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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서울둘레길 1코스(도봉산역 – 불암산역)
일 시 : ‘26. 7. 11(토)
소재지 : 서울시 도봉구 및 노원구 일원
코 스 : 도봉산역→서울창포원→벽운동계곡→노원골→채석장→당고개 갈림길→불암산역(거리/시간 : 6.3km+0.7km, 실제는 7.28km를 3시간 30분에)
특징 : 서울 외곽을 따라 조성된 21개 코스, 156.5km 규모의 순환형 트레일이다. 도봉산·수락산·불암산·망우산·아차산·고덕산·일자산·대모산·우면산·관악산·호암산·안양천·노을공원·봉산·북한산 등 서울을 둘러싼 자연과 도시가 하나의 길로 연결되어 있다.
▼ 08 : 55. 도봉산역(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필자는 7호선을 이용했다.
▼ 서울둘레길은 원래 8개 코스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다 코스 길이가 평균 20km나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킹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21개로 세분화시켜 평균 길이를 8km로 단축했다.(출처 : 서울둘레길 홈페이지)
▼ 08 : 55. ‘서울 창포원’으로 들어가면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서울창포원은 연간 약 100만 명이 방문하는 명소이다. 오늘은 그 가운데 한 명이 되어본다.
▼ 오늘은 1코스를 걷는다. 도봉산역(도봉구)에서 화랑대역(노원구)으로 이어지던 기존 1코스(18.6km)를 3개로 나누었다. 새로운 1코스는 ‘도봉산역’에서 ‘당고개공원 갈림길’까지 6.3km로 변했다. 여기에 ‘불암산역(옛 당고개역)’에서의 접근거리까지 합치면 6.8km가 된다.(출처 : 서울둘레길 홈페이지)
▼ 서울둘레길 표지와 안내판. ‘서울둘레길’에서는 긴급 상황 발생시 119에 연락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출처 : 서울둘레길 홈페이지)
▼ 서울창포원 관리동. 1층에 서울둘레길안내센터가 입주해있으니 정보도 얻을 겸해서 들러보도록 하자.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데, 둘레길 정보·안내지도·스탬프북 등이 제공된다. 또한 28개 스탬프를 모두 모은 탐방객에게는 완주인증서를 발급해준다.
▼ 건물 맞은편에는 코스가 변경됨을 알리는 여러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걷기여행자들이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시·종점 안내판, 스탬프함, 코스안내판 등을 한곳에 모아놓았다.
▼ 탐방로는 ‘창포원’을 ‘ㄱ’자 모양으로 지나간다. 서울창포원은 도심 속 생태공원이다. 도심(都心)인데도 거짓말처럼 눈부신 자연이 펼쳐진다. 둘레길은 도심의 숲속을 요리조리 헤집으며 잘도 돌아다닌다. 문득 1990년대 말 런던 출장 때가 생각난다. 현지 주재원의 안내로 시내를 돌아다니며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처럼 느껴지는 것을 보고 입을 딱 벌렸었는데,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그에 뒤지지 않는 풍경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좋다.
▼ 서울창포원은 세상의 온갖 붓꽃이 가득한 특수 식물원이라고 했다. 대표 테마공원인 붓꽃원에는 노랑꽃창포, 부처붓꽃, 타래붓꽃 등 ‘붓’모양의 꽃봉오리로 된 꽃들이 130여 종, 약 30만 본이 식재돼 있어 개화기인 5-6월에 찾아오면 붓꽃의 아름다움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단다.
▼ 그밖에도 ‘초화원’에서는 꽃나리, 튤립 등 화려한 꽃들이 계절별로 피어난다. 70종 13만 본의 약초가 자라는 ‘약용식물원’도 조성되어 있다.
▼ 공원은 주민 친화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쉼터를 배치했는가 하면, 느티나무나 팽나무처럼 그늘이 풍성한 숲속에는 ‘책 읽는 언덕’도 꾸며놓았다.
▼ 09 : 08. ‘창포원’을 빠져나와 왕복4차선의 도로를 건넌다. 이어서 ‘마들로’를 따라 남진한다. 노원구 상계1동 갈월마을(큰마을) 앞들인 ‘마들’에서 얻어온 지명이지 싶다.
