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2편】학생 240명·남원 수업 ‘0명’…글로컬캠퍼스의 두 얼굴
학생은 늘었지만 전원 전주서 수업…남원 상주 교수·교직원도 ‘0명’
기숙사·주거대책도 협의 단계…“모집 인원 아닌 실제 정주 인원 따져야”
시의회 “추가 예산, 실제 수업·거주·지역경제 효과로 검증”
학생 약 240명, 남원에서 수업하는 학생 0명, 남원에 상주하는 교수·교직원 0명. 현재 남원글로컬캠퍼스의 현주소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세 가지 숫자다.
2026학년도 1학기 3개 학과 171명으로 학사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2학기에는 학생 규모가 약 24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외형만 보면 대학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 학생이 배우는 곳은 ‘남원’이 아니다.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전북대학교 전주캠퍼스에서 수업한다. 남원에 상주하는 관련 교수와 교직원 역시 현재 한 명도 없다.
학생은 있는데 남원에는 학생이 없고, ‘남원글로컬캠퍼스’라는 이름은 있지만 남원에서 이뤄지는 수업은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본지가 남원시와 전북대학교, 남원시의회로부터 받은 답변을 종합하면 이제 사업을 평가하는 기준을 ‘몇 명을 모집했느냐’에서 ‘실제로 몇 명이 남원에서 배우고 생활하느냐’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이름은 ‘남원글로컬캠퍼스’…수업은 전주에서
전북대에 따르면 2026학년도 1학기 남원글로컬캠퍼스 3개 학과에서 171명의 학사 운영이 시작됐지만 학생들의 수업 장소는 전주캠퍼스다.
2학기에는 학생 규모가 약 24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전북대는 본지 질의에 “2026학년도 2학기에도 전주캠퍼스에서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원에서의 수업은 본관 리모델링과 연합형 행복기숙사 등 캠퍼스 조성이 완료된 이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현재까지 남원글로컬캠퍼스 소속 학생 가운데 남원에서 정규수업을 받는 학생은 사실상 0명이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이 생긴다. 남원글로컬캠퍼스의 성과를 학생 171명, 240명이라는 모집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학생들이 남원이 아닌 전주에서 배우고 생활한다면 학생 증가가 당장 남원의 생활인구 증가나 상권 소비, 청년 정착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학생만 ‘0명’ 아니다…상주 교수·교직원도 ‘0명’
현재 남원글로컬캠퍼스 관련 교수·교직원 가운데 남원에 상주하며 근무하는 인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향후 남원캠퍼스에 몇 명의 교수와 교직원이 상주할지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전북대는 본지가 상시 근무할 교수·교직원의 목표 인원과 배치계획을 묻자 “추후 검토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대학 캠퍼스가 지역에 미치는 효과는 학생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수와 교직원이 근무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며 주변에서 먹고 자고 생활해야 비로소 대학과 도시가 연결된다.
하지만 현재는 학생들도 전주에 있고 교수·교직원도 남원에 상주하지 않는 구조다. 학생 모집이라는 ‘학사 운영’은 이미 시작됐지만 지역이 체감할 수 있는 ‘캠퍼스 운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40명이 남원 오면 어디서 생활하나
학생들이 남원에서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주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본지는 남원시와 전북대에 학생들이 남원으로 이동할 경우 기숙사 등 정주시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물었다.
전북대는 기숙사 등 정주시설이 갖춰지면 남원에서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며 현재 남원시와 연합형 행복기숙사, 공공주택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수용 규모와 예산, 시행 시기 등이 모두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결국 ‘학생을 얼마나 모집할 것인가’에 대한 숫자는 나오고 있지만 ‘그 학생들이 남원 어디에서 생활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셈이다. 학생 약 240명이 실제 남원으로 이동한다면 주거와 식사, 교통 등 생활 기반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2027년 개교’보다 중요한 것은 첫 등교 날짜
1편에서 본지가 지적했듯 남원글로컬캠퍼스는 당초 202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돼 왔지만 본관 리모델링 공사는 2028년 2월까지 예정돼 있다. 남원시와 전북대는 국유재산 관리전환과 국·공유재산 교환, 설계 등의 행정절차로 일정 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주목할 부분은 공사 지연 자체가 아니다. 남원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날짜는 ‘개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시점이 아니라 학생들이 실제 남원캠퍼스로 등교하는 시점이다.
