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내뿜는 ‘아우라’(흉내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는 대단하다.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다. 박 후보 앞에서는 아무리 나이 많은 중진 국회의원일지라도 겸허하게 옷 단추를 여민다.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회의를 하면서 ‘터놓고’ 얘기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한다. 친박계 한 의원은 “어떤 건의를 했다가 박 후보가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표현으로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 더 이상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다”고 했다.
오죽하면 친박계에서 이탈한 어느 중진 정치인이 “나는 박 후보와 정치적 동지관계로 여겼는데, 다른 친박계 의원들은 ‘주종(主從)관계’처럼 굴더라”고 했을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좌에 오른 이후에도 참모회의를 하면서 맞담배를 피웠다는 일화와 비교된다.
이처럼 박 후보의 소통부재, 즉 불통(不通) 이미지가 논란이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참모들 사이에서도 불통이 있다.
친박계에서 이탈한 또 다른 의원은 “솔직히 박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이른바 ‘신(新)실세’들의 등쌀에 못 이겨 나왔다”고 토로한 바 있다. 박 후보가 아직은 권력을 잡은 것이 아니라 대선후보인데도 이너서클의 파워게임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두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티격태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호남 출신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 “당은 물론, 계파 내부 통합도 하지 못하면서 무슨 국민대통합이냐”는 비아냥이 나온다.
최근 박근혜 캠프 내부에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고, 서민층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지만 지지율은 그다지 반등하지 못한다.
심지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끝내 단일화에 실패하고 3자 대결구도로 가더라도 당선을 낙관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문·안 후보의 고향인 부산·경남의 이탈, 40대의 실망감, 핵심 측근들의 잇단 비리 의혹 등이 우선 꼽힌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박 후보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의 오만(傲慢)과 근거 없는 낙관론이다.
박 후보가 ‘미래 권력’으로 통하던 지난 5년 동안 그의 주변에서는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1년 전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을 때도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치부했다.
참모들이 머리를 모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는
서로 견제하고 질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 앞에만 가면 눈치만 살피면서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참모가 수두룩했다.
최경환 의원이 박 후보 비서실장직을 사퇴하면서
“이제는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나는 무엇을 했는지,
나는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솔직하게 돌아보자”고 일갈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참모들에게 돌릴 수만도 없다.
박 후보 자신이 참모를 그렇게 만든 1차적 책임이 있다.
자신의 아우라에 주눅 들고 내부 파워게임만 일삼는 주변 사람들을 다스리지 못한 책임이다.
최근 당내에서 ‘후보를 빼고 모두 바꿔야 한다’는 충언이 나왔음에도 박 후보는 “내일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지금은 힘을 모을 때”라며 일축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황우여 대표 등이 버티고 있다. 박 후보 본인부터 여전히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지 않은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서울취재본부장
첫댓글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의 장막에 둘려쌓여 본질을 보지 못한다는....에구...어쩌시려나...
결국 충신보다는 간신이 문제라는 얘기죠.
제발 충신이 많아지기를 바래 봅니다.
박근혜후보에게 충언을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지요
오만과 낙관론으로 지금 내홍을 겪고있죠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는 원인도 결국은 주군에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군이 직언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직언과 충고를 할 수 있는 참모가 주변에 있기 힘들지요.
아부하고 눈치만 보는 참모만 모여들고, 남게 됩니다.
지금 친박도 상당 부분 그런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잘되든 못되든 후보님 책임이 가장 크겠지요
박근혜라는 기차에 도열해 눈치만 보는 사람들..
직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충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