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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부
3월 17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길진의 집 앞, 밤
현수, 길진 오피스텔 현관을 나오고 있다. 현수는 기분이 좋지 않은 얼굴이고 길진,
현수를 보는데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길진 (현수 보며) 바래다 줄까?
현수 혼자 갈 수 있어.
길진 물론.
현수 (작게 웃으며) 그래. 바래다줘라. (하고 팔짱끼고)
길진 (걸으며) 난 니가 꽤 니 자신한테 솔직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재호한테 같
이 있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하지 왜 보내고 혼자 이시간 동안...
현수 (작게 웃으며) 혼자 있고 싶었어. 나 싫다는 애, 굳이 앉혀 놓 고, 그러기 싫었
어. (멈춰서서, 길진 보며) 승질나는데, 확 버 려 버릴까?
길진 (웃는다. 현수, 손 잡고) 좀 씩씩해져라.
현수 (작게 웃으며) 응.
길진 (바람 냄새 맡으며) 봄바람이다. 곧 벚꽃 피겠는데. 벚꽃 피면 밤 벚꽃 구경 가
자. 너랑 나랑 신형이랑.
현수 좋지. (하며 바람 냄새 맡는다) 정말 꽃냄새가 난다.
길진 (장난스럽게) 정말? 사실 난 못 맡았는데.
현수 (눈 흘기며 장난스레) 아우. (길진의 어깨 치고 웃으며 간다)
길진 (웃으며 현수의 손잡고 가는)
$#2. 신형의 집 앞 근처
현수, 길진 손 잡고 오고 있다.
현수 (걸으면) 다 와가네. (문득 생각난 듯) 키를 어디다 뒀더라. (하며 멈춰서서 가
방 연다.)
길진 (걸음 멈추고 그런 현수 보다가 무심히 고개 들어 신형의 집 앞쪽 보는데 순간
숨이 멎는 듯 하다.)
인써트 - 재호, 신형 키쓰한다. (14부 엔딩씬가 같은 상황)
현수 (가방에서 키 꺼내며) 여깃네. (하고 길진 본다.)
길진 (신형쪽 보고 있다.)
현수 (그런 길진 보며) 오빠, 뭘 그렇게 봐? (하고 길진의 시선쪽 으로 고개 돌리는데
순간 숨이 멎는 듯하다)
길진 (정신 차리고 현수 안어 돌려 신형쪽 못보게 한다.) 보지마라. 보지 마. (하고
현수 손 끌고 자기집 쪽으로 끌고간다.)
현수 (길진의 손에 끌려가며 신형과 재호쪽 다시 보고)
$#3. 신형의 집 앞
신형, 재호 입맞춘 상태다. 재호, 천천히 입 떼고 신형 본다. 신형, 고개 숙이고 있다.
재호 (신형을 안타깝게 보며 눈가 그렁한)
신형 (차마 못보고) 늦었다. 가라. (돌아서 집으로 들어 간다.)
재호 (들어가는 신형 보고 서있다.)
$#4. 현관 안
신형, 문 닫고 문에 기대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5. 신형의 집 앞
재호, 신형이 들어간 문쪽 보다 작게 한숨쉬고 차에 타 운전해 간다.
$#6. 몽타쥬
1. 달리는 재호의 차 안. 재호, 무표정한 얼굴로 가고 있다.
2. 신형, 변기 뚜껑 위에 멍하니 앉아, 고개 숙이고 양치하고 있다. 아무생각 없는 얼
굴이다. 입안에서 칫솔 빼고 고개 드는데, 눈가 그렁하다.
3. 고수부지 재호, 차 앞에 기대 서서 바람 맞으며 고개 숙이고 있다.
$#7. 길진의 오피스텔 계단
현수(어이없는, 굳은 쳐지지 않게), 길진(앞만 보며, 굳은) 계단 앞에 앉아있다.
현수 우리가 뭘 본거야?
길진 (굳은, 제 생각에만 빠져있는)
현수 (길진 안보고, 혼잣말처럼) 재호는 재호래두 이제 신형 언니 를 어떻게 보냐.
길진 (무표정하게. 제 생각에만 빠져있는)
$#8. 여관 앞
재영, 석구의 손 잡고 이끌다 돌아보면 악쓴다.
재영 들어가자니까!
석구 (무서운 듯 뒤로 주춤거리며) 어딜 들어가!>
재영 어디긴 어디야. (손가락으로 여관 가르키며) 여기지.
석구 미쳤냐?
재영 여관이 미친 사람들이 가는 곳이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지.
석구 (어이없는 표정으로) 얘가 완전히 돌았네, 돌았어. 너 똑독히 들어. 여관은 미친
사람들이 가는곳도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 람들이 가는곳도 아니야. 잠 잘데가 없은 사
람들이 가는데가 여관이야. 너랑나랑 잘 데가 없냐? 집에 가서 자자. (재영의 손 잡아,
반대편으로 끌려하면)
재영 (버틴다.)
석구 (두 손으로 재영 잡고) 이리 와. (하고 힘쓰지만)
재영 (다짐이 대단하다. 끌려가지 않는다)
석구 (재영의 손 놓으며 크게 한숨 쉬고) 어후! (강조) 나 남자야, 똑똑히 봐. 늑대야.
알어?
재영 오빤 늑대가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야. 이리와. (끌고 가면)
석구 (얼떨결에 따라 가며) 재영아!
$#9. 여관 카운터 앞
재영 이만 오천원이요? (하고 지갑에서 돈 꺼내 주고 석구에게) 오천원만 줘.
석구 (울상이 되서) 야, 이러지마.
재영 오ㅃ가 아무리 그래도 집엔 안들어가. (손 펴 보이며) 째째하 게 그러지 말구 오
천원만 줘.
$#10. 여관 밖 창문으로 보는 전경 (석구와 재영 묵는 방)
$#11. 여관 방
석구, 재영 각자 다른 벽에 기대 마주 앉았다. 석구는 고개 숙이고 담배만 피우고 있
고 재영은 무릎 싸안고 석구 보고 있다. 두려움이 있는 얼굴이다.
재영 (마른 침 삼키고 어렵게) 오 ... 빠.
석구 (그 말에 고개 더 깊숙히 숙이며 기어드는 목소리로) 왜? (한 며 괜히 양말 신은
발가락 만진다)
재영 (눈치 보며) 오, 오빠. 바, 발가락 아퍼?
석구 (더 고개 숙이고) 아니.
재영 근데 왜 발가락 만져?
석구 그냥.
재영 (생각하며) 우, 우리 불 끌까?
석구 (고개 숙이고) 싫어.
재영 나는 끄고... 싶어.
