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정개특위는 19대 총선 선거구를 인구가 늘어난 파주,원주 및 신 행정수도인 세종시 선거구를 늘리고 농촌 지역구인 경남 남해,하동과 전남 담양,곡성,구례를 각기 옆 지역구와 붙여 선거구를 통폐합 의원 정수를 총 300명으로 하는 19대 총선 선거구 안을 확정,통과시켰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로 대통령 직선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9차 개헌이 이루어진 이후 실로 25년만에 처음으로 국회의원 정수가 299명에서 한명 늘어난 300명이 된 것이다.
정치가 워낙 저질,막장이다보니 의원정수를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국회의원수를 반이상 줄이거나 국회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분노에 찬 국민여론이 늘상 하늘을 찌르는데, 참으로 배짱 좋으신 여야 국회의원들의 눈물겨운 합의사항이었다.
19대 총선과 관련 여야 정파를 떠난 중립적 자문기구인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애초에 권고한 사안은 인구수가 늘어난 용인,파주등 8개 지역구를 늘리고 인구수가 선거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남해-하동,부산남구등 5개의 지역구를 줄여 3개의 지역구만 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호남 지역구의 통폐합 문제를 놓고 여야간의 이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다보니, 선거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와 시일이 촉박해지자 선관위가 중재안이랍시고 차라리 ‘세종시’ 한 지역구가 추가되어 의원정수 300명이 되는 것으로 하자는 제안을 했고, 결과적으로 선관위의 중재안이 받아들여진 셈이 되었다.
해마다 줄어드는 농촌지역구로 인한 소란도 있었다. 경남 남해-하동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은 정개특위에 뛰어들어 “동료의원을 이런식으로 죽이냐 ?”며 자기 지역구가 옆 지역구인 경남 사천(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 지역구)과 통폐합 되는 문제에 거세게 항의하였다. 이런 광경도 사실 선거구 획정때마다 늘 보게되는 익숙한 광경이다.
김대중 정권때인 지난 2000년 총선때는 동교동 가신출신인 새천년 민주당 김태랑 의원(당시 비례대표)이 선거구 통폐합으로 자기가 출마 예정인 지역구(경남 창녕)가 김용갑 의원의 지역구인 밀양과 통폐합되자, “야 ! XX끼야 ! 내 선거구 왜 없애 ? 나도 30년동안 선생님 모셨는데... ” 하면서 선거구 조정위에 참여한 동료의원의 가슴팍을 치며 거세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대한민국 국회의 의원정수는 소선거구제로 개정된 13대 국회에서 지역구 224석에 전국구 75석을 포함 총 299명으로 처음 확정되었다. 이후 지역구는 14대때 237석, 15대때는 253석까지 늘어났으며 전국구는 상대적으로 그만큼 줄어들었다. 한편 도시는 인구증가로 지역구가 자꾸 늘어나는 반면, 농촌은 인구가 자꾸 줄어들어 한때 도농간 선거구 인구편차가 1:4까지 되어 이에대한 문제점을 일부 언론과 여론이 90년대 후반경부터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2000년 16대 총선때는 IMF로 다들 구조조정 하는데 국회는 구조조정도 안 하느냐는 비아냥 섞인 여론이 일부 일어나, 이때 일시적으로 의원정수가 273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전까진 여야가 다분히 정략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던 이전과 달리 ‘선거구 획정위’란 중립적 자문기구가 처음 생겨나 선거구를 획정하기 시작한것도 이때부터의 일이다.
한편 16대때도 도농간 인구편차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아 이때도 1:3.88의 인구편차가 있었고, 이에 대해 일부에서 위헌소송이 있자 헌법재판소는 선거구 인구편차는 1:3으로 하고, 향후 1:2까지 조정할것을 권고사항으로 하였다.
헌데 헌재의 이와같은 결정은 선거구 대란을 필히 예고하고 있었다. 한때 1:4까지 벌어졌던 선거구 인구편차를 1:3으로 줄이자면, 선거구를 늘리지 않고는 별다른 뾰족하고 합리적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17대 국회에서 의원정수는 본래의 299명으로 환원되었고, 선거구는 이때부터 대체로 1:3의 인구편차를 기준으로 획정되기 시작했다.