남원시의회 역시 단순히 명목상 학적을 두거나 주소지를 옮기는 행정적인 조치를 실질적인 개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용 강의실과 실험실·연구실 등 교육 인프라가 갖춰지고 학생들이 실제 남원캠퍼스에 등교해 수업을 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개교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원시와 전북대가 제시해야 할 것은 단순한 ‘2027년 개교’라는 표현보다 몇 년 몇 학기부터, 몇 명의 학생이, 어떤 학과부터 남원에서 실제 수업을 시작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라는 지적이다.
150억 원의 성적표, 학생 모집 숫자로 매길 수 있나
남원시는 글로컬캠퍼스 조성을 위해 15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 사업의 명분은 단순한 대학 시설 조성이 아니라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해 청년을 유입하고 이들이 남원에서 생활하며 지역경제와 지역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렇다면 150억 원의 성과 역시 학생 모집 숫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실제 남원 수업 학생 수와 거주 학생 수, 교수·교직원 상주 인원, 지역 내 소비, 지역기업 현장실습, 취업·창업 실적 등이 사업의 실질적인 성적표가 돼야 한다.
남원시는 캠퍼스 이전 이후 학생들이 실제 남원에 거주하기 시작하면 거주 인원과 체류율, 지역 내 소비, 현장실습·취업·창업 등 지역 정착 효과를 지속적으로 측정·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대 역시 남원에서 실질적인 수업이 진행되면 남원시와 협력해 지역 내 소비와 지역기업 현장실습 등 정착 효과를 측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두 ‘앞으로 측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의회 “추가 예산은 실제 남원 효과 보고 판단”
남원시의회는 향후 2단계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추가적인 시 재정부담이 발생할 경우 학생 모집 숫자만 보고 예산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의회는 실제 남원 수업 학생 수와 거주율, 교수·교직원 상주 규모, 지역 상권 소비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예산 심사의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집행부와 대학 측에 실제 남원 수업 학생 수와 거주 학생 수, 교수·교직원 상주 인원, 지역 내 소비 실적, 지역기업 연계 현장실습·취업·창업 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요구하고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사를 통해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향후 글로컬캠퍼스 사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몇 명을 모집했는가’에서 ‘그 가운데 몇 명이 실제 남원에서 배우고 생활하는가’로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240명보다 더 중요한 숫자 ‘0’
남원글로컬캠퍼스 학생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이 사업에서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171명도, 약 240명도, 향후 목표인 연간 250명도 아니다. 현재 남원에서 수업하는 학생 ‘0명’과 남원에 상주하는 교수·교직원 ‘0명’이다.
이 두 개의 ‘0’이 언제 사라지느냐가 남원글로컬캠퍼스가 이름뿐인 캠퍼스에서 실제 지역 대학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될 수 있다.
학생 한 명이 남원에서 수업하고 한 학기를 생활하며 지역에서 소비하고 지역기업과 연결되는 것이 서류상 학생 한 명을 늘리는 것보다 지역에는 훨씬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제 남원시와 전북대가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숫자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을 몇 명 모집했는가”가 아니라 “몇 명이 남원에서 수업하고, 몇 명이 남원에서 살고 있는가”가 남원글로컬캠퍼스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남원글로컬캠퍼스의 진짜 개교는 현판을 거는 날이 아니라 학생들이 전주가 아닌 남원으로 처음 등교하는 날부터 시작될 것이다.
♨출처/임순남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