석구 알겠어. (하고 일어나 고개 숙이고 스위치쪽으로 가 불 끄고 다시 제자리로 와서
원래 모습 그대로 앉는다)
잠시 그대로 석구와 재영, 어색하게 앉아있다.
재영 (어렵게 말 꺼내는) 왜, 나, 안 안어?
석구 (여전히 고개 숙이고)...
재영 남자들은 여자 안는거 좋아한다는데 오빤 안그래?
석구 나두 그래.
재영 (석구 보다) 그런데 왜 안그래?
석구 사랑... 사랑하니까.
재영 (그 말에 눈가 붉어져 석구 보는)
석구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일부러 눈 비비며) 아우 씨, 빨리 나가 너, 여기서.
집에 가라구. 난 돈 아까워서 여기서 잘테니 까. 넌 집에 가.
재영 (엉금엉금 기어 석구 앞에 가서 석구 얼굴 잡는다.)
석구 (아이처럼 본다. 눈가 붉다)
재영 (입술 떨리며 애써 웃으며) 사랑해? 사랑하냐구. 너무 사랑해 서 지켜주고 싶어?
석구 (고개 끄덕이는)
재영 아주 아주 안구싶구 입맞추구 싶구 그런데두 사랑해서 지켜 주는거야?
석구 (눈물 뚝 흘린다.)
재영 (석구의 얼굴 보며) 오빠, 울어?
석구 (훌쩍이며) 너 사랑해. 지금두 안구 싶어서 머리가 터질거 같 구 가슴이 터질거
같은데 안 안을래.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 느건 널 그냥 이렇게, 그래, 니 몸을 지켜
주는거 그거라구 생 각해.
재영 (눈가 그렁해 밝게 웃으며) 내가 정말 사람하난 잘 골랐네.
석구 어서 가.
재영 (끄덕이며) 그래. 그런데 내 손에는 입맞춰두 돼. 이건 내가 허락하는 거니까.
오빠가 굳이 내 생각한다구 안맞추면 내가 화가 날거 같애. (손 내밀며) 손에다는 입
맞춰두 돼.
석구 (조심스럽게 재영의 손에 입술 대다가 눈물 왈칵 쏟으며 엉 엉대고 운다.)
재영 (그런 석구 안스럽게 본다)
석구 (입술 떼고 눈물 닦으며) 내가 가진게 있으면 좋겠다. 내가 너보다 배운게 많았
으면 좋겠다. 아니 너보다 많이는 필요없 구 너만큼만 배운게 있으면 좋겠다. 우리 집
이 조금만 잘살았 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거 다 필요없구 재호가 나 믿어주면, 내가
너 데려다가 행복하게 해줄거만 믿어주면 정말 좋겠다. 재영아 (하고 엉엉운다)
재영 (석구의 머리 끌어안고) 재호 오빠가 어떻게 생각하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 난
오빠 믿어. 착하구, 성실하진 않지만 성실 하려구 애쓰구, 재영인 그거면 돼. 난 오빠
랑 결혼할거다. 그 래서 반드시 훌륭한 사람 만들거야. 훌륭한게 뭐 별거냐? 아 내한
테 잘 하구 애기한테 잘 하구 재미나게 살면 되는거지. (하고 석구의 얼굴 본다.)
석구 (여전히 숨 들이켜며 울고)
재영 울지마, 온달 장군님. 평강도 안우는데 온달이 왜 우냐? 우리 는 오늘 너무너무
중요한걸 안거야. 서로 사랑하는거. 그러니 까 웃어. 어서.
석구 (웃으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재영 (눈가 그렁하지만 밝게 웃으며) 웃자. 우리한테 앞으로 좋은 일만 있게 웃자.
응?
석구 (눈물 흘리면서도 밝게 웃는다.) 히!
재영 (눈물 흘리며 애써 밝게 웃는) 히!
석구 (재영 안으며, 안웃고 울음 참으며) 사랑해.
재영 (진심이다) 사랑해.
$#12. 달리는 좌석 버스 안
재영, 석구 품에 잠들어 있다. 석구, 그런 재영을 보다가 뭔가 다짐하는 얼굴로 재영
을 꼭 안고 가고 있다.
$#13. 신형의 집 전경, 아침
$#14. 주방
병국, 혜자, 신형, 현수 앉아 밥먹고 있다.
병국 (밥 먹다말고 현수 보며) 뭐?
혜자 (현수 보며) 그게 무슨 말이야?
신형 (현수 보고)
현수 (미안한 웃음 지으며 병국, 혜자 보며) 어제 알아봤는데 길진 이 오빠 오피스텔
에 방이 났다 그러더라구요. 집하구 멀지도 않구, 괜히 아저씨 아줌마두 저 때문에 신
경 쓰시구. 언니도 한 방 쓰기 불편하구. 나갈게요.
병국 (혜자 보며) 당신, 얘 있는거 힘들어?
혜자 (고개 저으며) 아뇨, 얼마나 좋은데. (현수 보며) 내가 너 불 편하게 해? 불편한
거 있으면 말해. 집을 왜 나가. 집 놔두고 방을 왜 얻어?
병국 (신형 보고) 너 현수랑 한 방 쓰는거 불편해? 싫어?
신형 (현수 조금 속상하게 본다)
현수 (작게 웃으며) 그런거 아니예요, 아저씨.
병국 그런게 아닌데 임마, 처녀가 어딜 집을 나가? 요즘 니들 말로 사생활 보장이 안
되냐, 이 집에 있으면?
현수 (난감하다.)
병국 못나가, 그렇게 알어. 니 아빠한테 얘기했냐?
현수 아뇨.
병국 니 아빠도 내 맘 같을 거다.
혜자 그럼, 니 엄마도 내 맘 같을 거다. 아유, 싫어 야, 너 나가 사 는거. 밥은 어떡
할거구, 혼자서 잠은 어떻게... 아유, 난 싫다 댜.
병국 (일어나며) 양말 좀 찾아줘. (하고 나간다)
혜자 네. (하고 현수 보며) 집나가면 고생이야. 혼자 사는거 좋을거 같지만 외롭기만
하지 좋을거 하나 없어. 안되다. 알았지? (하고 나간다)
현수 (고개 숙이고 작게 한숨쉬고)
신형 (현수 보는데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현수야.
현수 (신형 무시하고, 밥 먹는다)
신형 (현수 편치않게 보고)
$#15. 안방
병국, 양말 신고 있다. 혜자, 병국의 손수건 찾아 병국의 옆에 놓고 병국 살피며,
혜자 오늘 정말 낮에 시간 안돼요?
병국 시간 되두 안나가. 내가 당신 친구 만나는데 뭐하러... 아우, 듣기도 싫어. 그만
해.
혜자 난 자랑하구 싶단 말이야, 당신.
병국 (이상하게 보면)?
