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 콜 몰아줬다” 의혹이 사실로
요즘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가격이 비싼 벤티나 블루, 블랙 등이 먼저 표시된다. 추가 요금이 없는 일반택시 호출은 그 다음 순서다. 이마저도 대기시간이 길거나 잡히지 않을 때가 흔하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인 ‘블루’는 대형 밴이나 고급 차량이 아닌데도 승차 거부 없이 쉽게 잡힌다는 명분으로 호출료를 최대 5000원 받고 있다. 지난해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하겠다며 정부가 최대 3000원이던 호출료를 이만큼 올렸다.
▷팬데믹 직전까지 카카오T로 들어오는 택시 콜(호출)은 하루 평균 165만 건을 넘어 택시기사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2020년 9월 택시단체 4곳이 카카오의 콜 몰아주기가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카카오T로 호출하면 빈 택시가 코앞에 있어도 멀리 있는 블루택시가 먼저 배차된다는 주장이었다. 때마침 경기도가 이런 의심이 일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서울시도 실태조사를 했더니 손님 골라 태우기와 콜 몰아주기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러자 카카오 주도로 조직된 전문가위원회는 이 같은 의혹을 반박하는 결과를 공개했다. 외부의 교통 빅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작년 4월 이뤄진 17억 건의 콜 데이터를 전수 분석했더니, 가맹·비가맹이나 단거리·장거리 간의 차별이 없었다는 것이다. 카카오T의 배차 알고리즘은 가장 가까운 택시 중 과거 배차 수락률, 승객의 평점, 운행횟수 등을 따져 콜을 받아들일 확률이 높은 기사를 추천한다고 했다.
▷14일 나온 공정위 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다. 카카오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2019년 3월부터 1년여간 일반 호출이 들어와도 블루택시가 6분 이내 거리에 있으면 더 가까이 있는 일반택시보다 먼저 배차했다. 돈이 안 되는 초단거리 콜은 가맹택시에 주지 않았다. 가맹택시를 키우기 위해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히 조작한 것이었다. 콜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야 알고리즘을 바꿨지만 이 역시 가맹택시에 유리했다. 덕분에 가맹 기사의 월수입은 일반 기사보다 최고 2배 이상 많았다. 직원들이 “우선 배차가 알려지면 공정위에 걸린다”는 대화를 나눈 것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했지만 카카오 측은 “승객 편의를 높인 결과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혁신보다는 알고리즘 왜곡이라는 반칙으로 택시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는 사실에 소비자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타다, 우버 같은 경쟁사 진입을 가로막고 카카오의 독과점을 사실상 방치한 정부와 정치권에도 비판이 쏟아진다. 더 많은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가 등장하도록 장벽을 낮추고 경쟁을 다그쳐야 플랫폼의 불공정을 없애고 소비자 편익도 높일 수 있다.
정임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