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의 핵심사업으로는 준설과 댐 건설이 있습니다. 그 이외 여러 사업들 중 또 중요한 것으로 '생태공원'을 들 수 있습니다. 작년 말에 4대강 1호 생태공원으로 개장한 '화명동생태공원'을 두고 "버려진 낙동강 둔치에서 아름답게 되살아난.." 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이곳은 "청소년 비행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헷갈리시죠? '청소년 비행장?'이 보이스카웃 청소년들이 비행을 배우는 곳인가? 아니면 '질나쁜' 청소년들이 '비행'을 하는 곳인가? 맞습니다. 예상하신대로 후자입니다.
4대강변을 따라서 수많은 '생태공원'이 생깁니다. 말이 생태지 완전한 인공공원이죠. 강변에는 자생이 불가능한 잔디가 식재되고 또한 어울리지도 않는 소나무가 띄엄띄엄 심어질테고, 물레방아를 돌리거나 작은 정자가 생길겁니다. 큼직한 바위 몇개 갖다 놓기도 하겠죠. 한켠에는 운동기구도 설치되어서 "주민들의 건강에 기여"할 것입니다. 자전거도로와 축구장, 테니스장 같은 시설은 기본입니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이용객 수요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로 우후죽순 마구 생긴다는 점입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한강처럼 그나마 접근성이 좋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도시 변두리지역이나 시골에 만들어진다면 버려진 신세를 면치못할 것입니다.
부산에는 몇개의 강변공원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삼락, 맥도, 을숙도 등이 있었고 화명동에는 4대강 사업을 하며 새로 생긴 듯 합니다. 삼락둔치공원은 제가 자주가는 곳 중 한 곳이었습니다. 비닐하우스가 많았던 곳을 농민들과 적절하게 협의한 뒤 일부는 생태습지(진짜)로 일부는 체육공원으로 또 일부는 유기농지로 바꾸었습니다.
이곳은 접근성이 크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이곳 바로 옆에는 주거단지보다 공단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요구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져 이용객들은 적지 않았습니다. 저녁에 운동하러 나오는 주민들이나 주말에 나들이 나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깐 들러가는 곳으로 많이 이용했죠.
화명생태공원은 이곳과는 크게 다릅니다. 접근성이 삼락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바로 옆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공원이 있는 덕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로로 끊어져 있는 탓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서운? 굴다리를 지나가야 합니다.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오히려 심리적 접근성은 더 떨어지는 듯 합니다. (삼락공원도 비슷하지만 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몇일 전 한겨례신문의 기사에는 "4대강 홍보용 '생태공원' 인적 없는 '우범공원'으로" 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생태공원이 청소년들의 일탈을 돕는 '우범공원'으로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 11일 홍보용으로 개방했지만 불량 청소년들이나 드나드는 곳이라는 거죠. 그 증거로 굴다리 입구에 붙여놓은 인근 중학교 교장의 경고문을 들었습니다.
"청소년의 폭력사고가 많은 취약지역이므로 학생의 출입을 제한합니다."
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작년 개장한 뒤 잠깐 드나드는 것이 다였고, 그 나머지 기간동안은 "불량청소년"들의 아지트가 되었던 셈입니다.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를 적어두었을 정도이니 심각한 상황까지 갔을거란 예상입니다. 금품갈취, 약물흡입(본드 등), 성범죄, 집단패싸움 등 심각한 범죄들이 일어났었겠죠. 멀지 않은 곳에 북구 지역을 관할하는 북부경찰서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젭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이 지역 일대의 청소년들에게 일탈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꼴입니다. 무려 400억원을 들여서 말입니다.
단지 호기심에 술을 먹고 노는 정도라면 문제가 안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외진 공간에서는 더 큰 범죄욕구를 부릅니다. 위에서 예를 든 금품갈취 등 말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이 지역에만 국한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400만 시민의 부산이 이럴진대 이용객 수요가 적은 소도시는 더욱 더 그럴 것이고, 대구나 구미 등 변두리 지역에 만들어지는 생태공원은 상황이 이보다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자연상태 그대로 두었거나, 삼락둔치처럼 비닐하우스 단지를 유기농지로 바꾸거나 하는 등의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면 결코 이런 일은 없었겠죠. 자연을 버려둔 것이라 표현하는 괴상한 정치인들과 그 하수인들에게는 자연보다는 청소년들이 비행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 같긴 합니다.
결론 : 준설이나 댐 건설은 자연을 파괴시키고, 생태공원은 지자체와 청소년들을 골병들게 한다.
4대강 주변 생태공원 조성사업?
아니죠~ "4대강 청소년 비행장 조성사업" 이라 바꾸셔야 할 것 같습니다.
(생태공원 공사비는 '4대강 사업비'로 하지만 유지는 지자체 재원으로 해야합니다. 지금도 힘든데 이런 공원 유지비를 어찌...)
금강 공주의 공산성 앞 '푸른쉼터' 입니다. 이곳도 일종의 강변 생태공원이지만 이용객은 낮잠자는 아저씨 혼자였고, 그 앞에는 술병과 쓰레기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