혜자 아, 우리사이야 어떻든 남들이 우리 보면 꽤 괜찮아 보이지 않겠어요? 당신 성격
은 괴팍하고 좁쌀같구 쪼잔해두 등치 하 나는 남부럽지 않잖아. 듬직해 보이지.
병국 (혜자 맘에 안들게 보다가) 당신, 진짜 나랑 왜 사는거야? 정 말루 나랑 왜 사는
거야? (하고 일어나 옷입으며 혹시나 싶어 떠보듯) 참, 친구 이름이 이, 이 진숙이라
그랬어? 뭐하는 여 자야?
병국 (병국의 뒤에서 꼬나 보며) 가정주부.
병국 (머리 긁으며) 남편은 뭐한대?
혜자 (가소럽다는 듯이 병국 꼬나보며 들키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 리로) 중소기업 사
장이라지? 술... 도매를 한다나?
병국 어, 그래. 오늘 잘 만나구. 뻥 좀 많이 치시고, 그 사람 우리 관계 모른다니까
나, 대기업에 잘나가는 실장이고, 신형이 교 순거, 우리집... 뭐, 평수도 괜찮고 다
괜찮잖아? 그런거... 거 기다 더 보태고 싶으면, 뭐든 뭐 그렇고 당신 원하는대로 뻥
을 치시고 스트레스 콱콱 풀고 그리고 들어오시게. 응. (하고 나간다.)
혜자 (입가에 싸늘한 미소 지으며 혼잣말) 웃어? 장난을 쳐? 언제 까지 그럴 수 있는
지 보자. (큰소리로) 신형아, 학교가! (하고 나간다)
$#16. 신형의 학교 앞
병국의 차 멈춰선다. 신형, 현수 내린다.
신형 (병국 보며) 아버지 조심해 가세요.
현수 (병국에게) 저녁에 뵐게요.
병국 (현수 보고) 오늘 얘기는 없었던거다. 니 아버지하구 전화할 거야. 니 아버지 꼬
셔서 내 맘 움직일 생각 하지말어. 현수 (내키지 않는) ...
병국 간다. (하고 차 출발하고)
현수 (담담히 돌아서서 학교로 간다)
신형 (현수 보고 걱정스레 따라가 현수의 팔 잡는다)
현수 (신형 보면)
신형 수업 없지? 나랑 얘기 좀 해.
현수 (신형 보면) 나랑 얘기할 수 있어?
신형 ?
현수 벤치로 가자. (하고 먼저 가는)
신형 (그런 현수 보다, 따라가는)
$#17. 학교 벤치
신형, 말 꺼내기 어려운 표정으로 앉아있고 현수, (독하게, 쳐지지 말게 할 것) 그런
신형 보고 있다.
현수 말해.
신형 (현수 보지 못하고 어렵게) 현수야...
현수 응.
신형 (현수 보지 못하고) 나...
현수 (신형 보며) 재호, 사랑해?
신형 !
현수 어제 두 사람 봤어.
신형 처음부터 재호가 좋았지?
신형 (속상하고 뭐라 말할 수가 없다, 고개 숙인다)
현수 언니, 실수한거야. 처음부터 그랬으면 말했어야지. 첨부터 말 했으면 나라두 포
기했을거 아냐! 아니라, 아니라구 해놓고, 이제 어떡할래. (가방들고, 일어나 간다)
신형 (여전히 고개 숙이고,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있다.
$#18. 강의실 복도
학생들 우르르 나오고 재호 나와 걸어가는데, 재호의 걸어가는 모습 위로.
현수E 재호야.
재호 (돌아보면)
현수 (복도 한쪽에 서 있다) 잠깐만 보자. (하고 비상구 쪽으로 간 다)
재호 (따라간다)
$#19. 조용한 비상구
현수, 비상구 한쪽에 서있다. 그 때 재호 비상구로 들어와 현수에게 다가와,
재호 수업 안들어갔니?
현수 (재호 보며) 왜 왔어?
재호 ?
현수 여기 왜 왔냐구?
재호 (현수 뺨 친다)
재호 (현수 보면) ?!
현수 (무섭게, 원망스런) 내가 싫으면, 내가 부르든지 말든지 오지 말았어야지. 우리
작은 아버지는 왜 봤지? 보기 싫은데 내가 억지로 끌어서? 너 그렇게 줏대없는 애였
어?
재호 (굳은 얼굴로 현수 보면) 무슨 말 하는거야?
현수 언제까지 니 마음을 이랬다 저랬다 흔들리게 놔둘래? 신형이 언니가, 내가, 길진
이 오빠가 다치는거 생각안해? 도대체 너 무슨 생각하고 사는 애니?
재호 (현수 보면)
현수 (마음 아프다. 눈가 붉어지지만 애써 냉정하려 애쓰며) 널 사 랑해. 우리 결혼하
자.
재호 (현수 보면)
현수 왜 대답을 못해? 신형이 언니랑 결혼할 생각이야? 야망두 버 리구 욕심도 버리구,
니가 그럴 수 있을거 같애? 월급쟁이나 하면서 전세방에 앉아서. (하고 말하는데 입술
이 바르르 떨린 다.) 내가 너무 치졸하지. 그런데 난 널 알아.
재호 (강하게) 아니, 넌 날 몰라. (하고 돌아서 가려면)
현수 (재호의 팔 잡아 돌려 세운다.)
재호 (현수 보면)
현수 니가 신형이 언니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거 같애? 길진 이 오빠보다 더? 사
랑한다면 그 정도는 생각해야지. (하고 나 가고)
재호 !?
$#20. 복도
현수, 비상구에서 나와 걸어가면, 재호, 성큼성큼 걸어나와, 현수를 돌려세운다.
현수 (화난 얼굴로 재호 보면)
재호 (현수 눈빛 피하지 않고) 날 안다구 자신하지마라. 니가 아는 내가 전부는 아니
야. (현수 그냥 두고 걸어가는)
현수 (속상한 얼굴로 그런 재호 보는)
$#21. 까페 전경
혜자, 까페 안으로 들어간다.
$#22. 까페 안
진숙, 창가 보고 앉아있다. 그 때 혜자, 들어서서 두리번거린다.
진숙 (고개돌려 문쪽 보다가 혜자 발견하고 담담하게 웃으며) 혜자 야, 여기야.
혜자 (웃으며 진숙쪽으로 와 앉으며) 일찍 나왔네.
진숙 일찍 나오긴. 난 정각에 나왔어. 넌 여전히 늦는다. 약속 시간 에 늦게 나오면
좀 나보이냐?
혜자 (진숙 보면) ?
진숙 커피 마실거지? (카운터 쪽) 아저씨!
시간 경과
혜자 (애써 웃으며) 니 남편 뭐하니?
진숙 내 남편 얘긴 하고 싶지않구 니 남편은 뭐해?
