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체재’로 한때 큰 인기 수익형 부동산…규제 풀리자 오히려 수요 뚝 끊겨
아파트 집중 규제한 데 따른 반사 이익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 지식산업센터 등 ‘아파트 대체 상품’들이 최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올해 들어 아파트 규제가 대거 풀리자면서 ‘대체 주거 상품’을 찾는 수요가 뚝 끊긴 것이다.
생활숙박시설은 소유주가 직접 실거주는 할 수 없지만,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취사 시설이 있어 장기 투숙이 가능한 숙박 시설이다.
한때 청약에 수십만 명이 몰렸던 생숙 중에는 분양가보다 호가를 1억원 넘게 낮춘 매물이 나오는 곳이 있고, 청약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었던 오피스텔 분양권도 프리미엄(웃돈)을 포기한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규제가 거의 없어 한 때 수익형 부동산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도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과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공실 리스크가 겹친 탓이다.
그나마 있는 부동산 수요는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며 대체 주거 상품 시장이 살아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57만명 뚫고 당첨된 생활숙박시설 등 ‘마피’로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들어설 예정인 생활숙박시설 ‘롯데캐슬 르웨스트’ 전용면적 74㎡ 매물은 13억8800만원에 나왔는데 최초 분양가인 15억800만원보다 1억2000만원이나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하 마피·당초 분양가보다 낮은 호가)’ 매물이다. 이 단지는 2021년 8월 청약 당시 57만5950명이 신청하며 6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 직후 최대 1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얼마전까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대출·세금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아 규제를 덜 받는 생활숙박시설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아파트에 비해 대출이 수월하고 분양 계약 즉시 전매도 가능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이 얼어붙자,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식었다. 급기야 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마피’로 분양권을 내놓는 투자자들도 늘기 시작했다.
2021년 12월 분양한 경남 창원시 상남동 ‘힐스테이트 창원 센트럴’은 당시 22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현재 전용 102㎡가 분양가보다 6000만원 낮은 가격에 나와 있다. 2021년 9월 분양 당시 59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푸르지오 시티 시그니처’ 역시 전용 34㎡ 매물의 마피가 3000만원에 달한다.
생활숙박시설과 함께 인기를 누리던 오피스텔도 사정이 비슷하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과천청사역’ 오피스텔 전용면적 84㎡ 매물이 15억6700만원에 나와있다. 최초 분양가와 같은 ‘무(無)피’ 매물이다. 이 오피스텔은 2021년 11월 청약 당시 1398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고, 분양 직후 5000만~1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됐던 고가 오피스텔 중에서도 ‘마피’ 매물이 심심찮게 나온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엘루크 반포’는 분양가에 비해 5000만원까지 낮춘 매물들이 나와 있다. 강남구 논현동 ‘루시아도산208′은 마피가 1억원인 매물도 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틈새 투자처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세제 감면 혜택이 많고 대출 규제도 느슨했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되면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대출도 분양가 및 매매가 대비 80%까지 받을 수 있으며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시장 상황이 역전됐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공급 과잉도 시장 침체에 한몫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를 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신규 승인 및 등록 건수는 2020년 1213건, 2021년 1282건, 2022년 1464건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역시 몸값도 하락세다. 지난 2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이에스비즈타워' 전용면적 187㎡형 사무실이 25억3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7월 같은 면적이 28억80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 넘게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신축 지식산업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KLK 유윈시티'에서는 전용 48㎡형 사무실이 5억원대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 대비 3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경매시장에서도 지식산업센터는 찬밥신세다. 지난 2월 경매에 부쳐진 지식산업센터 물건은 총 47건으로, 이 가운데 10건만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21.3%로 작년 2월(48%)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72.90%로 전년 동월(84.10%) 대비 11.30%포인트 하락했다.
◆아파트 대규모 규제완화로 ‘유탄’ 맞아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과 달리, ‘아파트 대체 상품’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3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7대1에 달한 반면 서울에서 분양한 오피스텔 4개 단지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대1에 그쳤다.
매매 가격에서도 점차 하락 폭이 축소되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의 낙폭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의 지난 2월 매매가격지수 하락률은 -0.27%로 작년 12월(-0.24%)이나 지난 1월(-0.26%)보다 컸다.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오피스텔 등과 같은 아파트 대체 상품 시장의 과열은 부동산 상승장 막바지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아파트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나 대체 상품 시장에도 온기가 돌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이사는 이어 "공급 과잉 상태에서 금리까지 오르면서 지식산업센터 분양, 매매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경기 침체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로 법인인 임차 수요마저 줄어들 경우 공실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