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Sayonara)
개봉제목 : 굿바이
1957년 미국영화
감독 : 조슈아 로건
출연: 말론 브란도, 다카 미코, 제임스 가너
레드 버튼스, 패트리샤 오웬스, 우메키 미요시
마사 스코트, 켄트 스미스
말론 브란도 주연의 '사요나라'의 시작은 한국이 배경입니다. 아직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1년, 한국전쟁에 공군으로 참전한 그루버 소령(말론 브란도)은 갑작스레 일본으로
발령이 납니다. 아마도 그루버 소령을 자기 딸 아일린(패트리샤 오웬스)과 결혼시킬
생각을 갖고 있는 웹스터 장군의 배려로 편한 보직으로 부른 것입니다. 일본에
파견 근무중인 웹스터 장군의 휘하로 들어간 그루버 소령은 웹스터 장군의 딸인
약혼녀 아일린과 일본에서 재회하게 됩니다. 한편 그루버와 절친한 하급장교인
켈리 대위는 일본여자와 사귀고 결혼까지 할 생각으로 그루버에게 결혼식 증인을
부탁하고, 일본인과의 결혼금지를 권고하는 부대의 분위기 때문에 그루버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지만 켈리와의 신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식 들러리를
서게 됩니다.
1951년 한국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일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1957년에 만든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 많은 미군들이 외지인 아시아에 와서 장기 복무를
하다가 현지여자들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전후 미군과 사귄
많은 여자들이 일종의 '전쟁 미혼모'가 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요나라'는 아마도
이런 미군들의 무책임한 '현지여성 능욕'에 대해서 반성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
입니다.
주인공 그루버 소령과 일본의 인기 무희 하나오기라는 아름다운 여성과의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로맨스가 주된 내용입니다. 일종의 '정략결혼'이라 할 수 있는,
비록 사랑하는 사이인것 같지만 이미 부모가 맺어준, '장성집안'끼리의 결혼을
위하여 연인이 된 그루버 소령과 아일린의 사랑은 개인의 인격체에 대한 사랑이
아닌 집안끼리의 강요에 의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맺어지는 관계라서 그런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인하여 사이가 점점 갈라지게 됩니다. 그런 와중에
아름다운 일본 여성 하나오기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그루버, 하나오기는
전쟁으로 미군에게 아버지를 잃은 아픈 상처가 있지만 그루버를 만나면서
미군에 대한 적개심과 선입견을 풀게 되고 두 사람은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50년대 당시, 미국은 일본인과의 결혼을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였고,
일본인 역시 전통과 관습 때문에 다른 세계의 인종인 백인과의 결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태, 그루버와 하나오기의 로맨스는 이런 장벽을 넘어야
하는 매우 무모한 사랑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당시 미군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본 여성과
사귀거나 이미 결혼하여 임신까지 시킨 장교들을 강제로 미국 본토로 송환시켜
헤어지게 만들고 있는데, 이렇게 한 여성의 삶을 비참하게 짙밟는 행위를
거리낌없이 상부에서 지시하는 자체가 참 매몰차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에서도 전쟁에서 미군의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 와중에 미군에게 정을
주고 나서 버림받아 아버지 없이 태어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성들이 많았고,
자기 아이를 임신한 여자를 두고 미군들은 영영 떠나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그런 상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이건 미군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지침이나 분위기가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장기간 외국 복무중 재미삼아 그 나라 여자를 농락하고 도피하듯 떠난 경우도
있었겠지요.