혜자 내 얘기, 인숙이한테 안 들었어?
진숙 (혜자보면)
혜자 나, 잘 살어. 뭐 사람 잘 사는게 물질적인 거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구
그거 빼군 말 못하지. 십년전에 집도 큰거 장만했구, 딸 하나 있는거 교수 만들었구,
남편이 벌어다 주 는 봉급 적지않구, 행복하게 산다, 나는.
진숙 (혜자 보며) 잘났다. (하고 차마시는)
혜자 (속상하지만, 참고) 니 얘기 좀 듣자. 남편은 뭐해?
진숙 회사 다녀.
혜자 인숙이 말로는 중소기업 사장이라던데, 아니었어?
진숙 (아차싶다, 머리 괜히 긁으며) 어, 어. 요즘에 경기가 안좋으 니까 대기업 자문
위원, 자문위원 있지, 왜, 그거 해.
혜자 나이는 몇 살이야?
진숙 쉰 다섯.
혜자 자상하니?
진숙 (창가 보며) 대충 살어.
혜자 (야비하게웃으며 진숙 보며 커피 마시고, 괜히 헛기침하고 심 각한 표정짓고) 진
숙아, 나 실은 고민이 있어서 너 만나자고 그런거야. 상의 좀 할까하구.
진숙 뭔데? 돈 문제면 말하지마라. 친구간에 돈거래 하는거 아니 래. 빌려 줄 돈두 없
구.
혜자 그런거 아니야. 너두 뭐 대출 받고 사느데 나 빌려 줄 돈 있 겠니?
진숙 (혜자 보고) ? !
혜자 (아차 싶다) 어, 어. 인숙이가 너, 뭐.... 좀.... 대출해서, 뭐, 가 게한다며?
거기 보탰다구, 그래서.
진숙 (기분 상한 것 참고) 고민이 뭔데?
혜자 우리 남편이 바람이 났다?
진숙 (무심히) 어떤 여자랑?
혜자 술집 마담이래, 글쎄, 천박하게.
진숙 (한숨쉬고 물 마시고 혜자 본다)
혜자 나이가 내 또래란다. 우리 남편 변태 아니니? 허구 많은 젊은 애 놔두고 웬 쭈그
렁 할머니를 . 내가 한번 봤는데 인물은 반 반한데, 머리에 든게 없어 보이드라구.
진숙 너보다 난게 없는데 왜 니 남편이 그 여잘 만나, 하나라두 난 게 있겠지, 하다못
해 성격이래두, 너 사실 성격은 별루잖냐.
혜자 (기분 안 좋은, 참고) 진숙아, 내가 그여자를 어떻게 하까 곰 곰히 생각해 봤는
데 가서 머리를 확 뜯어 놀까 해. (걱정스 레) 근데 너 숱이 적다 머리털 조심해야 되
겠다, 예.
진숙 ?!
$#23. 정류장
혜자, 진숙 서 있다. 진숙은 기분이 나쁜 듯 하고 혜자는 싱글벙글 웃고 있다.
혜자 우리 집에 한번 꼭 놀러와라. 너 안오면 내가 맨날맨날 전화 할거야. 아니면 인
숙이 한테 말해서 너희 집 찾아갈 수도 있 구. 넌 내가 싫어 두 난 니가 참 좋다. 얘.
진숙 (답답하다) 너 안가니? (한쪽에 서있는 택시 가리키며) 난 저 거 타고 갈거다.
그 때 혜자 앞에 모범 택시 와서 선다.
혜자 (모범 택시 가리키며) 어, 난 이거 타고 가려구 불렀어. 난 모 범, 넌 일반이네.
다음 주에 꼭 보자. 우리 남편이 너 보면 아 주 좋아할거야. 안녕. (하고 타고 간다)
진숙 (크게 한숨 쉬고 가는 혜자 보며) 야, 징글징글하네. 쟤.
$#24. 모범 택시 안
혜자, 밖의 백미러로 진숙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앞보며,
혜자 (혼잣말) 어릴때는 내가 당했어도 이젠 아니지. 니들 두 사람 나한테 혼 좀 나봐
라.
$#25. 신형의 교수실 앞
그 옆의 학생들 여럿 모여 웅성이는 소리들린다.
남학생 내가 봤다니까, 강재호가 이신형교수 손목 끌고 인문대과 뒤 쪽으로 끌고 가더
라구.
여학생 설마.
남학생 설마는 내가 없는 말 지어내는 거 봤냐? 소문에 의하면, 조현 수랑 이신형, 강
재호, 송길진까지 엉겨가지구 그렇고 그런 관 계래.
그때, 신형 그 옆을 스쳐지나가다, 문득 멈춰서서 돌아본다. 학생들, 순간 멈칫하고,
남학생1, 신형에게 건서으로 인사하며 '안녕하세요'하고, 학생에게 '수업가자' 하고
간다.
신형, 속상한 마음 애써 감추고, 교수실 문 열고 들어가는.
$#26. 교수실 안
길진, 와서 앉아있다. 신형 들어오다 그런 길진 보고, 멈칫한다
길진 퇴근하자. (하고, 일어나 신형 스쳐 나간다)
신형, 그런 길진 보는.
$#27. 신형의 집 앞, 세워져있는 길진의 차, 밤
$#28. 차 안
길진, 신형 앉아있다.
길진 (굳은 얼굴로 앞만 보고 말하는) 얘들이 아주 신이 났더라.
신형 (고개 숙이고 가만있는)
길진 (신형 보며) 무슨 말이든해.
신형 (못보고) 내가 무슨 말을 해.
길진 (고개 돌려 앞보며) 그럼 내가 말할게. 난 너랑 재호랑 안어 울리는 거 같다. 나
이두, 신분두, 모든게 다. 난 지금껏 어떤 사람과 나를 비교해 본적이 없어. 그런데
이번엔 비교가 된 다. (신형 보며) 설마, 재호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
지?
신형 ...
길진 결혼이란 당사자만 좋다구 되는 건 아니다. 부모님들 마음에 두 드셔야 하고, 남
들 눈도 무시할 수 없어. 재호 맘속에서 정리해라. 니가 정리하지 않으며,
신형 (속상한, 말꼬리 끊으며, 길진 보고 서운한 투로) 정리하지 않 으면 어떡할 건
데?
길진 (신형 똑바로 보며) 너희 부모님들과 상의 할거야.
신형 (속상해 눈물이 다 날 것 같다. 외면하는)
길진 (앞 보며) 내려, 그리고, 정 내가 싫어서 결혼하기 싫으면 나 보다 더 나은 놈
데리고 와. 이 여자냐 저 여자냐 앞 뒤 재는 놈말구, 능력 없는 놈 말구, 번듯한 놈으
로. (신형 보며) 시간 줄게, 생각해. (안 보고) 지금 당장 어쩌란 건 아니야. 나두 생
각할게. 널 어떡하면 미워할 수 있을까, 잊을 수 있을까, 나 두 생각할게. 내려.