헌재가 선거구 도농간 인구편차가 지나치게 많은것을 헌법의 평등권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것에 애초부터 그와같은 의도가 있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헌재의 도농간 인구편차 조정 결정이 결과적으로는 국회에 의원정수를 늘려야하는 합리적(?) 명분만 세워준 격이 되었다. 실제 근래에 들어선 아예 정치권 일각에서 87년 소선거구제 개정 이후 20여년간의 인구증가등을 감안하여 의원정수를 350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국회와 정치라면 염증을 느낄대로 느끼는 일반적인 국민여론과 정서와는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회의 중립적 자문기구인 ‘선거구 획정위’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에 대한 공청회를 열기까지 했고, 이때 한 대학교수는 심지어 의원정수가 360-380석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었다.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여론이 무서워 차마 자기입으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우회적으로 자문기구의 입을 통해 그와같은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여하튼 이번 19대 국회의 선거구는 선거를 5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까지 여야의 이해관계 때문에 끝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다가 ‘차라리 의원정수를 한명 늘리자’는 선관위 중재안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어 의원정수 300명으로 최종 합의를 본 셈이다.
이번 19대 국회의 선거구가 사상최악의 게리맨더링인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어찌되었든 여야의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중립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하기 위해 만든 ‘선거구 획정위’의 권고사항인 ‘용인,파주등 인구가 늘어난 8석을 늘리고 인구가 줄어든 경남 남해-하동,부산 남구등의 5석을 줄여 지역구만 3석 늘리라’는 안을 완전히 무시한 상태에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둘째로 영남과 호남의 농촌지역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갖고 결국 여야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끝까지 엇갈려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했으며
셋째로는 신도시 인구증가등으로 인구가 늘어난 용인이나 수원등의 선거구는 기존의 수지구,기흥구(이상 용인시)등 행정구역을 무시한채 도시 선거구 인구 상한선인 31만을 맞추기 위해 A구의 동을 B구 지역구에 갖다 붙이는 해괴한 방식의 지역구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야의 이해관계 문제 때문에 중립적 기구인 ‘선거구 획정위’의 권고사항을 처음부터 무시한채 선거구 조정 논의에 들어갔다는것은 비난을 받아도 백번은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가 정작 우려하는 문제는 다른데 있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헌재의 도농간 인구편차 권고사항인 1:2 조정과 87년 소선거구 개정 이후의 인구증가등을 명분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회와 정치권이 자기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고 보통은 자문기구나 정치평론가등의 입을 빌어 우회적으로 주장하는 형국이다. 국민여론과 정서가 무서워 차마 자기입으로 그와같은 주장을 하진 못하고, 주변을 통하여 조심스럽게 흘리고만 있는것이다.
헌데 이번에 선관위가 여야간에 끝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선거구 조정에 중재안이랍시고 의원정수를 ‘한명 늘리는’ 대안을 내놓았으니, 겉으로는 차마 내색하지 못해도 속으로는 ‘얼씨구나’ 했을것이다. 아무래도 불안한것이 이번에 의원정수가 한명 늘어난것이 향후 국회의원 정수가 계속 늘어나는 첫 신호탄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일어나는 여야간의 갈등은 그동안 매 선거때마다 있어왔고, 다음 20대 총선이나 21대 총선이라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것은 없을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때 가장 원만하고 합리적인 방안은 차라리 선거구를 늘려 의원정수도 늘어나 여야가 상생(?)하는 방법일것이다. 아무래도 의원정수가 1명 늘어나 300명이 된것은 의원정수 350명으로 가는 첫 신호탄이 될 것 같아 정말 너무너무 불안하다.
건의를 하나 하겠다. 이럴거면 차라리 헌재의 2001년 도농간 선거구 인구편차 권고사안인 1:2를 받아들여 인구 상하한선을 17만-34만으로 해서 지역구 199석, 전국구 50석으로 의원정수를 현재의 299명에서 50명 줄여 249명으로 하자. 필자가 2010 6.2 지방선거 인구를 기준으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해본결과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을 17만-34만으로 할 경우 지역구를 199석까지 줄일수 있어 의원정수를 50명 줄일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혹자는 아예 국회의원 수를 절반이상 줄이자는 주장도 하지만, 이는 너무 혁명적인 변화고 현재의 의원정수를 도농간 인구편차 1:2로 하면 현실적으로도 의원정수를 50명까지 합리적으로 줄일수 있는 방법이 있다.
미안하지만 국회의원을 350명까지 늘리고 싶다는 나리들께는 저속한 표현이긴 하지만 ‘X까 !’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350명 ? 차라리 도농간 인구편차와 상하한선을 1:2, 17만-34만으로 해서 의원정수를 50명 줄이는게 그나마 국민정서에 어느정도 부합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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