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대중국 무역적자엔 이유가 있다… “경쟁력 문제”
현경연 “3대 수출 상품에서 대중국 교역경쟁력 약화”
무역협회 “5대 신성장 산업도 수출점유율 격차 확대”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최장 최악의 무역적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그 주원인으로 대중국·반도체 수출 부진이 꼽히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3년 628억 달러로 정점에 달한 후 2022년에는 12억 달러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4월까지 누적 기준 100억8000만 달러 규모의 적자로 전환됐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은 연말까지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을 들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우리 수출경쟁력의 근본적인 부분에서 경고등을 켜고 있다. 주요 교역상품 시장에서 중국산에 비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전기차 수출점유율에서이 2021년 한국(6.6%)을 제치고 9.5%를 기록했으며, 전기차 배터리인 이차전지에서도 한국과의 수출점유율 격차를 25%p나 벌렸다고 밝혔다. 사진은 4월 18일 현대자동차가 상하이 국제모터쇼 전시장에서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 N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화통신/뉴시스) |
●“한국의 중국시장 경쟁력, 상대적으로 둔화” =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대중국 교역구조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대중국 교역구조 변화를 제조기술 수준별, 수출입 5대 상품 품목별로 나눠 살펴보았다. 한중 간 상대국 시장에서의 교역경쟁력 분석을 통해 최근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가 코로나19나 글로벌 경기 외에도 중국의 교역경쟁력 상승 요인을 동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교역은 고위기술 제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돼왔으나, 최근에는 이들 품목에서 흑자가 급감했다. 동시에 저위기술 제조업에서의 적자도 확대됐다.
현시비교우위지수를 통해 산출한 결과, 한국의 대중국 교역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둔화된 반면 중국의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대부분의 기술 수준에서 1990년부터 최근까지 지수가 기준치인 1을 웃돌며 중국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위 및 고위기술 제조업에서 현시비교우위지수 상승세가 축소 혹은 하락 전환되면서 점차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저위기술 제조업 현시비교우위지수가 1990년 1.05에서 2020년 1.96으로 약 2배, 고위기술 제조업 RCA는 동기간 0.05에서 1.44로 약 29배 상승했다.
2020년 기준 고위기술 제조업의 대중국 수출 및 수입 비중은 각각 49.1%, 43.6%로 1990년에 비해 수출은 약 24%p, 수입은 약 15.0%p 상승했다. 또, 고위기술 제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도 2020년 157.3억 달러로 타 기술 수준별 제조업 대비 높았다.
저위기술 제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20년 약 121억7000만 달러로 지속 증가했고, 고위기술 제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0년 약 264억3000만 달러에서 2020년 약 157억3000만 달러로 약 107억 달러가 축소됐다.
주요 수출입품목별로 살펴본 바도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쟁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2020년 대중국 5대 수출 상품은 1990년에 비해 ‘전기기계장치와 기기’, ‘유기화학물’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품목(‘특수산업용 기계’, ‘플라스틱(원료형태의 것)’, ‘달리 명시되지 않은 전문, 과학, 통제기구 및 장치’가 신규 편입)이 바뀌었다.
이들이 대중국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54.5%에서 2020년 56.7%로 소폭 상승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 1위 상품인 ‘전기기계장치와 기기’의 비중이 1990년 20.3%에서 2020년 33.6%로 상승했다.
한편으로 한국의 대중국 5대 수입 상품 구성은 소폭 변화했지만, 특정 상품 의존도가 상승하면서 전체 대중국 수입 비중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대비 2020년 대중국 5대 수입 상품 구성은 ‘전기기계장치와 기기’, ‘철 및 강’, ‘사무용 기기 및 자동자료 처리장치’를 제외한 ‘통신 및 녹음기기’와 ‘달리 분류되지 않는 잡제품’이 새롭게 편입됐다. 이를 통해 전체 대중국 수입에서 차지하는 5대 상품 비중은 1990년 48.1%에서 2020년 51.2%로 소폭 상승했다.
단, 수출과 마찬가지로 전체 대중국 수입에서 차지하는 5대 수입 상품 중 1위 품목인 전기기계장치와 기기의 비중이 1990년 15.6%에서 2020년 27.0%로 상승하는 등 특정 상품 수입의존도 역시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교역 상위 3개 품목을 중심으로 비교해봐도 한국의 대중국 경쟁력이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2020년 기준 대중국 수출 상위 3개 품목은 ‘전기기계장치와 기기’, ‘특수산업용 기계’, ‘플라스틱(원료형태의 것)’으로 2000년 이후 중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비교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기기계장치와 기기’의 경우 RCA가 1990년 3.23에서 2020년 1.49로 약 50% 수준으로 하락하며 중국에 역전됐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 2020년 기준 대한국 수출 상위 3개 품목은 ‘전기기계장치와 기기’, ‘통신 및 녹음기기’, ‘사무용기계 및 자동자료 처리장치’로 한국 시장 내 교역경쟁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특히, ‘사무용 기계 및 자동자료 처리장치’는 1990년 이후 교역경쟁력이 개선되며 한국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산업 중심 수출구조로 재편해야” = 한국무역협회는 세계 교역의 신성장동력인 차세대반도체·차세대디스플레이·전기차·2차전지·바이오헬스 등 5대 수출산업에 대해 최근 10년간 가장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의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5월 4일 발표한 ‘5대 신성장 산업의 수출경쟁력 및 경제 기여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5대 신산업의 세계 교역 규모는 2016년 1조6000억 달러에서 2021년 3조2000억 달러로 1.8배 증가해 전 세계 수출액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5대 신성장 산업 수출 비중(26.3%)은 독일(15.2%), 미국(13.8%) 등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나, 주로 차세대반도체(16.9%)에 특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대상국도 5대 신성장 산업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32.4%)과 아세안(25.3%)에 집중돼있어 수출대상국 다변화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이후 5대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1.6%p), 독일(+0.9%p), 베트남(0.7%p)의 세계수출점유율은 증가하고, 미국(-1.0%p), 일본(-0.6%p), 한국(-0.1%p)은 수출점유율이 하락하거나 정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1년 이후로는 중국과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2021년 한중 간 5대 신산업 수출점유율 격차(8.1%p)는 2016년(6.4%p) 대비 1.7%p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5대 신성장 산업 수출시장에서 차세대반도체(11.0%), 차세대디스플레이(10.7%) 수출이 두 자릿수의 세계 수출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2차전지(8.7%)와 전기차(6.6%), 특히 바이오헬스(1.2%)는 여전히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출은 전 세계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바이오헬스와 전기차에서는 독일과 미국이 우세를 보였다. 중국의 경우 전기차 수출점유율에서도 2021년 한국(6.6%)을 제치고 9.5%를 기록했으며, 이차전지에서도 한국과의 수출점유율 격차를 25%p나 벌렸다.
한편, 바이오헬스는 한국의 점유율이 지난 5년간 1% 수준에서 정체되고 5대 신산업 중 유일하게 수출경쟁력 비교 열위가 이어지고 있어 국제경쟁력 개선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5대 신산업 수출비중(26.3%)은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사실상 약 3분의 2가 차세대 반도체(16.9%p)에 편중돼있어, 반도체를 제외한 신산업 수출은 여전히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홍 연구위원은 “신성장 수출산업의 외연을 꾸준히 확장하고 신산업 포트폴리오를 균형 있게 유지하며, 최대 신성장 분야인 바이오헬스 수출시장을 보다 공격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산업 육성과 규제개선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