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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암산[草庵山](금화산) 576m 전남 보성
산줄기 : 호남정맥
들머리 : 겸백면 사곡리 초암마을
위 치 전남 보성군 겸백면
높 이 576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끝없이 이어지는 '십리 철쭉 능선'보성 초암산(576m)
최초 지상 공개되는 철쭉 명산....수암리~정상~철쭉봉~무남이재 답사
그것이 철쭉이든 무엇이든 구경거리가 제 몫을 다하려면 무엇보다 찾아가 보기가 편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관광명소는 제철을 만나면 지나치게 북새통이다. 5월5일 다향제의 한 행사로 철쭉제가 열린 보성 일림산이 그러했다. 2km 저 밖까지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는 속속 산기슭으로 밀려들었다. 장흥군쪽에서도 5월5~6일 제암산 철쭉제를 지내 제암산~일림산 능선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반면, 같은 보성땅임에도 초암산(576m)은 여유로웠다. 물론 주차장 관광버스가 여러 대 서 있기는 했지만, 일림산이나 제암산쪽에 비하면 한갓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탐방객이 적었다. 적어도 내년까지 초암산은 이런 호조건을 유지할 것이다.
초암산은 최근 들어서야 알려지기 시작한 보성의 철쭉 명산이다. 하지만 이 산은 오래 전부터 철쭉 산이었다. 초암산 아래 겸백면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등산꾼 송교영씨(71, 초암산악회 회장)는 이미 초등학교 시절 이곳 초암산정으로 봄소풍을 다녔고, 그때만도 엄청나게 철쭉밭이 넓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암산이 여태껏 무명이었다는 사실은 의외다. 조금만 경치가 괜찮다 싶으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알려지는 요즈음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것은 아마도 인근에 자자한 명성의 철쭉 명산 제암산과 일림산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간 사람들은 철쭉제를 여는 제암산과 일림산만을 찾았고, 초암산은 존재 자체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산의 크기와 철쭉밭의 규모로 보아서는 아무래도 일림산~제암산 능선이 우위라는 이유도 클 것이다.
내년까지는 인파에 시달리지 않는 탐승 가능
일림산이 바다가 지척이어서 푸른 바닷빛과 어울린 철쭉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초암산은 철쭉밭의 정수만을 똑 따서 즐기고 내려올 수도 있다는 간편함이 두드러진다. 북쪽 임도로 하여 철쭉밭 바로 밑까지 차량으로 올라간 다음 정상 근처의 철쭉밭 구경 후 되내려오는, 등산이라기보다는 거의 관광에 가까운 방식의 탐승이 가능하다.
산 남족 수남리계곡으로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나기 전까지는, 원한다면 호남정맥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광대코재~주월산~방장산~오도재 능선을 포함한 원점회귀형의 사뭇 뻐근한 당일산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겸백면은 이 원점회귀형 등산로의 출발지 수암리에다 널찍한 주차장도 닦아 놓았다.
더불어 초암산 철쭉제도 작년부터 시작했다. 일림산과 더불어 초암산 철쭉제도 지내며 보성군은 아예 '녹차와 철쭉이 어우러진 보성'으로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몇 해 지나지 않아 초암산 역시 일림산처럼 철쭉 만개시기엔 접근조차 힘든 북새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년 봄 철쭉 산행만큼은 초암산으로 미리 일정을 잡아둘 일이다.
초암산의 과거 이름은 금화산이었으며, 옛 금화사 터가 있었다고 한다. 초암산이란 이름도 초암(草庵)이란 암자와 관련이 깊지 않을까 싶지만, 보성문화원에도 특별한 자료가 없다고 한다. '백제 때 세워진 절 금화사는 한때 대찰이었으나 절에 워낙 빈대가 심하게 끓어 태워버렸다'는 옛 노인들의 구전을 보성군지는 전하고 있다. 지금은 작은 암자조차도 없고, 다만 한 기 남아 있는 마애석불이 과거 이 산에도 절이 존재했음을 전하고 있다.
이 산의 남서 사면에는 베틀굴이란 천연굴이 있다. 보성군지 기록에 의하면 굴의 길이가 20m, 폭 1m, 높이 2m 라고 하나 현지 주민들 말로는 과거 공비토벌 때 폭파되어 지금은 굴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겸백면은 조만간 이 굴을 거쳐 정상 가는 길을 정비할 예정이다.