▼ 이즈음 ‘코스 안내판’과 현재 위치까지 적어 넣은 이정표(당고개공원 갈림길 5.9km/ 도봉산역 0.4km) 등 ‘범례’에서 얘기한 시설물들 일부를 만날 수 있다.
▼ ‘솟대’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서울둘레길 가이드 리본. 걷기여행자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촘촘히 매어져 있다.
▼ 09 : 12. ‘상도교’로 중랑천(中浪川)을 건넌다.
▼ 조선시대 중랑천은 물이 맑고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했었다. 때문에 양반들의 별서가 많았고, 왕이 왕릉으로 행차하다 중간에 쉬어가며 풍경을 감상하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2005년 이전까지만 해도 물이 더럽기로 악명이 자자했었다. 그게 정화사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건강해진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돌아왔다. 요즘은 강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 09 : 14. ‘누원2길’을 횡단, 수락리버시티 한복판을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들어간다. 수락산에서 발원해 중랑천으로 흘러가는 작은 개울인데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심공원으로 거듭났다. 하나 더. 개울 남쪽, 그러니까 지금 필자가 걷고 있는 이 길은 서울시 노원구(상계동)이다. 반면에 개울 건너는 경기도 의정부시(장암동)이다. 그러니 진정한 ‘서울시 둘레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 아파트단지와 잇대어 있어선지 조깅을 즐기고 있는 주민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 09 : 18. 이정표가 ‘종점인 당고개공원 갈림길(이하 ‘종점’으로 표기)’까지 5.1k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오른쪽 언덕(개울 제방인 듯)으로 올라가란다. 간선도로인 ‘동일로’로 인해 길이 끊기는 모양이다.
▼ 위로 오르자마자 길이 다시 나뉘고 있었다. ‘서울둘레길’은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 길은 인근 아파트로 연결되지 않나 싶다.
▼ 탐방로는 걷기 전용의 육교(陸橋)를 이용해 8차선의 ‘동일로(노원구와 의정부시를 잇는 간선도로)’를 횡단시킨다. 다리인데도 상판에 굵직한 나무들을 심어 흡사 숲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 09 : 22. ‘수락리버시티’의 생태하천은 육교를 건너서도 계속된다. 그러니 ‘동일로’를 경계로 동·서 구역으로 나누어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동쪽 지역에는 수락산 광장, 생태연못, 휴게광장, 팔각정 등이 들어서 있다. 참! 작은 계곡을 건너기도 했다. 장마철이선지 졸졸거리며 물이 흐르고 있었다.
▼ 09 : 24. 개울 건너에서 만나는 휴게광장. 정자와 벤치는 물론이고 등산객들을 위한 흙먼지털이기까지 갖췄다. 족구하기 딱 좋은 배드민턴 코트도 눈에 띈다.
▼ 공들여 지어놓았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수락리버시티 주변에 이보다 더 나은 시설들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 09 : 27. 수락산등산로 입구. 길이 둘로 나뉘는 지점이다. 왼쪽은 의정부시 둘레길인 ‘소풍길’이다. 의정부 대표시인인 천상병이 ‘귀천(歸天)’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을 ‘소풍’이라고 표현한 것을 인용했다. 어릴적 소풍가는 마음으로 의정부의 곳곳을 느끼고 즐겨 보자나?
▼ ‘서울둘레길’은 오른쪽으로 간다. 초입에 이정표(종점까지 4.7km)가 세워져 있으니 헷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참! 이곳부터 순수한 산길이 시작된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kakaomap이 이곳을 ‘수락산 등산로’로 적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 09 : 31. 잠시 후, 작은 개울을 건넌다. 아까 휴게광장으로 올 때 건넜던 계곡의 상류가 아닐까 싶다.
▼ 바닥이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물놀이하기에 딱 좋을 것 같다. 다만 장마철 물이 불어났을 때에 한할 수밖에 없겠지만.
▼ 길은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아니 길고 가파른 구간도 심심찮게 만났다.
▼ 09 : 38. 이정표(종점까지 4.4km/ 수락산 정상 3.1km)가 수락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뉨을 알려준다. 이렇듯 서울둘레길 1코스는 곳곳에서 수락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과 교차(交叉)하고 있었다.
