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영원히
원제 : Tomorrow Is Forever
1946년 미국영화
감독 : 어빙 피첼
음악 : 맥스 스타이너
출연: 오손 웰즈, 클로데트 콜베르, 조지 브렌트,
나탈리 우드, 루실 왓슨, 리처드 롱
조이스 맥켄지
'내일은 영원히'는 감독겸 배우인 오손 웰즈가 연출이 아닌 배우로서만 출연하는 영화인데
배우로서의 오손 웰즈의 진가가 잘 나타난 작품입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아내와 생이별을 하게 된 불행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입니다. 마치 김승호 주연의
'육체의 길'이나 남성판 '마담 X'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입니다. 30-40년대의 톱 여배우
클로데트 콜베르가 오손 웰즈의 상대역으로 출연합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18년, 종전의 기쁨을 맞이한 엘리자베스(클로데트
콜베르)는 그러한 기쁨도 잠시, 전쟁에 참전한 사랑하는 남편 존 앤드류(오손 웰즈)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습니다. 충격을 받은 엘리자베스를 보살펴준 사람은 그녀가
근무하던 화학회사의 사장 해밀턴(조지 브렌트)이었습니다. 자상한 남자인 해밀턴은
존 앤드류의 아이를 임신한 엘리자베스를 정성껏 보살피고, 아들을 출산한 엘리자베스는
해밀턴의 정성에 감복하여 그와 재혼을 합니다.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2차 세계대전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해밀턴과 엘리자베스는
두 아들을 키우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고, 해밀턴의 회사는 점점 번창합니다.
화학연구를 위해서 유럽에서 그 분야에 뛰어난 케슬러 박사를 초빙한 해밀턴,
그런데 케슬러 박사는 죽은줄 알았던 엘리자베스의 전남편이었습니다. 케슬러는
해밀턴의 집에서 엘리자베스를 보고 억장이 무너지지만 내색을 안하고 세월이 흘러
늙고 변한 모습의 케슬러가 존 앤드류라는 것을 엘리자베스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전쟁으로 인하여 오른팔을 잃고 다리까지 절뚝거리는 처지지만 화학분야의
저명한 박사가 된 케슬러는 자신을 보살펴준 오스트리아 의사 부부가 독일군의
총탄에 죽게 되자 그녀의 딸 마가렛(나탈리 우드)를 친딸처럼 보살피고 있습니다.
20년만에 아내와 재회하였으나 엘리자베스는 해밀턴 부인이 되었고, 존 앤드류는
오스트리아인 케슬러 박사가 되어 버렸으니.... 케슬러는 씩씩한 청년으로 성장한
자신의 아들,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존 앤드류를 보고 감회에
젖지만 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합니다.
오손 웰즈는 당시 30세였지만 젊은 외모로 등장하는
장면은 초반부에 잠깐 뿐이다.
오손 웰즈와 나탈리 우드
우리나라 고대 소설 홍길동에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말이
유명하지만 여기서는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내를 여보라고 부르지
못하는 남자의 가엾은 이야기입니다. 당시 30세에 불과했던 오손 웰즈는
나이든 분장을 너무 그럴싸하게 해서 젊은 시절의 연기보다 오히려 20년후의
나이든 연기가 훨씬 더 잘 어울렸는데 26세에 출연한 '시민 케인'에서도 노역을
그럴싸하게 했지만 여기서도 늙고 병약한 초로의 남자를 잘 연기합니다. 평범한
외모지만 30-40년대 흥행력은 꽤 높았던 여배우 클로데트 콜베르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었지만 다른 사람과 재혼해서 꿋꿋이 살아가는 여주인공을 연기합니다.
20년이 지났고 모습이 변했을지언정 너무나 사랑했던 남자를 알아보지 못하는
설정이 좀 억지스러운 점은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인 운명을 잘 전달한
슬프고 재미난 영화입니다. 특히 슬픔을 안으로 삭이고 아내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오손 웰즈의 연기는 가히 일품입니다. 감독으로,
그리고 조연 배우로 더 많이 활동한 오손 웰즈지만 젊은 시절에 이렇게 배우로서
역량도 꽤 높았음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완전한 선역을 연기하는
것도 독특한 느낌입니다.
20년만의 재회 하지만...
노역 분장이 참 잘 어울리는 오손 웰즈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고...
오손 웰즈의 수양딸로 나탈리 우드가 출연하는데 1945년에 촬영된 영화이니
불과 7세 나이였습니다. 나탈리 우드의 깜찍한 아역이 돋보인 '34번가의 기적'
보다 더 먼저 출연한 영화입니다. 나탈리 우드의 공식적인 첫 연기작은 아니지만
아역배우로서 비중있게 출연한 최초의 영화인 셈인데, 울고, 웃고, 슬퍼하고,
아픔을 견뎌내는 연기가 참 대단합니다. 성인 나탈리 우드를 '예쁜 배우'로 많이
인식하고 연기파 배우로 꼽지는 않지만 이렇게 어릴때부터 일찌감치 연기를
시작한 나탈리 우드는 천성이 배우라고 느껴집니다. 예쁜 얼굴에 묻혀서 뛰어난
연기력이 오히려 저평가 된 셈인데, 아역때도 예뻤고, 어른이 되서도 절정의 미모를
보여준 뼈속까지 연예인 끼를 가진 여배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53년에 개봉되었는데, 6.25 전쟁 휴전 직후에 개봉된 작품이라
많은 전쟁 이산가족들이 발생한 당시 우리나라 현실 상황에서 공감을 많이 받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당시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눈물을 흘렸을
것 같습니다.
오손 웰즈의 수양딸로 출연한 나탈리 우드는 당시 7세로
비중있게 출연한 첫 작품이다. 어릴때나 어른일때나
예쁜 외모는 동일함.
아내를 아내라고 부르지 못하고.
남성판 마담 X 같은 느낌의 영화
1차 세계대전에 시작하여 2차대전이 시작하는 시기에 끝나는 점은 고전 멜러영화의
상징적 작품 '애수'와도 비슷합니다. 클로데트 콜베르는 생애 두 번의 전쟁을
경험하며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아픔의 기억을 앉고 살아가면서, 다시 사랑하는
아들을 전쟁터로 입대시켜야 하는 얄궂은 운명의 여인을 연기합니다. 2차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미국영화들을 보면 이렇게 스스로 입대를 자원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많이 보여지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 케인' '위대한 앰버슨' 상하이에서 온 여인' '악의 손길(검은 함정)'등이 오손 웰즈가
감독겸 배우로 활약한 대표적인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순수 배우로 등장한 '내일은
영원히'는 배우 오손 웰즈의 숨겨진 대표작이 될만한 작품입니다. 후반부에 그가
말하는 대사, '현재를 잘 지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일은 영원하니까요'라는 대사가
뭉클하게 와닿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소재의 이야기로 많이 변형되고 응용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길소뜸'도 연상이 되는 작품이고. 전쟁이 없는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는,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도 일깨워주는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이 영화를 살린건 무엇보다 오손 웰즈의 좋은 연기입니다. 젊은 나이에
노역을 이렇게 잘 연기하는 배우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악역을 자주
연기했기에 이런 선역이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ps2 : 클로데트 콜베르는 40대 초반이었는데 신혼 초기의 젊은 모습을 연기하는
장면은 머리까지 길렀지만 많이 어색합니다.
[출처] 내일은 영원히(Tomorrow Is Forever 46년) 오손 웰즈의 명연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