취재는 원점회귀형 산행이 가능한 수남리 주차장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광대코재까지 주욱 철쭉 능선을 따라 걸은 뒤 무남이재에서 계곡을 따르며 풍치가 어떤지 보기로 했다.
평일인 5월4일, 수남리 계곡 북사면에 닦아 놓은 주차장은 텅비어 있다시피 하다. 주차장 오른쪽 위의 화장실 뒤로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그 왼쪽 옆의 족적을 따라 올랐다. 이 정도 시설을 해두었으면 등산로 정비도 잘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당혹감으로 곧 바뀌었다. 밤나무숲을 지나며 발자국이 희미해진 것이다. 되내려오기도 하며 사방으로 뒤져보았지만 손을 봐둔 것 같은 길이 뵈질 않는다. 나중에 하산한 뒤에야 겸백면사무소에서 이곳에서 정상 쪽으로는 아직 등산로가 뚜렷이 개설돼 있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등산로 안내판에조차 '수남~정상 2.1km' 라고 뚜렷하게 써둔 것으로 보아서는 의외였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500m 남짓 북동쪽으로 비스듬히 오르자 뚜렷한 길을 만난다. 이 길은 사곡리에서 시작된 오랜 등산로다. 걷는 편리함만을 따지면 사곡리쪽 길이 낫지만 사곡리쪽은 주차시설이 없다.
정수리엔 추상화한 山자 형상의 기암봉
신록을 완상하며 천천히 올랐으나 때 이른 무더위에 걸음이 처진다. 줄곧 오르막이긴 하되 완경사이고, 간혹 앞이 훤히 트이는 좁망처가 있어 설혹 저 위에 철쭉이 없다 해도 별로 섭섭치 않았을 것이다. 시간 반 남짓 소걸음으로 걸어 정상이 바라뵈는 곳으로 올라섰다. 왼쪽 옆으로 또한 뚜렷한 등산로가 나서는데, 이것은 사곡리에서 계곡으로 하여 정상 오르는 길이다. 북사면으로 임도가 나기 전엔 이 길이 초암산정을 오르는 가장 손쉽고도 빠른 길이었다고 한다.
남족으로 이렇게 200m쯤 떨어져서 바라보는 초암산정 일대는, 비록 정수리에 삐죽한 암봉을 얹었을 망정 푸근하게 품을 벌린 모양새다. 남향이라 따뜻하고 한 가닥 산릉을 날갯죽지처럼 펼쳐 북새풍마저 막고 있는 초암산정 남사면엔 얼핏 보기에도 이미 10기는 넘을 무덤들이 자리잡고 있다. 자손들은 이곳에 조상을 모시고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
정상가지 휘익 치달아 오르기가 아까워, 완보로 이모저모 뜯어보며 걸었다. 철쭉은 막 만개시기를 지나 엊저녁의 비바람으로 사뭇 많은 꽃송이가 떨어졌으나 전체적으로는 붉은 기운이 완연하다. 밝은 봄햇살이 내리쬐며 붉은 철쭉밭은 무르녹고 있다.
산정에는 묏 산(山) 자를 추상화한 것 같은 형상의 한 무리 바윗덩이들이 얹혔다. 山자의 오른쪽 획을 길게 옆으로 잡아빼거나, 혹은 가운데 획을 과장되이 부풀린 듯한 추상적 서체로 서 있다. 그 암봉 중 하나에 올랐다.
철쭉밭은 이 정상 암봉 근처에서부터 북동릉을 따라 펼쳐졌는데, 어디가 끝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붉은 기운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경사와 넓이가 적당하고, 저 뒤로는 첩첩한 산릉이 눈높이보다 약간 아래로 펼쳐졌다. 좁고 길기만 하거나, 펑퍼짐하게 넓기만 한 그런 평범한 꽃밭과는 다른 뛰어난 구도를 보이는 철쭉밭이다.
정상 바윗덩이들은 큼직하긴 한데 윗면이 넓적한 것은 없어, 앉아서 쉴 만한 곳은 못되었다. 다만 정상부 바로 옆에 널찍한 헬리포트가 있어 사람들은 거기에 자리를 펴고 앉는다.