▼ ‘정상 갈림길’을 지나 해발 100m까지 고도를 높이던 산길이 느긋하게 고도를 낮추어간다.
▼ 09 : 45. ‘벽운동계곡’에 이르기 직전 작은 개울을 건넌다. 나무다리 근처에 텃밭을 낀 식당과 민가 몇 채가 들어서 있었다. ‘벽운동 마을’에 들어선 모양이다.
▼ ‘도랑’ 수준의 작은 개울이지만 골은 제법 깊은 모양이다. 물놀이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크기에 비해 꽤 많은 양이 흘러가고 있었다.
▼ 개울에 기대듯 나있는 길(동일로250길)은 차량통행까지도 가능했다. 이정표(종점까지 3.8km/ 수락산 정상 3.1km)가 수락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임을 알려준다.
▼ 수락산역 방향으로 20m쯤 내려오다 왼쪽으로 난 오솔길로 들어간다. 초입에 이정표(종점까지 3.7km/ 수락산역 0.7km)를 세워놓았다.
▼ 09 : 51. 아파트 단지 옆으로 난 임도를 지나자 ‘벽운동계곡’이다. 나무다리를 건너 포장도로(동일로250길)로 올라선다.
▼ ‘벽운동계곡’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도심형 계곡이다. ‘벽운동(碧雲洞)’이란 이름은 정조대왕의 외할아버지 홍봉한(洪鳳漢, 1713-1779)이 지었다고 한다. 이곳에 ‘우우당(友于堂)’이란 별장(別墅)을 짓고 종종 머물렀는데, 계곡 사이로 하얗게 들어난 수락산이 골짜기와 어우러지며 마치 흰 구름이 머무는 것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규모가 꽤 컸던 모양인데 덕성학원(덕성여대)에서 매입해 새 건물을 지으면서 안채인 우우당의 일부만 남아있단다. 다른 시설이 들어서면서 이마저도 구경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 바위에 새겨진 ‘벽운동천(碧雲洞天)’이란 글귀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푸른 구름이 가득한 계곡 속 신선의 세계’라니 이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아무튼 신선은 몰라도 어린이들이 물놀이하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겠다. 수량(水量)은 많지 않지만 울창한 숲이 계곡 주변에 그늘을 드리워 한낮에도 시원했다. 하지만 하류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도시개발이라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땅 속으로 숨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직시할 수 있었다.
▼ 느긋하게 수락산을 오르는 여유 있는 등산객 몇이 보일 뿐 한가하다. 참! 수락골 등산로는 ‘김시습 산길’로 불린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지은 김시습이 계유정난 이후 수락산에서 숨어 산 인연 때문이라나?
▼ 수락산(정상)의 반대. 즉 ‘수락산역’ 방향으로 내려간다.
▼ 09 : 54. 50m쯤 내려오다 ‘간이주점’ 앞에서 산길로 들어선다. 초입에 이정표(종점까지 3.6km)가 세워져 있으니 참조한다. 참! 수락산·불암산 등산안내도도 눈에 띈다. 이곳이 수락산으로 오르는 주요 등산로 중 하나라는 얘기일 것이다.
▼ 한동안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나흘 후면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초복(初伏)이다. 그래선지 한 계단 오를 때마다 땀방울이 빗물처럼 흘러내린다. 속도를 아무리 떨어뜨려도 멈출 줄을 모른다. 나도 모르게 ‘난감하네’를 흥얼거리고야 말았다. 토끼 간을 구하러 가야 하는 별주부의 난처한 마음에 공감하면서.
▼ 그렇다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산길’이 분명한데도 정상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 전국의 산들을 30년 이상 찾아 헤맨 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는 일이다. 아니 5년쯤 전부터 더 이상 오를만한 산다운 산이 없다는 것을 핑계 삼아 ‘둘레길’로 시선을 돌렸지만 익숙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산, 그것도 유명한 산에 들어섰는데도 횡이 아닌 종으로 걷는다는 이질감 때문일 것이다. 대신 힘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도 더워서 이마저도 사치였지만.
