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면 멀쩡한 사람도 환자 같아 보인다. 끼리끼리 모이게 되고, 차라리 같이 만나야 편하게 느껴진다. 비로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많았구나 하면서 위안 아닌 위안을 느끼기도 한다. 저 사람들도 저러다 나아서 나가는데 나라고 낫지 않고 못 나갈 것도 없다고 희망이 솟아나기도 한다. 그야말로 혼자서는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셈이다. 저렇게 지지고 볶고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다. 남의 속 이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내놓고 자랑하거나 투정 부리지 않았던 것뿐이다. 서로 이해하면서 걱정하고 가다듬으며 마음이 통한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다정한 이웃이 된다. 서로 위로하고 정보도 나누며 의사소통이 된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퇴원할 날을 기다린다. 서로가 처지를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다. 마치 그들만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아파서 억울하다고 떠들어 댄들 해결될 일이 아니다. 평소에 자기 건강은 자기가 지키라고 한다. 건강할 때 챙겨보라고 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라는 말도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막판에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신통치 않아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조금만 눈여겨 보고 배려했으면 좋을 것을 아쉬워한다. 하얀 꽃에 하얀 감자이고, 자주 꽃에 자주감자라고 한다. 농심의 소박한 마음이다. 하지만 세상은 겉모습이나 빛깔만 보고는 어떻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너무도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엉뚱한 짓에 엉뚱한 일이 많다. 똑바로 보고도 아리송해진다. 섣불리 아는 체했다 덜커덕 실망으로 돌아온다. 내가 속일 줄 알면 남도 나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나 보다. 나만 약은 척한다. 그래 갈수록 눈치만 보듯 신뢰가 무너지면서 안타까운 일이 곧잘 벌어진다.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느냐고 한다. 그럴듯한 말 같아도 곰곰이 눈여겨보면 그럴 만도 하지 싶다.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