정상 남쪽 바로 아래에서 북동쪽으로 넓고 뚜렷하게 이어진 길은 북사면의 임도로 이어지는 길이다. 철쭉 능선을 따르려면 그보다 30m쯤 더 나아간 지점의 삼거리에서 서쪽 능선길로 가야 한다.
여기 서쪽으로 빠져나와 바라보는 정상쪽 풍경은 정상 바윗덩이들로 멋진 조형미를 이루었다. 이모저모로 초암산정 부근의 철쭉 탐승을 두루 마친 뒤 등산로 안내판에 철쭉봉으로 표기된 봉을 향했다. 이름마저 철쭉봉이라면 그 주변 철쭉 풍치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하는 기대는 그러나 그 철쭉봉에 다다르기도 전 지루함으로 바뀌고 만다. 앞과 뒤로 끝없이 이어지는 철쭉화원에 우리는 그만 물려버린 것이다. 역광을 받아 빛나는 신록의 이파리들이 외려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다.
북쪽 임도 방향으로 여러 가닥 갈래길 나 있어
철쭉 능선을 짚어 나아가는 동안 종종 북으로 뚜렷한 갈림길들이 나섰다. 남쪽으로도 두어 가닥 샛길이 있기는 했지만 북쪽으로 난 것이 한결 많다. 북쪽 임도로 차를 몰고 와 철쭉능선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초암능선 북쪽 임도는 비록 비포장길이지만 승용차도 아무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만큼 노면 정비가 잘 돼 있고, 등산로 기점 부근은 다소 넓어 승용차 몇 대쯤은 충분히 세워둘 만하다.
철죽 구경하라고 벤치도 몇 개 놓아둔 쉼터, 밤골재 삼거리 지나 밤골재에 올랐다. 밤골재란 안내판이 섰기는 했지만 헬리포트가 닦여 있는 이곳은 재가 아닌 해발 605m의 봉우리다. 등산로 입구의 안내판에 철쭉봉이라 표기한 그 봉우리다. 정작 이 철쭉봉 주변에는 철쭉이 그리 많지 않다. 그보다는 신록의 능선 위에 넉넉한 양으로 흩부려둔 듯 저 멀리까지 붉그스레하게 철쭉의 주단이 펼쳐진 원경이 이곳에선 으뜸이다. 이렇게 보는 맛이 특히 좋았기에 철쭉봉이라 부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광대코재로 가는데, 왼족으로 또한 널찍한 갈림길이 뵌다. 능선에서 임도가 가장 가까운 지점으로, 마침 나물 캐러온 아낙들이 철쭉밭에서 고개를 쳐든다. 철쭉화원은 정상에서 3km 멀리 떨어진 곳까지 따라왔고, 어떤 곳은 정상 근처보다 훨씬 더 꽃의 밀도가 높았다.
호남정맥과 만나는 지점이자 정상에서 3.5km인 광대코재에 다다라 비로소 철쭉 잔치는 끝났다. 어림잡아 4km쯤 철쭉으로만 이어지는 이 초암산 능선을 우리는 십리 철쭉 능선으로 부르기로 했다.
철쭉에는 이제 아무런 미련도 없어 곧장 남쪽 무남이재로 내려섰다. 허리 굽혀 삼단 스틱을 짚어야 할 만큼 길이 가파르다. 무남이재는 저기 설악산 희운각 옆의 무너미재와 의미가 같은, 물줄기를 나누는 고개란 뜻일 것이다. 고갯마루의 등산로 안내판은 바람에 떨어져 내렸고, 넓은 임도가 지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수남계곡 경치는 경치랄 것도 없는 평범한 수준이다. 양쪽 산비탈에 깔린 신록과 깊은 산촌의 정적을 즐기며 주차장으로 걸어 내려갔다. 그러나 이 정적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곧 이 계곡을 꿰고 지날 것이라 한다. 그 이후에도 초암산 철쭉은 여전히 붉고 광대한 화원을 이룰 것이지만, 연록색 신록의 바다가 배경이던 시절의 풍치에야 비교할 것인가. 어쩌면 초암산은 언제까지나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한적한 철쭉 산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산행길잡이
철쭉밭만 똑 따서 구경하고 내려올 수도
수남리 계곡 가운데를 지나는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착공되면 초암산행은 정상 북쪽과 서쪽의 등산로에서만 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들 등산로를 이용해 철쭉 능선 구경도 충분히 하고 산행도 다소 길게 하려면 겸백면 소재지-정상-철쭉봉-금천리로 코스를 잡는다(약 7.5km, 5시간 소요). 그 역코스도 되겠지만 오름길이 가팔라서 한결 힘이 더 들 것이다. 금천리까지 택시료 6,000원.
