어해요.
식당도, 심지어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예요."
"8년전에 동쪽에 생긴 기적의 도서관은 동네를 바꿨어요.
젊은 엄마들이 모이면서 새 상권이 만들어지고
마을에는 활기가 돌게 되었어요. 어린이 장난감도서관에도
아이가 모이면 엄마들이 모이고 돈 역시 모여요."
"나는, 우리는 기적의 도서관 하나로 충분해요.
혜택 받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너무 많이 받고 나니 그런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나 혼자 누리면 안되잖아. 세상에, 내가... 여기 엄마들도 다 비슷해요.
그게 우리가 추워도, 더워도 거리에 나간 이유였어요. "
혹시 말입니다.
어린이 장난감 도서관 같은 것... 만약 무궁화 기본요금으로 오고갈 수 있는 거리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수도권에서는 대중교통 요금이 몇천원이라면 엄청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지방으로 가면 달라지곤 합니다.ㅠ
우리나라의 왠만한 노선들은 어지간해서는 대도시, 중소도시의 어지간한 역들과 모두 이어집니다.
반드시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태백선마냥 버스가 더 비싸다던가...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데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대도시 근처 같은 경우라면...?
역 근처에 더이상 쓰지 않는 폐교라던지, 그런 건물들을 활용할 수 있다면?
#4.
곡성의 기차마을, 정선의 레일바이크...
이제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을 살려내는 것도 좋습니다.
모래시계 드라마 하나로 해돋이 명소가 된 정동진이 그랬듯,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경전선 진상역의 그 기억처럼 만큼이나,
역 근처 식물원 하나가 만들어낸 경전선 진주수목원역이 보여준 것처럼,
지금 열차가 다니는 철길과 주변 마을도 보다 활기차게 사람 사는 곳이 될 수 있다면?
주말에 누군가와 함께 밖으로 나갈 때,
활기찬 놀이공원과 테마파크, 익숙한 영화관과 커피샵도 좋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린다면, 철길 옆에서도... 있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때로는 가족이 함께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차 끌고 가지 않아도 커플들이 함께 갈 수 있는 조용한 데이트 코스...?
#5.
언제였을까요? '10년 후 철도'라는 주제로 칼럼이 올라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전철의 확장과 지방 로컬선의 쇠락이라는 양극화로 갈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지금 다니고 있는 철길 옆 폐교(또는 방치된 시설) 를 살려 무언가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역을 살리기 앞서, 역전상회부터 살리고 동네 분위기도 살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묻혀질뻔하다 모래시계로 알려진 정동진, 묻힌것은 드러내고 유명해지더라도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라면?
멀리서 열차로 찾아온 이들에게는 다시찾아오고픈 추억을,
언제 다시 찾아오더라도 그 때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선물을?
#6.
올해로 5년째를 맞는 내일로,
매년 늘어나는 티켓 판매량과 다양해지는 부가 혜택들의 이면에 어느순간 정형화되는 내일로 여행.
여러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도 좋겠지만 여행의 중간에 자연속에서 넉넉하게 쉴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철도, 단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서...
각 농어촌과 중소도시, 그리고 중소도시와 대도시, 심지어 농어촌과 대도시...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없이도 바로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 노선에 그런 역이 한 두개씩만 더 생기더라도, 우리나라의 철도는 또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쓰는 이 글이 어쩌면 Key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힌트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철길옆...
폐역. 그리고 근처의 폐교.
마치 단양의 어느 헌 책방처럼 그 모습을 보고 싶다.
몇년 전 전국에서 불었던 기적의 도서관 바람이,
아이들은 만화책을 보고
아주머니들이 오면 풀을 뜯고
사람들이 오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철도가 사람을 도시로 모으는게 아니라
사람들을 다닐 수 있게 하면서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면,
그것을 통해 기적의 도서관에서 나타난 기적을 더 넓힐 수 있다면?
첫댓글 봉화여중이 군청에서 바로 근처인데도 폐교될정도면 아주 심각하게 인구가 줄어든건데 영양군뒤를 따라서 하락할 줄이야 몰랐네요....
너무나 아깝다,, 재활용 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네요,,
몇달전 통리재 걸어서 내려올때 심포분교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심포리쪽은 구배가 쩔어서 정차할려면 열차에 부담이 클것같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