신형 (속상한 마음으로 내리면)
$#29. 신형의 집 앞
신형, 차에서 내리고 문닫으면, 길진, 신형 안 보고 차 몰아가는.
$#30. 재호의 방
재호, 전화기를 보고 있다가 용기내 전화거는.
$#31. 신형의 방
책상위에서 신형의 삐삐 빙글빙글 돌아간다.
$#32. 일층 베란다
신형, 속상한 얼굴로 앉아있다. 그때, 현수 들어와 삐삐를 신형의 앞에 놓는다.
신형 (보면)
현수 (독하게) 재호 메시지 같애. 들어봐.
신형 (속상한 외면하며) 그만해라.
현수 (앞자리에 앉으며, 신형 보며) 뭘 그만해.
신형 (서운하고, 속상한 눈빛으로 현수보면, 강하게) ?
현수 오늘 재호 만났어. 걔 참 웃기지. 아직도 내가 만나자면 만나 구. 우리 작은 아
버지 보고 많이 흔들린거 같더라. 내가 월급 쟁이나 하면서, 전세방에서 살 수 있냐니
까, 대답을 안하드라. 그렇게 살 자신이 없는 거겠지. 언니랑 걔랑 참 많이 닮은거 같
애. 우유부단한 거.
신형 (모멸감 느끼는, 현수 못보고, 속상한)
현수 (그런 신형 보며) 언니도 자신없지. 걔 선택하고 나서 아저씨, 아줌마 반응 어떨
거 같애?
신형 (화나고 속상한 눈길로 현수 보면)
현수 (눈빛 안 흔들리고 신형 보며) 지금도 나랑 길진 오빠랑 싸울 자신이 없어서, 이
리저리 피하면서... 아저씨, 아줌마랑 싸울 자신있어?
신형 (눈물이 날 것 같다, 속상해 말하는, 조금 크게 말하는) 그래, 자신이 없어, 이
제 됐니?
$#23. 신형의 방 안
현수, 침대에서 자고있고 신형, 잠이 오지 않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 맡에 걸터
앉아 잠시 그대로 있다가는 머리맡에 둔 삐삐보고, 책상앞 전화기를 본다.
그리고는 그리로 가서 앉아선 전화를 걸어 삐삐메시지를 확인한다. 삐하는 부저음 들
리고 무표정한 신형의 얼굴위로 재호의 이펙트 들리는
재호 (E, 주저하는 듯한, 어렵게) 재호예요... 도와주세요... 내가 더 이상 날... 속
이지 않게.
신형 (수화기를 내려놓고, 수화기 보며 손으로 이마 괴고 막막한, 속상한)
$#34. 재호의 방 안
석구, 자고 있고, 재호,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35. 길진의 집 안
길진, 공부를 하다 공부가 안되는지 안경을 벗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뭔가 다짐하
는 눈빛이다.
$#36. 재호의 집, 전경, 낮
$#37. 수돗가
재호, 학교갈 준비하려 마루에 앉아 신 신는데, 신자 그 옆에서 웃으며 말하는.
신자 싫나?
재호 미선이 공장이 어딘데요?
신자 걸어서 십분, 차 타고 오분이면 간다.
진숙 (방에서 나오면) 걔 그쪽으로 안가.
신자 넌 가만 있고. (재호에게) 바라다줄끼가, 말끼가?
재호 (일어나 웃으며) 바래다 드릴께요.
신자 (웃으며, 재호 치며) 어매, 기특한 것. (하고, 팔짱낀다.)
재호 ?
신자 어데가면 내 아들이라캐도 되겠지? (재호 보면) 이쁘다, 그놈.
$#38. 공장 앞
신자, 일감을 머리에 이고 공장안 기웃거리며 본다.
미선 (걸어나오며) 엄마!
신자 (대견한 듯 미선 보고) 오냐, 와라.
미선 (주변 눈치 보고, 신자 머리에 인 것 보며) 무슨 일감을 그렇 게 많이....
신자 돈 벌어가 니 시집 보낼라카지. 이것 좀 나뉘들자.
미선 스타일 구기게, 씨, 엄마가 들어.
신자 (여전히 웃으며) 땅콩같은 년. 못됐네. 가자, 그래.
미선 빨리 와. (하고 혼자 성큼성큼 걸어가다.)
신자 (가는 미선 보고 대견해 웃으며, 혼잣말) 언제 또 엉덩이가 저렇게 컸어. 호빵
붙여 논거 같으네. 내 뱃속에서 어떻게 저 렇게 이쁜게 나왔는지. (큰 소리로) 미선아,
같이 가자!
$#39. 신자의 방
미선, 라면 먹고 있고 신자 그런 미선 보고 있다.
신자 (웃으며) 이래 집에와 점심 먹은까 좋지?
미선 (기분 나쁘게 신자 보며) 어제 그제 점심마다 라면 먹었어. 좋을게 뭐잇냐? (하
며 먹는다)
신자 (마음 짠하게 보며) 니 석구 잊었어?
미선 (신자 보면)
신자 니 안 잊어도 석구랑 니 상인 이제 끝났다.
미선 (놀란) 무슨 말이야?
신자 내 그제 잠이 안와서 수돗가에서 소주 나발 불고 있었거든. 한 시난 됐을까, 재
영이랑 석구랑 같이 들어오더라. 어깨동무 하고, 오늘은 아침나절부터 수돗가서 지들
끼리 (눈을 윙크하 듯 깜박이며) 눈을 이래이래 맞추고...
미선 (젓가락 탁놓고 뭔가 생각하는)
신자 화나나?
미선 (눈물이 날 것 같아 괜히 눈 비비며) 나쁜 새끼.
신자 욕하지마, 걔 좋은 새끼야. 널 위해서 걔가 떠난거야.
미선 (신자 보면)
신자 솔직한 말로 머리 모자란거끼리 만나서 으찌 살래? 니 구구 단 못외지? 석구, 걔
도 구구단 못 외울기다.
미선 나 구구단 외울 줄 알어.
신자 용쓰지 마.
미선 (버럭) 구구단 외울 줄 안단 말야!
신자 이, 구 몇이야?
미선 십팔.
신자 구, 이는?
미선 (순간 머리속이 깜깜하다)
신자 (미선 측은히 보며)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니 항상 재영이 라 이발로 생각하지?
그렇다면 니가 이긴거야, 왜? 닌 석구랑 안 되므로해서 인생을 보장 받은기고, 걘 석
구랑 되므로해서 인 생 나가리판 된기야. (미선의 한쪽 손 번쩍 들며) 니가 이긴 거야.