짧게 철쭉만 보고 내려오려면 임도 중간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정상-철쭉봉 능선을 보고 다시 임도로 되내려오면 된다(면소재지-정상=철쭉봉 5.5km, 4시간 소요). 이후 임도로 택시를 불러 타고 차를 둔 겸백면 소재지로 되내려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택시비 10,000원. 겸백 개인택시 061-853-6363, 2700, 6005. 철쭉철에도 대개 부르면 바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한편, 겸백면은 철쭉철로 겸백면 소재지의 폐교된 겸백중학교 운동장을 임시주차장으로 개방한다.
초암산 북사면을 지나는 임도는 잘 정비돼 있으며, 연중 개방해 둔다고 한다. 북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썩 괜찮은 편이니 드라이브를 해본다. 산중턱을 가로질러 달리던 임도는 광대코재 북동쪽의 안부에서 서쪽의 선암리 계곡으로 이어지는데, 이곳부터는 갑자기 굴곡이 매우 심하고 깊이 팬 곳도 나타나는 등 승용차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태이므로 차를 되돌려야 한다.
임도에서 철쭉봉까지는 1km 정도에 불과하므로 새벽 풍치도 한번 구경해 본다. 붉은 철쭉꽃무리 위로 붉은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풍치는 대단하다. 초암산정에서 철쭉밭은 해가 떠오르는 남동쪽으로 펼쳐져 있다.
*교통
서울-보성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토, 일요일 하루 2회(08:10, 15:10), 평일 1회(15:10) 운행. 5시간 소요. 요금 19,400원. 보성시외버스터미널 전화 061-852-2777.
보성-서울 토, 일 하루 2회(08:20, 15:20) 평일 1회(08:20) 운행.
보성-겸백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8회(06:00, 07:40, 08:50, 10:45, 12:10, 14:30, 16:30, 17:20) 운행. 30분 소요. 요금 1,500원. 보성교통 전화 061-857-6393.
서울~광주 간 수시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한 다음, 보성~광주 간 수시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자가용 차량으로 수도권에서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 주암나들목으로 나와 27번 국도를 타고 남하하면 된다.
*숙박
겸백면소재지 남쪽 보성호반에 청풍황토방(061-853-4742)이란 멋진 업소가 있다. 한옥식 숙소, 독채로 된 황토방 방갈로 4동을 갖췄다. 호숫가의 정자에 앉아 보는 노을이 멋지다. 4인 가족이 머물 수 있는 5평형 객실 12만원, 황토방갈로 50,000원. 풀어 키운 촌닭백숙 50,000원.
보성 읍내에 광일장모텔(852-6610), 금호장(853-9991), 굿모닝모텔(852-2131), 그린파크여관(853-2101), 나인모텔(852-5695) 등의 업소가 있다.
겸백면에서 약 25km 거리인 제암산 기슭의 제암산자연휴양림(850-5427)에서 머무는 것도 좋다. 철쭉철에는 1주일쯤 전에 예약해야 한다.
보성 남쪽 득량만 해안가를 드라이브 중 은빛바다펜션(852-1144)이라는, 은빛 바다가 시야 한가득 펼쳐질 둔덕에 자리잡은 멋진 펜션을 보았다.
*음식
차로 유명한 고장 보성은 녹차 잎을 먹여 키운 이른바 녹돈구이가 별미로 알려져 있다. 보성 곳곳에서 녹돈구이집 간판을 볼 수 있다. 보성군이 추천하는 보성읍내의 식당은 가마실식당(852-7645), 녹차골식당(852-3222), 녹황우식당(853-3336), 실비식당(852-2804) 등이다.
*명소
다원-봇재에서 긴 차나무 두둑들 한눈에 조망
다향 보성의 5월에서 단연 볼거리는 차밭과 철쭉이다. 차밭은 보성군내 전역에 걸쳐 분포하지만, 보성 남쪽 회천면 일대에 대한다원을 비롯한 큰 다원들이 여럿 모여 있다.