▼ 10 : 12.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생 끝에 만난 쉼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정표(종점까지 3.1km/ 수락산 정상 3.8km/ 수락산역 540m)가 수락산 등산로와 교차되는 지점임을 알려준다.
▼ 10 : 14. 이번에는 ‘전망대’이다. 수락산역 쪽으로 고개를 내민 언덕에 쉼터 겸 전망대를 만들어놓았다.
▼ 조망안내도와 눈앞에 펼쳐지는 실물을 대비해가며 조망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아래에 있는 노원구는 물론이고 도봉구, 성북구 등 서울시가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도봉산, 거기에 서울타워로 대변되는 남산까지 한눈에 쏙 들어온다.
▼ 전망대 앞. 지적삼각점(서울 104) 주변은 돌탑들이 뿌리를 내렸다. 서울둘레길을 닦으면서 전망대와 함께 장식용으로 조성한 것이란다.
▼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은 끊임없이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 명품 둘레길답게 샛길은 폐쇄시키고 있었다. 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라 하겠다.
▼ 수락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길바닥이 ‘마사토(거칠고 굵은 모래 모양의 토양)’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장마철인데도 질퍽거리지 않는다. 반면에 미끄럽다는 단점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 ‘노원골’에 이를 즈음 길고 긴 계단이 길손을 맞는다. 골짜기 아래 넓은 평야에 갈대가 많아 ‘노원평(蘆原坪)’이라 불렸고, 말이 뛰놀아 ‘마들’이라고도 했다. ‘노원’이란 지명이 여기서 유래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2호인 ‘마들농요’는 노원평야에서 부르던 농요이며, 노원골에서 시인 천상병이 살아 이 길을 '천상병 산길'이라고도 한다.
▼ 10 : 34. 계단의 끝. ‘동일로242길’로 내려서니 이정표(종점까지 2.4km)가 오른쪽으로 가란다.
▼ 그렇다고 계곡(노원골)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는 노릇. 상류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아기 오리가 태어났다는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 오리한테는 삼복더위조차 싱거운가 보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일광욕까지 즐기고 있다.
▼ ‘노원골’은 아까 지나온 ‘벽운동계곡’과 더불어 수락산의 서울구역을 대표하는 골짜기다. 벽운동계곡 보다 규모나 위엄은 다소 떨어지나, 골이 깊고 바위와 반석이 많아 물놀이하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겠다.
▼ 이정표가 가리키는 ‘시가지’ 방향으로 내려간다. 중간에 서울둘레길이 갈려나가나 조금 더 내려가 보기로 했다.
▼ 50m쯤 내려갔을까 ‘수락산쉼터’가 얼굴을 내민다. 시가지와의 경계에 50평 남짓한 공터를 조성, 정자를 짓고 벤치를 놓아 쉼터를 만들었다.
▼ ‘노원평전투대첩비’가 눈길을 끈다. 노원평전투는 임진왜란 당시(1593.3.25.-3.27) 군량미 확보를 위해 마들평야(노원평) 일원으로 진출한 왜군을 공격하여 크게 승리한 전투이다. 서애 류성룡이 ‘징비록’에서 이 전투를 ‘행주산성 전투와 견줄 만하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한양 수복의 결정적 계기가 된 숨겨진 대첩이다.
▼ 10 : 39. 징검다리를 건너 산길로 든다. 길은 이제 ‘수락산1보루’가 위치한 봉우리의 아랫도리를 에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 노원둘레산천길’. 노원구의 수락산·불암산과 중랑천·당현천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주요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한 39.4km 길이의 도보 여행길이다. 역사·문화·생태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으며, 코스별로 다양한 명소를 지나게 된다.
▼ 초입에 ‘노원골유아숲체험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도심 속에서 흙을 밟고 나무를 만지며 신체 발달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었다.
▼ 뭔가 체험학습이라도 있는지 다양한 식물들이 탁자에 진열되어 있었다.
▼ 길은 이제 ‘수락산 무장애숲길’로 들어간다. 그 초입에 ‘배바위’가 있었다. 바위 모양이 먼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배를 닮았다고 해서 동네 아이들이 ‘배바위’란 이름을 붙였다나? 앞쪽의 작은 바위는 뱃머리, 뒤쪽의 넓은 바위는 갑판처럼 생겼다
▼ 바로 옆에는 거대 향유고래를 닮았다는 ‘고래바위’도 있었다.
