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437 --- 뻐꾸기를 고발할 수 있을까
봄이 되어도 뻐꾸기는 제 집에서 알 낳아 부화하여 새끼를 기르지 못하고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시침 뗀다. 뻐꾸기알이 먼저 부화되어 본능적으로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의 알과 새끼를 온몸으로 밀쳐내 바닥에 떨어져 죽게 하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제 새끼가 모조리 살해당한 줄 모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는 열심히 먹이를 구해 뻐꾸기 새끼를 키운다. 새끼가 전에 없는 우량아 중 우량아로 둥지가 비좁을 만큼 무럭무럭 자라면서 어려운 줄도 모르고 싱글벙글거린다. 뻐꾸기는 둥지 가까이는 다가가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 뿐, 뻐꾹뻐꾹 내 새끼라 한다. 먹이 한 번 먹여주지 못하고, 품에 한 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이러다 새끼를 빼앗기는 것이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너는 내 새끼이고 핏줄이며 뻐꾸기’라고 목이 쉬도록 뻐꾹뻐꾹 울부짖으며 이제는 뻐꾸기로 돌아오라고 애걸복걸한다. 끝내는 키운 정은 없이 핏줄 따라 한순간에 뻐꾸기 새끼로 돌아간다. 아찔해진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는 남의 새끼 키우다 제 새끼 다 죽였다. 허망하고 실신할 일이다. 어디서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 자연의 세상이지만 인간 세상이나 다를 것이 없는 면면이 있어서 야속하기 짝이 없고 얄밉기만 하다. 뻐꾸기를 고발하고 싶은 마음인데 속수무책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햇살이 지나가면서 이만하면 따뜻해졌냐고 묻는다. 그런가 하면 지나가는 바람이 아직도 힘들 만큼 썰렁하냐고 묻는다. 꽁꽁 얼어붙었던 냇물이 녹아서 물 흐르는 소리가 목청을 높이며 생동감이 느껴지느냐고 묻는다. 파래진 하늘이 이만하면 봄 하늘로 맑아서 손색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 진지하게 묻는 것인지, 우쭐해서 자랑하는 것인지 좀은 애매모호한 면이 있기도 하다. 봄의 길목에서 겨울에 너무 추워 웅크리고 있느라 미처 못한 말이 많고 너무 오래 쉬다 보니 이래저래 궁금한지 한마디씩 거들려 한다. 어쨌든 붉은머리오목눈이나 개개비 같은 불상사가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