철쭉 만개철과 차를 수확하는 시기에 보성 다향제가 열리므로 곳곳에 볼거리가 펼쳐진다. 주말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싶으면 그냥 봇재 고갯마루의 휴게소에 주차하고 전망대에서 차밭을 구경해도 된다. 보성제1다원의 짙푸른 차나무 두둑들이 줄지은 모습이 한눈에 들며, 무료로 차 시음이 된다.
무표 차 시음장 또한 보성군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들 시음장 내에선 각자의 농원에서 만든 차를 비롯해 차를 재료로 만든 과자, 떡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차만 마시고 간다 하여 아무 말도 않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러도 된다.
보성호-오랜 자연호 같은 남한 최고(最古) 발전용 호수
보성군에는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수력발전용 댐 보성댐이 있다. 1937년 준공되었으니 올해로 만 70년이다. 이 보성댐으로 조성된 인공호 보성호는 70년이란 세월이 지나며 이제는 인공호라기보다는 자연호수에 가까운 풍치를 보인다. 호수 주변으로 무성히 자라난 수초와 심은 지 수십 년이 지나며 이제는 아름드리 노거수가 된 벚나무를 비롯한 수ㅜ목들로 보성호는 깊고 그윽하다.
농사철에 다소 물이 빠진 느낌이 들 뿐 수력발전용으로 흘러나가는 물은 얼마 되지 않아, 갈수기엔 호안의 벌건 흙비탈이 드러나는 대형 인공호수들과는 달리 물 가득한 호수의 이미지를 좀체 잃는 법이 없다. 지나치게 넓지도, 농업용의 작은 저수지처럼 답답할 정도로 작지도 않은 편안한 넓이의 수면이 눈앞에 펼쳐보인다.
호수 남안으로는 중앙선이 그려지지 않은 '시골형'의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한 가닥 지나고 있으며, 거기 찻길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을 정도로 통행량도 적어 호수는 늘 한적하다. 호숫가의 민가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언제, 어디서 이런 아름답고도 그윽한 호수 풍경을 마주했던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보성호의 아침은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뿐, 순수한 고요 속에 가라앉아 있다.
이 보성호반에 그림 같은 한옥 펜션과 황토방 방갈로들로 '청풍황토방'을 짓고 전국적인 명소로 가꾸어 보려던 박석기씨의 꿈은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로 깨질 위기다. 외부의 소음을 막는 울타리 구실을 하던 집 뒤의 산릉을 으깨며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지나게 된 것이다. 보성군은 득량만을 자랑하지만, 그 정도 해안은 흔하고 흔하다. 그보다는 이 희귀한 보석 같은 보성호의 고요한 풍치를 보존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글쓴이:안중국 차장
참고:월간<산>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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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해마다 5월이면 많은 산꾼이 '철쭉의 유혹'에 빠진다. 능선을 뒤덮는 그 붉은색 꽃물결 속을 헤엄치는 황홀감은 쉽게 뿌리치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웬만큼 알려진 철쭉 명산들은 마치 행군하는 개미들의 행렬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넘쳐나는 인파로 인해 철쭉밭이 아니라 쑥대밭이 되기 일쑤다. 주말을 맞아 애써 시간을 낸 산꾼의 입장에서는 철쭉의 붉은 물결에 젖어보기도 전에 사람의 파도에 휩쓸려 지쳐버리곤 한다. 그래서 그나마 덜 알려진 철쭉 명산을 찾느라 많은 정성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해발 576.3m인 전남 보성 초암산은 아직까지는 비교적 덜 알려진 철쭉 산행지여서 더욱 매력적이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정상과 철쭉봉 사이의 철쭉 감상 전망대를 지나고 있다. |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전남 보성 초암산(草庵山·576.3m)은 인파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철쭉 산행지다. 2007년 이후 조금씩 알려져서 이제는 제법 지명도를 높이고 있긴 하지만 장흥과 보성 경계에 솟은 제암산과 보성 일림산, 지리산 바래봉, 합천 황매산 등에 비해서는 유명세가 훨씬 덜하다. 게다가 부드럽게 흐르는 유순한 능선을 가득 메운 철쭉밭의 규모는 일림산 제암산 황매산 등에 못지않아 힘들이지 않고, 기분 상하지 않고 한나절 꽃대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전국의 유명 철쭉 산행지 가운데 만개 시점이 가장 빠른 산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4월 말부터 5월 3일 사이에 초암산 정상부터 만개하기 시작하고 5월 둘째 주에는 철쭉봉에서 광대코재로 이어지는 능선까지 모두 만개해, 장장 4.5㎞나 되는 능선이 '붉은 별천지'로 변한다. 올해의 경우 취재팀이 찾아간 4월 마지막 주에 이제 막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 중 약 5% 내외만 꽃잎을 펼쳤을 뿐이었다. 개화 시기를 가장 잘 아는 인근 주민들은 "올해는 예년보다 만개 시기가 조금 늦춰져서 어린이날(5일)을 전후해 정상 부분부터 만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초암산은 해발 500m대의 높지 않은 산이면서 유순한 능선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도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느긋하게 산행을 하면서 철쭉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정상부에서 광대코재까지 이어지는 철쭉 능선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 거의 없어서 광주 무등산, 영암 월출산, 승주 조계산과 인근의 제암산 일림산 등 주요 산들이 모조리 눈에 들어온다. 특히 광대코재에서는 보성만까지 훤하게 조망되기 때문에 풍광도 마음껏 즐기며 산행을 할 수 있다.