미선 (신자의 손 뿌리치며, 씩씩대고) 아직 안 끝났어.
신자 (그런 미선 한심스럽게 보며) 얘 또 나 힘 쓸 일 만드네.
$#40. 학교 현관
재호, 걸어들어와 신형의 교수실 쪽으로 가는.
$#41. 신형의 교수실 안
신형, 전화하고 있다.
신형 (미안한 웃음) 어떡하지, 못나갈거 같은데. (사이) 번번히 미 안해. 내가 공부
하자 그래놓고... 다음엔 꼭 나갈게.
그 때, 재호 문 열고 들어온다.
신형 (재호 보고, 애써 담담하려 하며 전화하는) 장소 어디로 정했 니? 어... 나갈게.
아냐 아냐 나갈거야. 어, 알어, 그래, 거기서 보자. (하고 전화 끊고, 재호 보며, 담
담하려 하며) 왜 왔어? 재호 얘기 좀 해요.
신형 (가방 챙기며) 약속있어.
재호 취소해요.
신형 (속상한 얼굴로 보면)
재호 (화난, 애써 참으며) 날 피하구 싶어요,
신형 (애써 무시하고, 가방들고 일어나 문쪽으로 나가려하면)
재호 (신형을 돌려세우면)
신형 (거칠게 뿌리치며, 원망스레 소리치는) 놔!
재호 (맘아프게 보면)
신형 (왈칵 울어버리고 싶다. 참으며, 큰소리) 피하고 싶어, 보고 싶지 않아!
재호 (화나) 날 피해서 어디로 갈려구요? 송교수님한테요?
신형 (눈빛 흔들리지만, 독하게) 너나 잘해. 넌 나 피해서 현수한테 안가?! 여기갔다
저기 갔다 안그래?!! 너만 없었으면 현수랑 나랑 지금처럼 서먹해지지 않았어. 길진형
이랑, 나랑, ... 잘됐 을 거야. 내가 왜 너 때문에 이렇게 속이 상해야 돼?!
재호 (신형 보다, 손 잡고 끌고 나가려하며) 따라와요.
신형 (뿌리치며, 단호하게) 내가 너랑 어딜가.
재호 좋아요, 그럼 여깃어요. 내가 가서 현수랑 송교수님을 데리고 오죠. 우리 그사람
들 모아놓고, 솔직하게 얘기해요.
신형 ?
재호 (맘아픈 비아냥) 겁나요? 왜 이렇게 겁이 많아요?
신형 (재호의 뺨을 친다)
재호 (잠시 고개 돌아간채 있다, 신형을 본다)
신형 (눈물 참으며, 속상한) 장난치지마.
재호 (눈가 그렁해 신형 보며, 진심이다) 장난 아니예요. 난 그냥 이렇게 밖엔 날 표
현할 수가 없어서... 어떡하면 믿을 래요?
신형 (가슴이 마구 떨린다. 애써 강해 보이려하지만 잘 안되는) ?
재호 (담담하게 나가는)
신형 (쇼파에 앉으며, 재호 나간쪽 보며, 눈가 그렁한)
$#42. 학교 주차장, 차 안
재호, 가만히 의자에 등 기대고 있다. 눈가가 그렁하다. 자가 마음을 전할 수가 없는
게 막막하다.
$#43. 세미나실
신형, 다른 친구들 너냇명과 세미나를 하고 있다. 친구1, 교재를 읽고 있다. (원서
교재) 신형, 교재를 보고 있지만 마음은 재호에게 가있다.
$#44. 서점
신형, 책을 고르고 있다. 그러다 재호 생각나는, 속상한 작게 고개 젖고 다시 책보려
애쓰는.
$#45. 신형의 방
신형, 방안을 청소하고 있다. 힘든지, 머리 쓸어올리고 한숨 쉬고, 이불 바로 잘 덮어
놓고
$#46. 이층 거실
신형, 길진에게 전화하는.
길진E 세미나하구 이차 안했어?
신형 응, (사이) 형... (거짓말이다) 보구 싶다.
$#47. 길진의 방
길진, 쇼파에서 책보면 전화 받다, 안경 빼며 얼굴 굳어지는.
신형E 보구 싶어.
$#48. 이층 거실
신형 (어색한) 저녁에 보러 갈까? 우리 오랜만에 노래방 갈래? (사 이) 아니다, 그냥
자라. 나두 오늘은 피곤하다. 끊어, 형. (하 고, 전화 끊고, 괜히 잡지 생각하는, 그
런 눈가 그렁한 신형의 얼굴위로 신형 마음의 소리) 재호야, 이렇게 바쁘게 살면, 이
렇게 노력하면 내가 널 잊을 수 있을까.
$#49. 상가 앞 낮
석구, 달건 가게에서 나와 트럭으로 오며 얘기하는.
석구 (트럭 조수석으로 가 옷 꺼내 입고) 형, 어디로 갈거야?
달건 (멋적게 웃으며) 경희가 희진이 데리구 노래방 가서 그래서. (하고 머리긁으며)
걔 괜찮드라.
석구 (달건 보며 웃으며) 재미나게 사네, 형, (안 웃고) 내가 조언 한마디 한는데 (달
건 귀에 대고 농처럼) 인숙이 누나한테 절 대 들키지마.
달건 (괜히 놀래며) 그런거 아니얌마.
석구 (웃으며, 가고)
달건 야, 너 어디가?
석구 (돌아보며) 나? 애인 만나러. (하고 뛰어간다)
달건 ?
$#50. 번화한 거리, 밤
석구, 재영의 어깨에 팔 두르고 재영, 석구의 허리 잡고 기분 좋게 걷는다.
석구 (걷다가 버럭) 기분 짱이다! (하면)
재영 (그런 석구 본다)
석구 (멈춰 서서 재영 보고, 큰소리로 신나서) 니가 진짜로 날 사 랑한다는 거지? 정
말로, 확실하게, 거짓없이?
재영 (웃으며 끄덕인다)
석구 (어깨에 팔 두르며) 춤추러 가자.
$#51. 진숙의 방
찌개와 땅콩이 놓여있는 조촐한 술상이 차려져 있다. 신자, 진숙과 인숙의 술잔에 술
따라주며,
신자 약주라 생각하고 마셔라.
진숙 언니는 내가 따라줄게. (하고 신자가 들고 있는 술병 가져오 려면)
신자 (술병 안 뺏기고) 내가 남이 따라주는 술은 안마신다. (하고 자기 잔에 술 따른
다.)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거야. 남 한테 의지해 뭐하게? 의지하던 놈 없어지면
괜시리 서럽기만 하지. (하고 술 마시고 찌개 한숟갈 떠먹는다.)
