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30. 불날. 날씨: 미세먼지가 나쁨이지만 하늘이 파랗고 햇볕이 좋다.
[일놀이수학-구슬수학]
병뚜껑 딱지가 여전히 유행입니다. 지난 주말에 시설의 날 나무책상을 사포질할 때 잠깐 시간나는 틈에 3학년 도윤이랑 병뚜껑 딱지를 많이 만들었어요. 덕분에 어린이들과 한참 동안 딱지를 쳤습니다. 이번에는 하윤이, 현준이 거를 많이 땄어요. 물론 어린이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려고 해요. 3학년 정우가 두 개를 빌려달라고 해서 주었습니다. 아침부터 여러 곳에서 소식이 왔어요. 경기꿈의학교,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사업, 마을 공모사업들이 선정되어 즐겁습니다. 특별하게는 우리 6학년 나윤이가 면접을 본 만들어가는 꿈의학교가 선정되어 반갑고, 사회적협동조합형으로 처음 도전한 일놀이꿈의학교 선정도 기쁜 소식입니다. 더불어 학교 밖 청소년 교육지원사업도 선정되었어요. 금액은 줄었지만 과목 선생님 강사비로 쓰이게 되어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1월, 2월, 3월 컴퓨터를 잡고 바깥공모 사업서를 썼던 애씀이 좋은 결과로 나와 반갑고 좋습니다. 낮에는 지지난해 도움선생으로 함께 일했던 심지윤 선생이 낮은 학년에게 강강술래를 가르쳐주러 학교에 왔다 가서 정말 반가웠어요.
2학년과 수학 수업은 역시 일놀이 수학입니다. 본디 이야기 수학을 하는 날인데 일놀이 수학하는 재미에 빠져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만드는 수학은 다음 맛있는 수학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놀이 수학 주제는 구슬로 만나는 덧셈과 곱셈입니다. 먼저 구슬수학을 하기 위해서는 구슬수학 교구를 만들어야 해요. 목재 창고에서 쓸 만한 나무를 고르고, 톱과 나사못을 박을 연장을 챙겨놓았습니다. 다 함께 숲속놀이터에서 길이를 재고 톱질을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번갈아가며 서로 잡아주고 도우며 하는 톱질 모습은 언제 봐도 정겨워요. 어릴 적부터 도구를 쓰는 일머리가 자라도록 하는 것은 어린이 본성에도 알맞고 인류 진화의 유전자에 어울리는 일입니다. 모래종이로 육면체 나무 날을 부드럽게 만드는 건 이제 익숙하게 마치네요.
교실로 들어와 한참을 쉬다 두 번째 차례로 들어갑니다. 길고 넓은 육면체 나무를 짧은 탁자 위에 길게 올려놓고 구슬을 굴려보게 했어요. 당연히 구슬은 내려가다 옆으로 빠지고, 운이 좋으면 끝까지 갑니다. 여러 차례 한 뒤에 이제는 넓고 긴 육면체 받침목나무 위에 가는 육면체나무 두 개를 틈을 주고 올려놓았어요. 구슬이 굴러갈 길을 만드는 겁니다. 올려만 놓고 어린이들이 구슬을 굴리기를 한참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잘 굴러간 구슬이 쭉 빠져버리고 양쪽에서 위에 있는 육면체 나무를 잡아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구슬 길 끝을 막는 짧은 나무 조각을 대니 차례로 구슬이 쌓이게 되요. 드디어 고정시키는 일을 시작합니다. 목공 풀을 나무에 바르며 재미난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목공풀 나오는 게 꼭 뿌지직 나오는 똥같다니 한바탕 웃습니다. 지구인이 되어가는 어린이들에게 생리현상은 늘 재미난 웃음거리예요.
다 함께 뒤집어서 붙이고 조금 기다린 뒤에 고정시킬 나사를 꺼냈어요. 전동드릴이 조금 무거워 어린이들이 쓰기에 어렵지만 선생이 힘을 보태 같이 손을 잡아주면 할 수 있답니다. 다 함께 힘을 모아 잡아주고 나사를 조이며 전동드릴 쓰임새도 보고 완성을 해갑니다. 배우고 익힐 도구를 스스로 만드는 것은 수학 공부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무슨 배움이든 다가서는 마음이 달라짐을 느끼곤 합니다. 돈을 주고 쉽게 사는 세상에서 땀 흘려 정성껏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놀이감을 만든다는 건 생산하는 기쁨과 뭐든지 애씀과 정성, 땀이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우는 게지요. 온 몸을 써서 수학을 하고 과학을 하는 건 감각과 감성을 그대로 자극시키고 뇌의 조화로운 발달을 가져와요. 수와 셈만을 수학으로 여기는 생각을 바꾸는 것은 수와 셈에 약한 어린이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만, 기준을 세우고 규칙을 찾는 수학이 삶을 가꾼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구슬수학 도구를 다 만들었으니 이제 놀면서 수를 세고 셈을 찾아봐야지요. 하나 둘 셋 넷... 백까지 구슬을 굴리며 100을 만납니다. 앗 그런데 선생 착각으로 91에서 멈추고 말았어요. 길이를 100으로 착각하고 톱질을 한 줄 몰랐던 거죠. 뭐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91까지가 기준이고 나머지 9가 더 필요한 길이를 재고 잘라서 붙이는 게 일이겠지만 시간이 없어요. 100이 되려면 9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하고 100-91=9라는 걸 알고 넘어가는 게지요. 어린이들이 수학 공책에 해오는 100의 보수 놀이는 공책과 구슬교구에서 번갈아 확인을 한 셈입니다. 구구단 9곱하기 9가 81이니 구구단 놀이를 하기에는 충분한 교구입니다.