산행은 보성군 겸백면 수남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진행된다. 전체 걷는 구간은 12㎞가량 되지만, 후반부의 무남이재~수남리 주차장 4.5㎞ 구간은 내리막 임도를 따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산행은 7.5㎞ 정도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정도지만 철쭉꽃밭에서 여유롭게 쉴 요량이라면 넉넉하게 5시간쯤 잡으면 된다.
취재팀 답사 시점인 4월말에는 철쭉이 덜 핀 상태다(왼쪽). 초암산 중턱 전망대에서 경관을 살피고 있는 취재팀. |
출발지인 수남리 주차장은 최근 깨끗하게 정비된 곳이다. 지난해까지는 초암산이 그렇게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다 보니 철쭉 절정기에 주차할 곳이 모자라 약간의 혼잡을 빚었지만 이제는 대형과 소형 차량용 주차장이 별도로 완비돼서 사정이 나아졌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새로 지어졌다. 화장실 앞 산행안내도를 일별하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이정표는 '초암산 정상 2.1㎞'를 가리키고 있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오르막이다. 5분 후 이정표를 만나면 우측으로 길을 잡고 오른다. 잠시 뒤 진원 박씨 묘를 지나도 순탄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간간이 망울을 터트린 철쭉꽃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걷기 편하도록 깔끔하게 정비된 등산로가 이어진다. 20분쯤 더 걸으면 우측에 집채만 한 바위가 있고 이 바위를 살짝 우회해서 위쪽에 닿으면 마치 자그마한 둥근 바위가 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가깝게는 출발지인 수남리 주차장 인근의 광양~목포 간 고속도로 건설현장 건너편 방장산(535.9m)과 보성강 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멀게는 일림산 사자산 제암산 능선도 아련하게 펼쳐진다.
일명 부채바위로 불리는 초암산 정상부를 향해 가는 취재팀 주변은 온통 철쭉나무 천지다(왼쪽). 정상으로 향하던 도중에 만나는 일명 '목탁바위'. |
곧이어 활짝 핀 산벚꽃을 보면서 평탄한 느낌의 532봉을 살짝 넘는데 높이만 어른 키 2배가 넘는 둥근 바위가 눈에 띈다. 한쪽은 중앙부가 수직으로 갈라져 있고 맞은편은 닫혀 있는 것이 영락없는 목탁을 닮았다. 그래서 취재팀이 '목탁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본다. 혹시 하고 힘껏 밀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목탁바위'를 지나고 작은 무덤을 만나면 이후부터 서서히 철쭉군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능선길 역시 순탄함의 연속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일련의 바위들이 도열한 초암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 주변은 온통 철쭉 천지다. 길은 이미 초록색 잎과 분홍색 꽃망울이 맺혀 있는 철쭉나무의 터널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대코재 방향으로 꺾어지는 수남삼거리에서 불과 100m만 가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보면 철쭉봉과 광대코재로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나무가 빼곡하다. 5월 초에 만개하면 능선은 붉은 물결로 넘쳐날 것이다. 동남쪽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유명한 주월산(557m)도 눈에 들어온다. 정상 너머 널찍한 헬기장에 2009년에 제작된 철쭉제 제단이 마련돼 있다.