진숙 (그런 신자 보며 술 마시고) 언니, 뭔일 있어? 혼자서나 한 잔씩 할까 같이는 생
전가도 술하자 소리 안하더니. 영감 생각 나요?
인숙 언제 죽은 영감인데 여적 생각나, 얼굴도 잊어버렸겠다.
신자 (자기 잔에 술 따르고 술 잔 만지며) 등신 같은 년.
진숙 (신자 보며) ?
인숙 (신자 보며) ?
신자 (인숙 보며 담담하게) 니는 니 낯짝 안본다고 잊어버리나? 내는 내 낯짝 평생을
안봐도 안 잊어버린다. 부부는 한몸이라 카는 것도 닌 모르나? 쓸데 없는 소리말고,
(진숙에게) 혜자, 어떻게 살드나?
진숙 못살드라.
신자, 인숙 진숙 보며
진숙 그 나이 먹도룩 아직 꿍해가지구 내 속이나 긁을 생각하는데 불상하다 못해 가소
롭기까지 하드라.
신자 (웃으며) 난 니, 걔 만나고 기죽었을 줄 알구 사실 이거 위로 주로 마련한긴데
전혀 기 안죽었네.
진숙 (웃으며) 내가 누군데? 인생에도 학위가 있으면 난 따논 당 상이유. 내 보기엔
언니두 당상자리 이상인데, 안그래?
신자 (털털하게 웃으며) 하하하. 어차피 한 번 왔다 한 번 가는 인 생, 그래 생각하고
살자. 그래도 우리요 한 대목만 솔직하자. 혜자 그 년, 그래 사 니, 샘나지?
진숙 (새침하게) 샘나. (웃고) 하하하.
신자 (깔깔웃고) 그 년, 증말 맘에 든다. 기분좋다. (잔 내밀며) 부 라보 한 번 하자.
$#52. 신형의 집 전경 (아침)
신형E 현수야, 너 안일어나?
$#53. 신형의 이층 거실
신형, 세수한 얼굴에 잠옷차림으로 자기방문 여는데.
$#54. 신형의 방 안
현수, 자리에 없다. 신형, 이상한.
$#55. 길거리
현수, 굳은 얼굴로 서 있다. 그 때 택시 오면 택시 타는.
$#56. 택시 안
현수 (감정없는 얼굴로, 쳐지지 말게) 신촌이요. (하고 창가 보는)
$#57. 병국의 회사 앞
길진, 안으로 들어간다.
$#58. 병국의 사무실
병국, 서류보고 있는데 노크 소리난다.
병국 (고개 들면)
여직원 (문 열고) 실장님, 손님 오셨는데요?
병국 누군데?
길진 (안으로 들어서며) 아버님, 저 왔습니다.
시간 경과, 병국과 길진 다탁에서 커피 마시고 있다.
병국 낮에 뭐하러 오냐? 밤에 술이나 마시러 오지.
길진 (작게 웃으며) 기다렸다 술까지 마시고 가죠, 뭐.
병국 강의 없어?
길진 네.
병국 연락도 없이 왔을 때는 뭔가 급한 일이 있을텐데, 뭐야?
길진 저, (말꺼내기 어렵지만, 단호하게) 신형이랑 결혼시켜 주십시 오.
병국 (웃으며 차마시며) 언제 말렸냐, 해라.
길진 (병국 안보고, 답답한 얼굴이다)...
병국 (그런 길진 보며) 니들 사이, 무슨 문제 있냐? 뭐, 전에 신형 이 대학원 다닐 때
야 석사 학위 때문에 그렇다 치고 지금은 박사 학위 준비하고 있지만 그거야 언제 될
지도 모르는 건 데, 친구처럼만 지내는 이유가 뭐냐? 니네들만 그런거냐, 요 즘애들이
그런거냐? 왜 이렇게 분명하지가 않어. 친구면 친 구, 애인이면 애인, 부부면 부부.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과년 해 가지구 말야, 장난질 치는 것도 아니구. 신형이 너한테
형 이라 그러지? 지가 사내새끼야? 기집애가 오빠면 오빠지. 형 이 뭐야?
길진 (말꼬리 끊으며, 답답한 얼굴로) 저, 아버님.
병국 ?
길진 신형이한테 ... 남자가 있습니다.
병국 (놀라) 뭐? (그 때 인터폰 울린다. 길진에게) 잠깐만 있어라. (하고 인터폰 받는
다. 갑자기 굽신거리며) 아, 예. 전무님 지 금 올라가겠습니다. 예, 예. (인터폰 끊고
길진에게) 길진이 너, 요앞에 일식집 있지? 거기서 좀 기다려. 내 회의 끝나고 바로
그리로 갈게. (웃 옷입고 나가며 혼잣말) 사내새끼가 아 니고 기집애가 변절을 해?
(하고 나간다.)
길진 (답답한 얼굴로 창가쪽 보고)
$#59. 시장
재호, 한 쪽에서 돈 세고 있다.
상인1 (재호에게) 야, 게 좋다.
재호 (웃으며 상인1에게) 봉잡은 줄 아세요. 내가 짝당 다른데 보 다 오천원은 더 빼
줬으니까. 다음에도 나랑 거래해요. 상인1 너 석구란 애랑 상가 뛴다더니 손뗐냐?
재호 (돈 주머니에 넣으며 씁쓸하게 웃으며) 중개만 하기로 했어 요.
상인1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얌마, 돈 벌려면 내 일을 해야 돼. 너, 일숫돈 쓴 거는
갚았냐?
재호 (답답한, 그 때 핸드폰 울리면 상인1에게) 모레 경매에서 다 시 봐요.
상인1 그래. (하고 간다)
재호 (핸드폰 받고) 네, 강재홉니다.
$#60. 꽤 큰 공장 전경 (샤시 공장)
현수와 재호에게 작업복 차림의 작은 아버지가 공장 내부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설명
하고 있다. 재호, 마음은 편치 않다. 현수, 설명 듣다 가끔 재호 관찰한다.
$#61. 사무실 안 (인테리어 사무실 느낌이 좋고 큰 실내)
직원들 분주히 일하고 있고 그 사이를 현수, 재호, 작은 아버지 걷고 있다.
숙부 (걸으며 설명하는) 우리 회산 내장재 전문회사로 자랄 잡았지 만, 지금은 대규모
전원 주택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어. 우리 인테리에 우리 내장재를 쓰면서, 회사
이미지가 더 좋아 졌어. 현수 아버님은 뉴질랜드에서 통나무집 사업을 하고 계 시지만
거기서도 내장재는 우리걸 쓰지. 사실 뭐, 회사는 독 립적으지만 같은 회사라고 생각
해도 돼. 현수 아버님이 우리 회사 주식을 가지고 계시고 나도 현수 아버님 회사 주식
을 가고 있고.