다음은 91개의 구슬이 가득 찬 구슬수학 교구 나무판 위에 눈금을 쓰는 차례입니다. 오늘은 10진법을 기준으로 지난번 만든 대나무자를 쓰며 열 개 단위로 선을 그렸어요. 어린이들이 정성껏 차례로 구슬을 다시 세고 선을 그립니다. 어린이들에게 뭐든지 대충하는 건 수학하는 자세와 멀어요. 어림수학이 아닌 정밀하게 측정해야 하는 영역이거든요. 9개의 선이 그려졌으니 한 개 선의 길이가 구슬 10개를 뜻한다는 걸 감각으로 알게 됩니다. 구슬 하나마다 눈금을 그려넣는 건 다음 시간으로 미루고, 다음 놀이로 이어갑니다. 구슬을 1개를 굴리고, 2개를 같이 굴리고, 차례로 3개, 4개를 굴리니 10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구슬 2개씩 굴리며 짝수 2, 4, 6, 8, 10, 12, 14, 16, 18, 20개의 구슬이 쌓이는 걸 세면서 확인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0이라 부르고 그 위에 2개씩 내려 보내며 세면서 0+2, 0+2+2=4, 0+2+2+2=6, 0+2+2+2+2=8, 0+2+2+2+2+2=10, 0+2+2+2+2+2+2=12, 0+2+2+2+2+2+2+2=14, 0+2+2+2+2+2+2+2+2=16, 0+2+2+2+2+2+2+2+2+2=18, 0+2+2+2+2+2+2+2+2+2+2=20을 만들어본 셈입니다. 칠판에 쓰고 우리가 구슬로 무엇을 했는지 하나하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곱셈을 만났어요. 앗 그런데 한 어린이는 구구단을 벌써 2단, 3단, 5단까지 안다고 해요. 구구단도 만나는 차례가 있는데 일찍 만나버렸네요. 물론 그래도 상관없어요. 구구단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많은 걸 해야 하거든요. 지금은 덧셈과 곱셈이 얼마나 정겨운 사이인지 감각 놀이로, 측정놀이로, 제작놀이로 알아 가면 됩니다. 더하기와 빼기, 곱하기를 만들면서, 먹으면서, 놀면서, 실컷 할 거니까요.
점심때가 됐을 때쯤 하린이를 불렀어요. 아침에 오자마자 수학 공책을 내밀었거든요. 어제 수학시간에 내 준 100의 보수 만들기 숙제를 해 와서 보여주는 겁니다. 100의 보수를 아주 잘 해요. 어제도 규칙을 알았다고 해서 이번에는 길게 물어봤어요. 어제 100의 보수 공책을 보여주며 쉽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했거든요. 선생이 아직 가르쳐주지 않은 규칙을 알아낸 셈이라 반가워서 물어보았어요.
“누가 가르쳐 주었어요?”
“아니요.”
“와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쉽게 하는 거야?”
“음. 일의 자리는 가르쳐준 대로 10의 짝궁수를 찾으면 되고, 십의 자리는 짝궁 수를 찾으면 안돼요. 100이 넘어요. 그래서 짝궁수보다 하나 작아야 되요. 십의 자리는 짝궁수를 찾으면 100이 넘어버리니까 안돼요.”
“와 규칙을 제대로 찾아냈어요. 대단해요. 수학천재씨네요.”
누가 알려주었나 물었더니 아니랍니다. 혼자 규칙을 스스로 알아냈다고 해요. 100의 보수는 이제 쉽게 찾게 될 테니 익힘 시간만 충분하면 되겠습니다. 규칙을 찾았으니 1000의 보수, 10000의 보수도 어렵지 않아요. 단위가 크다는 것 빼고는 규칙대로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 말입니다.
선생이 신이 나서 1000을 쓰니 그것도 비슷하게 말하네요. 그러자 10000도 비슷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해버리고 말았어요. 흥분한 탓입니다. 참아야 하는데 말이죠. 뭐 1000의 보수를 찾을 때 금세 알아차리겠지만 말이죠. 물론 지금은 100을 가지고 노니까 나중에 이야기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슬수학 놀이감이자 교구를 잘 세워놓고 일놀이수학을 마쳤습니다. 수업 앞채비, 교구 제작 과정, 놀이, 감각을 수와 셈으로 연결, 정리와 이야기까지 되돌아볼 게 쌓여갑니다.
저녁에는 수학과학공부모임이 원격으로 열렸어요. 연대와 행정 일 틈에 시간을 내야 하지만 함께 공부하니 좋고 공부할 게 많아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