무남이재 인근 인공 조림지인 윤제림 숲길. |
정상에서 광대코재 방향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왼쪽 광대코재 무남이재 방향으로 간다. 본격적으로 철쭉능선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5분 후 원수남삼거리를 지나 직진하면 정상부 주변의 철쭉밭을 앉아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긴 의자 6개가 설치된 철쭉전망대(535.1봉)을 지난다. 대체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밤골재 삼거리를 지나 오르막을 탄다. 잠시 철쭉밭이 끊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해발 604.6m인 철쭉봉에 닿자마자 다시 한 번 펼쳐지는 광활한 철쭉 능선에 입이 턱 벌어질 지경이다. 누군가 "철쭉밭 규모는 황매산보다 광활하다"고 하던 말이 적어도 허언은 아니었음을 실감케 된다. 초암산 일대의 철쭉 군락지가 자생적으로 생겨났다기보다는 일부러 조성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쭉봉이라는 이름 역시 그렇게 오래된 명칭은 아닌 듯하다.
헬기장이기도 한 철쭉봉 정상에서 초암산 정상부는 물론이고 무등산 월출산 제암산 일림산 조계산 존제산의 모습까지 가슴 속 필름에 담은 뒤 우측 광태코재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이정표는 '광대코재 2.4㎞'를 가리킨다. 끝도 없을 것 같은 철쭉밭의 연속이다. 50분 후에 닿은 광대코재는 호남정맥에 합류되는 지점이다. 정맥 종주꾼들이 붙여 놓은 안내리본 수십 개가 나부끼고 있다. 진행 방향은 우측 내리막으로 꺾어 떨어져야 하지만 잠시 광대코재 만당에 올라서 보성만과 고흥반도와 주변 산세를 살핀 후 무남이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초반에는 경사가 제법 가파른 듯하지만 이내 순한 내리막으로 변한다. 20분가량 여유 있게 내려서면 임도에 등산안내판이 설치된 무남이재다. 직진해서 다시 오르막 산길을 타면 주월산과 방장산을 거쳐서 원점회귀 산행을 이어갈 수 있지만 취재팀은 무남이재에서 임도를 따라 출발지로 향한다.
삼나무 편백나무 참나무 등이 자라고 있는 인공 조림지인 '윤제림'이 주변을 감싸 안아주는 까닭에 호젓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20분가량 가서 만나는 고속도로 터널 공사장이 나타나면서 분위기를 조금 망치기는 하지만 들머리인 수남주차장까지는 20분만 더 가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4~8일 열리는 보성다향제 들러볼 만
전남 보성은 녹차의 고장이다. 또한 철쭉의 고장이기도 하다. 보성과 장흥 경계에 있는 제암산과 보성 녹차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일림산, 그리고 이번 주에 소개한 초암산 등 해발 500~700m대 산들이 철쭉 산행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녹차와 철쭉. 이 두 가지 식물이 남도의 평범한 시골 지역을 국민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고장으로 변모시켰다. 4일부터 8일까지 제37회 보성다향제가 보성녹차밭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 기간에 초암산 철쭉제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보성의 다양한 매력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초암산의 옛 이름은 금화산(金華山)이다. 산 중턱에 있었던 백제 고찰 금화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하지만 현재는 절터만 남아 있을 뿐이다. 꽃잎을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참꽃'으로 불리는 반면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지 못한다고 해서 '개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개꽃의 꽃말은 의외로 낭만적이다. 바로 '사랑의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 순천 경유 2번 국도 이용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성 초암산 산행을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아 자가용을 이용하자.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내린 후 순천 시내로 진입, 순천만 방향으로 가다가 2번 국도를 만나면 보성 벌교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10분 후 삼거리에서 다시 보성 벌교 방향으로 좌회전, 계속 2번 국도를 탄다. 벌교를 지나 보성 방향으로 가다 보면 군두사거리에서 우회전, 845번 지방도를 타고 겸백 방향으로 간다. 오도재를 넘어 4㎞쯤 가면 광양~목포 간 고속도로 공사장이 있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 수남리 방향으로 진입한다. 5분만 가면 산행 들머리인 수남리 주차장에 닿는다. 소요시간은 고속도로 휴게소 10분 휴식 포함해 2시간40분 걸린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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