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밥’된 김밥, 한줄 8000원… 속재료값 인상 여파
김밥 물가 3년만에 20% 넘게 상승
한파 영향… 인건비-가스비도 올라
대학생 이모 씨(23)는 최근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김밥을 시켰다 가격을 보고 놀랐다. 제육김밥 한 줄당 5500원, 돈가스김밥 6000원, 2줄에 총 1만1500원을 내고 보니 일반 밥값과 다를 게 없었다. 이 씨는 “더는 저렴하게 즐기던 그 김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물가와 자재비 인상 등이 겹치면서 일선 분식점에서 기본 김밥 한 줄이 5000원을 넘겼다. 속재료가 추가될 경우 7000∼8000원대까지 올라 ‘김밥 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온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 김밥 부문은 2021년 8월 이후 17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특히 외식 대표 품목 39개 중 전달 대비 상승률이 11%로 가장 높았다.
김밥 가격 인상은 기본적으로 재료값 인상 때문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김밥 특성상 식재료 가격 상승의 타격이 크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당근 1kg은 4838원으로 평년 3230원 대비 49.8% 올랐다. 시금치 역시 kg당 8431원으로 평년 대비 34.2% 늘었다. 오이(10개)와 무(1개)도 각각 34.0%, 10.5% 상승했다. 특히 한파와 태풍 등으로 겨울철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주산 채소 출하가 늦어지며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도 최근 김밥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다른 재료값도 많이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4일 국내산 참깨 500g 가격은 1만6138원으로 평년 대비 23.1% 올랐다. 김(마른김 10장)도 999원으로 전년 대비 9.1%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참기름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다.
가스비 등 운영비 인상 압박도 서민 음식인 김밥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업무난방용 가스 도매요금은 MJ(메가줄)당 34.6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증가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프랜차이즈 김밥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말 일부 품목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지만 재료값 부담에 추가 인상을 고민 중이다. A 씨는 “간편히 즐기는 김밥 가격을 또 올리면 손님이 줄 것 같아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가스비 등 고정비 자체가 너무 올라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