▼ 길이 1.74km의 ‘수락산 부장애숲길’이 좌우로 지나간다. 장애인·어르신·임산부·영유아 등 보행 약자도 유모차나 휠체어를 타고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경사도 8% 이하의 완만한 데크길을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왔다갔다 ‘갈 지(之)’자를 쓰며 고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서울둘레길은 그 중간 중간을 관통해 버리고.
▼ 잠시지만 ‘무장애길’을 따라가기도 한다. 덕분에 중간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 10 : 52. 무장애숲길을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간다. 주황색 방향표식이 초입에 붙어있어 헷갈릴 일은 없겠다.
▼ 길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다. 하지만 숨쉬기조자 힘든 찜통더위라서 약간의 오르막만 나타나도 한숨부터 나온다.
▼ 가끔은 이렇게 가파르면서도 긴 오르막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더위 때문인지 계단을 보자마자 주눅부터 든다. 짧아도 죽을 맛인데 길고도 가파른 계단이 앞을 떡하니 막아버리니 어쩌란 말인가. 둘레길은 편하다는 인식 때문에 스틱조차 챙겨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 산비탈에 판자를 대 토사의 유출을 막고 있다. 산을 보호하려는 지자체의 눈물겨운 노력이다.
▼ 11 : 08 – 11 : 50. 마침맞게 쉼터를 만날 수 있었다. 널찍한 마당바위에 올라 준비해간 막걸리로 요기를 했다. 배불뚝이인 필자는 산에서는 먹지를 않는 편이다. 배가 부를 경우 오르내리는 게 무척 거북스럽기 때문이다. 때문에 막걸리 한 병을 두어 번에 나누어 마셔가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다.
▼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은 여전히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 12 : 02. ‘귀임봉 갈림길’ 두어 번과 한 번의 ‘보람아파트 갈림길’을 지났다싶으면 전설까지 깃든 ‘거인발자국바위’에 이른다. 옛날 수락산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산속의 동식물들을 보호해 주던 거인이 살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주변이 개발되면서 수락산이 파괴되고 정겨운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이에 슬퍼한 거인은 수락산을 버리고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남겨진 흔적이 바로 이 거인발자국 바위라고 한다.
▼ 전설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발자국이 또렷하다. 거인발자국 전설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훼손되어가는 자연이 안타까워 만들어낸 이야기일 터다. 다들 자연생태계 보존의 중요성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치를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채석장공원으로 가는 길.
▼ 12 : 10. ‘금호타운아파트 갈림길(이정표 : 종점까지 1.1km/ 금호타운아파트 720m)’을 지나면서 길을 다시 오름짓을 한다. 오름길 꼭대기에 있는 ‘귀임봉 갈림길(이정표 : 종점까지 800m/ 귀임봉 1km)’에는 운동기구를 갖춘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 잠시 아래로 내려서는 듯하던 산길이 다시 위로 향한다.
▼ 12 : 12. 그렇게 2분쯤 진행했을까 탁 트인 ‘전망대’가 얼굴을 내민다. 당고개 방향의 산비탈에 기대듯 데크 전망대를 지어놓았다.
▼ 야금야금 높이 고도만큼이나 시야 또한 넓어졌다. 노원구에서 시작되는 아파트 숲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 이제 그만 내려가도 좋으련만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인도한다. 그런데 가는 도중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하얀 바위벽이 나타났다는 게 문제다. ‘1코스’의 주요 기점 중 하나인 ‘채석장공원’일지도 모른다는 내 귀띔에 집사람이 화들짝 놀란다. 어떻게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겠느냐면서 말이다. 잘못된 추측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소름끼치는 순간이었다.
▼ 12 : 24. 하얀 계단식 돌무더기가 나타났다. 남해 ‘다랭이논’처럼 돌 축대가 겹겹이 포개어져 있다. 각종 개발 사업이 전국을 휩쓸던 1960-1970년대 토목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석재를 채취하던 현장이다. 그런데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다른 지역의 채석장들과는 달리 깨진 돌들로 층층이 축대를 쌓아놓았다. 그 축대의 한 층을 조금 더 다듬어 ‘서울둘레길’이 지나가게 하는 아이디어도 발휘했다.
