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초에 화정산악회의 보해산행지는 눈 때문에 고흥 두방산으로 바뀌었다.
그 때 난 눈 속이라도 보해산으로 가자고 손을 들었었다.
이번에 화정에서 금귀봉 보해산이 나와 신청을 했다.
토요산행을 안내해 달라던 바보도 다행히 일요일 백아산으로 간다 한다.
일요산행도 있으니 술을 조금만 마시라는 부탁을 뒤로 들으며 일찍 전화해 약속한
쇄락의 차를 타고 염주체육관으로 간다.
강천산휴게소에 들러 따끈한 찰밥으로 아침을 준다.
난 아침을 먹었는데도 맛으로 몇 번 집어 먹는다.
솜다리 총무께서 앞으로는 아침을 준비하시겠다고 한다.
총무와 산행대장 등의 일을 맡아 하는 분들에게는 수고비를 아주 많이 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혼자 한다.
버스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비탈진 의동마을 앞에 닿는다.
마을 길을 따라 가다 정의재라는 제각을 담 너머로 본다.
등산로 입구를 몰라 뒤따라 가다가 마을 어르신에게 금귀봉을 물으니
시멘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라 하신다.
뒤 선 자가 앞선다는 농을 하며 길을 찾는 도리포를 따라 간다.
정수 탱크가 있는 구비길을 올라가니 밭이 나오고 산길이 보이지 않는다.
로타리가 쳐져 있는 얼어있는 밭흙을 밟고 신안주씨와 선산김씨 묘지가 있는 곳에서
또 망설인다. 앞서 간 도리포가 묘지 옆으로 들어가더니 따라 오란다.
산짐승이 다니는 정도의 길만 보인다. 작은 아까시 나무와 산초나무 가시가 길을 막는데
다행이 팔과 스틱으로 헤칠 만하다.
뒤에 오는 이들이 걱정도 되지만 보이지 않는 도리포를 부르며 거친 오르막을 오른다.
스틱으로 가시를 몇 번 치다가 급히 오른다.
20여분 헤맸을까, 능선에서 왼쪽으로 등산로가 나타난다.
마을 뒷쪽 밭쪽으로 더 올라왔어야 했을까?
평평한 능선을 걸으니 앞에 하얀 암봉 두개가 나타난다. 여수님이 고양이봉이라고 한다.
도리포가 먼저 올라 여수가 가져 온 막걸리를 꺼내라 한다.
차에서 마셔버려 많이 줄어들어 아까운 술을 따뤄 마신다.
다행이도 힘들게 뒤따라 와 숨을 몰아쉬는 일행 중에 술을 드시지 않아 고맙다.
성질 급한 도리포가 챙겨 일어나자 나도 따라간다.
우뚝 서 긴 오르막을 거느린 금귀봉은 가끔 하얀 바위를 두어 조망을 열어준다.
하늘이 맑아 조망이 좋다. 거창읍내일까 아파트가 들어선 도시를 감싸고 긴 산줄기들이
벋어내리고 있다. 왼쪽 건너 산능선 뒤로 하얀 눈에 쌓인 덕유산도 선명하다.
중간에 당동에서 올라오는 이정목을 지나 마지막 가파른 등로엔 줄이 쳐저 있다.
11시 45분이 다 되어 산불감시초소 두개가 있고 훤한 공터에 나무 세그루가 위엄있는 금귀봉에 닿는다.
빨간 옷을 입은 산불감시인이 기다리고 있다. 보천님과 함께 솜다리 총무님이 용감하게 올라오신다.
추운 날씨에 따끈한 라면을 끓이고 싶다하니
비어있는 옆 초소로 들어가란다. 부탄가스 버너까지 빌려주신다.
도리포가 북어포를 끓이며 라면을 넣는다. 아침식사였던 찰밥에 도시락 밥까지
넣어 돼지죽인지 개밥인지를 만든다.
추운 날씨에 가스가 힘이 없어 여수가 가스통을 문지른다.
보천님 가져 오신 8년된 독하고 맛있는 술을 마신다.
향이님이시던가 보온병에서 따끈한 정종을 주시어 사양않고 마신다.
도리포 앞의 이슬이도 마신다. 짬뽕이 된 라면은 국물이 없지만 맛있다.
밖에서 점심을 드시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좁은 초소 안에서 다섯이 앉아 성찬을 먹는다.
금귀봉 837m 정상석을 안고 사진을 찍어주고 왼쪽 오른쪽 산줄기들을 본다.
한 시간 가량 금귀봉에서 술 흥성한 점심을 먹고 금귀봉을 내려간다.
북쪽의 바람이 차갑다. 소나무가 늘어선 능선길은 양쪽으로 가파르다.
정봉재인가를 지나 보해산으로 오르는 길은 조망이 열린다.
보해소주가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농담을 하면서 도리포 여수와 함께 씩씩하게 걷는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추위도 잘 이겨내며 일행의 뒷모습을 찍기도 한다.
두 시 가까이 되어 보해산 정상 못 미쳐 암봉에 서서 쉰다.
건너편에서 오는 일행의 옆으로 하얀 절벽이 길다. 우리가 지나온 금귀봉은
저 멀리에 뾰족하다.
두 시반이 되어 도착한 보해산 정상은 조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되고 한쪽에 정상석이 서 있다. 남은 술을 비우고
산을 내려간다. 점점 추워진다. 바위 사이 급경사를 내려가는 일행들을 뒤에서 보며 걷는다.
뒤에 오며 회원들을 챙기는 아스피린과 골드드래곤님을 앞세우고 내가 뒤에 남는다.
저 멀리 우리를 기다리는 빨간 성안관광 버스가 보인다.
구부러진 시멘트 길과 아스팔트 길 사이로 개천이 보인다.
우뚝한 양쪽 산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고 그 사이에 논이 있고 마을이 윘쪽까지 열려 있다.
스레트 지붕이 낡은 건물은 닭을 키운 축사였나 보다.
나무를 베어내고 측백 어린 나무 사이의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난 뒤에서 한참 구경하다가 건방지게 또 후다닥 내려간다.
이제 거친 산행보다 힐링 산행을 하게시겠다는 라멘사랑과 무등골 회장님이 마중을 나오신다.
차 안에서 약해진 공기 스프레이를 바지와 신발에 뿌리고 차로 들어간다.
이제 익숙해진 거창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광주로 이동해 지난 주 해찬솔에서 먹었던
그 집에 가 불백을 먹는다. 도리포와 앉아 또 술을 마시고 만다.
쇄락이 태워 줘 큰길에서 내려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