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왕겨 가마니 세 포대 정도 받은 냉이가 집 주변과 골짜기를 점령했다. 1만평은 넘을듯. 올해 제대로 캐서 먹거나 팔지는 않았지만 냉이도 이제 산채원의 어엿한 식구가 된 것이 무척이나 대견하다. 올 겨울엔 날마다 괭이 들고 하루 몇 가마씩 캐서 팔아도 될만한 엄청난 양이다. 어찌나 많은지 다른 작물이 자라지 못할 정도로 지천이다. 첫 해엔 냉이 씨앗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그냥 베어와서 콩타작하듯 방망이로 두들겨서 뿌려줬을 뿐이다. 다시 보니 냉이 겉껍질이 있고 그 안에 갈색을 띤 작은 씨앗이 대여섯 개 들어 있다. 흙먼지보다 더 작은 알갱이다. 갈대로 만든 방빗자루로 슬슬 쓸어모은 양이 사료 포대로 얼추 세 가마니다. 4ha(약 12000평)에 일곱명이 마구 산자락에 뿌렸으니 올 가을이 기대가 된다.
인진쑥을 1ha 가량 뿌리고 벌개미취 모종밭을 만들고 나서 더 넓게 날 길 가 산자락에 200여 미터 뿌렸다. 누룩치를 옮겨심은 곳에도 씨앗을 파종하였다. 화전을 부쳐먹는 맨드라미도 조금 뿌렸는데 오늘 마저 뿌리면 과연 얼마나 될까. 흥부보다 박 씨가 많으니 모종을 내다 팔아도 될 만큼 확보되어 있으니 올핸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무료 분양을 해야할까 부다. 피마자(아주까리)는 조금 늦게 뿌려야 가을에 야들야들한 잎을 얻을 수 있으니 조금 참아야겠다. 옥수수는 여름 휴가철에 먹을만큼 심었으니 안심하면 될 터. 오이 씨를 찾아야될 텐데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취나물 몇 종이 아직 남았으나 아무 데나 뿌리면 올 씨앗 파종은 끝이 아닌가.
산채원은 해발 300미터에 약 10ha, 해발 400에서 600미터 대에 약 100ha에 조성되고 있는데 올핸 30ha가 완성 단계에 있다. 총 40ha에서 뿌리박음이 끝나면 산엔 나물로 그득한 세상이 펼쳐질 일만 남았다. 며칠 있다가는 본격 관리모드로 전환하면 되겠지.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지. 가자 가자. 백아산 골짜기 산으로 가자스라. 아니 벌써 봄비를 맞고 산죽 죽순이 무척이나 길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