재호 (그 말에 고개 끄덕인다)
숙부 이제 차나 한잔 할까.
$#62. 작은 아버지 사무실
현수, 재호, 작은 아버지 찻잔 앞에 놓고 쇼파에 앉아있다.
숙부 (재호에게) 자네가 생각하는 기업하구 실질적인 기업하구 상 당한 차이를 보일거
야. 나도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내가 배운 이론이 실질적인 경영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는 않았어. 차라 리 동물적인 육감이 도움이 되지.
재호 (고개 조금 숙이고 찻잔만 보며 가만히 있다.)
숙부 (재호 보면) 어리둥절하지?
재호 (작은 아버지 보면) 집에도 큰 아들 있긴 하지
만, 공부한다고 다른 길로 가고, 아들, 없는거나 마찬가지야. 자네가 이 집에 들어오
면...
재호 (숙부 보는데) !
숙부 할 일이 많을걸세. 오늘 내가 보잔것도 우리 회사규모가 어떤 지, 실질적으로 무
슨 일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어서였어. 결혼 전이긴 하지만 현수가 애도 아니고 자네를
나한체 보여준대 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테지. (현수 보면) 둘이 결혼한다 그 랬지?
현수 네.
재호 (답답한 얼굴이다.)
숙부 (재호 보며) 난 자네 눈빛이 마음에 들어. 진지하게 얘기 듣 고 성급하게 대답하
지두 않고, 뭐 그런거. 현수 부탁하네. 재호 (가만 있다.)
숙부 (현수 보며) 니 아버지한테 얘기 했다. 내 마음에 들면 당신 마음에도 들거라고
하시더라. 날은 언제로 잡을래?
현수 재호... 재호씨가 여름에 조기졸업하니까 가을 쯤하면 어떨가 해요.
재호 (현수 보는데) !
$#63. 작은 아버지의 사무실 앞
재호의 차 세워져있는. 재호, 화난 얼굴로 걸어나오는데 핸드폰 울린다.
재호 네, 강재홉니다.
$#64. 차 안
차에 타며 재호, 사채업자 전화하고 있다.
업자E (거친) 너 죽을래 자식아, 돈은 석구가 썼든 어쨌든 니가 빌 린거 아냐! 이자
는 고사하구 원금도 안갚어!
재호 (건조하게) 낼 당장 넣겠습니다.
업자E 오늘넣!
재호 (암담하지만, 강하게) 그러죠.
그 때, 현수 나서 재호 옆에 타는. 재호, 그런 현수보며, 강하게 말하는,
재호 내려
현수 (보면)
재호 할 말 있대더니, 다짜고짜 날 끌고 여길 왜 온거야?
현수 니가 운전해서 온거지, 내가 운전해거 왔니?
재호 너 볼일 있다는 말에 속아서 온 것뿐이야. 이런식으로 나 끌 고 다니면서 이교수
님한텐 내가 널 어쩌는 것처럼... 그러지 마.
그 때, 재호의 핸드폰 가시 울리는,
현수 전화나 받어.
재호 (현수 보다, 전화 받는) 여보세요.
시장업무부E 강재호씨? 이번달 물건대금 입금 왜 안시킵니까?
재호 오늘 입금 시킬려고 했습니다.
시장E 입금일이 어젠데 오늘 시키면 어떡해요. 자꾸 이렇게 약속기 일 안지키면, 중
개인자격 그대로 못 둡니다. 이건 경고예요. (하고, 끊는)
재호 (암담한 얼굴로 전화 끊고, 현수 보며) 내려.
현수 돈 필요한가보다.
재호 (안보고)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니냐.
현수 내가 도와줄 수는 있는 일이지.
재호 (현수 보며, 가라앉은, 강하게) 넌 내가 하는 말 뭘로 들어? 그래 난 돈 필요하
다. 돈벼락이라도 맞았으면 정말 좋겠다.
현수 내가 해줄게.
재호 (도움 필요없다는 뜻) 아니, 난 돈에 쪼들리고 그래서 괴로워 죽겠는데, 그럼 그
럴수록 돈이 필요한단 생각보단 이교수가 보고 싶단 생각밖에 안들어. 너 이런 마음
아니. 조현수, 이게 사랑인거야.
현수 (재호 눈가 붉어진채, 화나 보면)
재호 7년 넘게 개처럼 일하면서 나도 지금 내형편 처리할 만큼은 능력은 있어. 니들
돈 많은것들, 끼리끼리 아울려 춤추러다니 고 술퍼마시러 다닐 때, 난 일했어. 누가
뭐라든, 직장도 있 고. 잘 들어. 너랑 만나는 내내, 근 반년 동안 오늘 내가 하는 말
이 처음으로 널 위하는 말일거야. 난 널 사랑하지 않아.
현수 (재호 만만찮게 보며) 그럼 니가 사랑하는 건 누구야? 신형 언니? 둘이 사랑하면
어쩔건데. 신형 언니 집에서 널 받아들 일거 같애? 가진 거라곤 몸뚱어리 하나뿐인
널?
재호 (화나 보면)
현수 집안의 반대? 우리집에서도 있을 수 있어. 하지만 난 이길 수 있어. 언니는 이길
수 없어. 이기려고 하다가고 힘들면 포기 할거야. 너도 언니만큼 약해. 너도 포기할거
야.
재호 (현수 보며, 강한) 글쎄, 그건 두고 봐야지.
하고, 재호 차에서 내려, 조수석 쪽으로 가서 문 열고 현수에게.
재호 혼자 갈데 있어, 강제로 끌어내리기전에, 내려.
현수 !
$#65. 신형의 교수실
신형, 퇴근 차림이다. 가방 챙기고 나가려는데 전화벨 울리고 전화받는다.
신형 여보세요.
$#66. 길거리 멈춰선 재호의 차 안
재호 (핸드폰 들고 화난 얼굴로 말하는) 재홉니다. 우리 만나요. 신형E 싫어.
재호 학교 있을거예요? 기다려요 내가 갈테니까.
신형 (냉정한) 집에 갈거야.
$#68. 차 안
재호 그래요, 그럼 집으로 가죠. (하고, 전화 끊고, 차 몰아 가는)
$#69. 신형의 교수실
신형, 속상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있다. 나가는.
$#70. 빠르게 달리는 재호의 차
$#71. 신형의 집 앞
재호, 거칠게 거칠게 와서 선다. 그리고 재호 문열고 나와 신형의 집쪽을 한 번 보고,
숨한 번 고르고 집앞으로 가서 인터폰 누른다.
혜자E 누구세요?
재호 (눈빛 목소리 강한) 강재호라고 합니다, 이신형 교수님 뵈러 왔습니다!
하는 재호의 얼굴에서 엔딩
(제 15 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