▼ 인간이 이익을 위해 산림을 훼손했다면 인간의 손으로 원래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게 옳을 것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이게 성과를 거두면서 서울시의 ‘전망이 좋은 테마 산책길’로 선정되기도 했다나?
▼ 자연 전망대로는 뭔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귀임봉 남쪽 중턱 벼랑에 기대듯 인공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 난간에 서자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진다. 노원구 일대가 발아래에 놓여있는가 하면 중랑구·성북구·강북구·동대문구 등 흡사 서울시 전도를 펼쳐놓은 듯 훑어보는 시선이 멈출 곳을 못 찾겠다.
▼ 시선을 조금 옮기면 ‘북한산’이 놓여있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산으로,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 국립공원’이다. 최고봉인 백운대(836.5m)를 비롯해 인수봉, 만경대가 세 개의 뿔처럼 솟아 있어 과거에는 ‘삼각산’으로 불렸었다.
▼ 상계 3·4동 뒤는 ‘불암산’이 버티고 있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덕음고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솟아오른 모양새이다.
▼ 원탁(圓卓)이라고 해야 하나? 크고 넓적한 바위를 가운데 두고, 그보다 작은 바위들을 빙 둘러 놓았다. 현대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는 ‘평등’일지니 멋진 발상이라 할 수 있겠다.
▼ 길은 아슬아슬한 바위벼랑을 스치듯 지나기도 한다. 벼랑은 단단하기로 유명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맞다. 조선시대 경복궁(경회루 기둥), 덕수궁 중화전, 종묘 영녕전, 한양도성 성곽 및 주요 왕릉(동구릉 등)의 석물을 만드는 데 수락산과 불암산의 석재가 핵심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 필자 부부도 릿지(Ridge) 산행에 심취하던 때가 있었다. 살짝 드러누운 벼랑이 옛 추억을 소환시켰나 보다. 쪼르르 올라가더니 포즈부터 잡고 본다.
▼ ‘원형광장’이란다. 채석장에 흩어져 있던 돌들을 둥그렇게 모아 놓았는데, 이게 로마시대 유적인 ‘원형극장’을 닮았다나? 호사가들의 입발림이겠으나 버려진 돌들을 이용해 멋진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은 분명하다.
▼ 이후부터는 순한 산길이 이어진다.
▼ 12 : 49. ‘당고개공원 갈림길’에 이르면서 ‘1코스’ 걷기가 끝난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불암산역’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0.7km를 더 걸어야 한다.
▼ 종점에는 코스가 변경됨을 알리는 여러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시·종점 안내판, 스탬프함, 코스안내판 등을 한곳에 모아놓았다. 참! 시점인 ‘서울창포원’과는 달리 이곳에는 이정표(상계동나들이철쭉동산 5.4km/ 도봉산역 6.3km/ 당고개공원 0.5km)도 세워놓았다.
▼ ‘당고개공원’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 12 : 55. 도중에 상계역 갈림길(이정표 : 불암산역 400m/ 상계역/ 서울둘레길 접점 0.3km)을 지나기도 한다. 이후로도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 13 : 01. ‘당고개공원’으로 내려서자 ‘덕암정(德巖亭)’이 맞는다. 조선시대 문인 서계 박세당 선생의 시판 등이 걸려 있다는데 들여다보지는 않았다.
▼ 13 : 10. 불암산역(옛 당고개역)에 이르면서 트레킹이 종료된다. 오늘은 7.28km를 3시간 30분에 걸었다. 중간에 쉬었던 시간을 뺐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무더운 날씨 탓에 무척 더디게 걸었다고 보면 되겠다.
▼ 오늘은 무척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둘레길은 순하다는 잘못된 선입감 때문에 스틱을 챙겨가지 않았는데, 삼복더위까지 겹쳐지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도 집사람은 싫은 내색 한번 없이 트레킹을 마쳐주었습니다. 아니 준비를 제대로 못해 자책하는 필자를 오히려 위로해 줄 정도였습니다.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해 주다보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잘못된 판단까지도 보듬어 준 집사람 덕분에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트레킹이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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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