1951년 상황을 1957년에 만든 영화로 영화의 분위기는 주인공인 말론 브란도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인데, 이렇게 현지 여성에 대해서 진정으로 사랑하고 책임을
지려는 장교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미군
혼혈들, 미혼모들이 발생한 시기가 1950년대에 많았는데 이 영화를 계기로 그런
만행이 점차 사라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인종이 다르더라도 한 여성의 삶에
대한 존중과 존엄은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런 면에서 '사요나라'라는
영화에서 그루버 소령이 보여주는 태도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전쟁은 여러가지 피해를 남기지만 전쟁 사망자들 외에도 이런 인종적 차이로
인하여 피해를 보는 여성들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1969년에
개봉되었는데 아마도 미군 혼혈을 출산한 여성들이 보았다면 굉장히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이나 '일본'이나 동일하게 미군주둔을
통하여 이런 '전쟁 미혼모'나 미군과 사귀다가 헤어진 여성들이 많이 발생한
'동병상련'의 처지라고 볼 수 있지만 69년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반일감정이
높은 시기였고, 일본 영화는 개봉조차 될 수 없었습니다. 반면 헐리웃 영화에
대한 인기가 높았고, 친미성향의 분위기였지요. 사실상 일본과 합작영화나
마찬가지인 '사요나라'가 개봉된 것은 스크린에서 볼 수 없는 일본 영화들을
헐리웃 영화에서의 모습으로 간접적으로 접한 셈입니다. 물론 이 영화의
제작과 감독 모두 헐리웃 출신이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배우 역시 미국
태생의 여배우였고, 심지어 리카르도 몬탈반 같은 배우가 일본인으로 출연하기도
합니다.
전쟁이후 여러가지 감정이 안좋을 수 있던 미국과 일본이 화해의 손길을 내민
듯한 영화입니다. 진주만 기습과 히로시마 원폭으로 인한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아픔과 원한을 영화를 통해서 화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본 여자와의 사랑에
대한 책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또한 일본에서 적극 협조하여 현지촬영을
무난히 할 수 있었으니 '이념'은 전쟁을 부르고 갈등을 부를 수 있어도 '문화'는
국경이 없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주인공 그루버 소령을 연기한 말론 브란도는 이 영화 외에도 '8월 십오야의 찻집'
이란 영화에서는 직접 일본인을 연기하기도 할 만큼 일본과 친숙한 배우입니다.
말론 브란도는 인도 여성인 안나 카쉬피와 결혼하기도 했었는데 그만큼 아시아와
관계가 깊은 배우가 된 셈입니다. 안나 카쉬피는 '전송가'라는 영화에서 한국인을
연기한 적도 있지요.
'사요나라'는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4개부문을 수상했을 만큼 당시
호평을 받았고, 미국입장에서 지켜본 일본의 상황을 꽤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문화를 알리는 역할도 꽤 했을 영화로 사케 먹는 예법,
일본 주택, 다도, 공연 등 다양한 일본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상당한 홍보효과가 있으니 촬영을
적극 협조했을 것 같습니다.
평점 : ★★★☆
ps1 : 하나오기를 연기한 일본 여배우는 김지미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김지미가 훨씬 미인이지요.
ps2 : '화니' '남태평양' 등 후에 걸출한 뮤지컬을 연출한 '조슈아 로건' 감독이
연출해서 그런지 일본의 공연장면이 마치 50년대 버라이어티한 헐리웃
뮤지컬의 못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ps3 : 50년대 미군의 분위기는 확실히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대위가 소령의
어깨에 손을 얹기도 하고, 서로 격의없이 대하고, 우리나라처럼
'까라면 까'는 분위기와는 꽤 다릅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한달만 빨리
입대해도 상관행세를 하고 때리고 괴롭히고 했으니. 군인은 사기를
높여야 되는데 강압적인 분위기를 사기를 꺾는게 우리나라 군대였고,
그런 잘못된 군대문화가 기업까지 이어져서 아직도 큰 기업에서는 군대식
문화가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예전 '패튼 대전차군단'이란 영화에서
패튼 같은 전설적 장군도 사병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할 상황을
맞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와는 정말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얼마전까지도
군대의 가혹행위가 문제가 되었듯이 우리나라 군대는 언제 사람이 사람
대접받는 시기가 올까요?
ps4 : 개봉시 일본 단어인 '사요나라' 대신에 '굿바이'라는 제목을 사용했고
원제 '사요나라'는 작게 표기했습니다. 당시의 반일감정을 알 수 있는
광고죠.
ps5 : '코리아'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이 언급되는 미국영화도 드뭅니다.
[출처] 사요나라/굿바이(Sayonara 57년) 일본과 화해시도하는 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