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절 열반에 드실 것을 예고
1 부처님은 아난을 데리고 비사리를 향하여 떠나셨는데, 항가 강의 언덕에서는, 다시 사리불과 목건련의 죽음 소식을 듣고 슬퍼하시고 아까워하셨다.
항가를 건너 비사리에 도착한 이튿날 아침에, 저자에 나아가 걸식을 하고 돌아오시는 길에, 차바라의 사당을 지니시면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나는 등창이 났는지 등허리가 아프구나. 여기서 잠깐 쉬어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좀 쉬어가고 싶다.”
아난은 동산 수풀 속에 들어가, 멀리 내다보기 시원한 곳을 찾았다. 그리하여, 한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깔아드렸다. 부처님은 기뻐하시며 고요히 앉아 생각하는 사유 삼매에 드셨다. 아난도 부처님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물러가 앉았다. 잠깐 동안을 지나 부처님은 생각하시던 사유경을 지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비사리도 즐거운 곳이요, 발기국도 즐거운 곳이요, 열여섯 나라 가운데 그 어느 도시나 촌락을 물론하고 다 즐거운 곳이다. 희련 하수에서는 황금이 많이 나고, 염부제 지역은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곳이다. 아난아, 사신족을 얻은 사람은 한 겁이나 혹은 반 겁 사이라도 목숨을 이 세상에 머무를 수가 있다.”
하시면서, 부처님은 세 번이나 은근하고도 간절하게 같은 말씀을 되풀이하셨다. 그러나 아난은 마음이 어둡기 때문에 그 의미를 살피지 못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부처님은
“물러가서 고요히 생각하여 보라.”
하시어, 아난을 물러가게 하고 천천히 일어나서 시냇가의 나무 그늘 밑으로 가 앉아 계셨다.
2 그때에 악마는 부처님에게 와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빨리 열반에 드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교화는 이미 마치셨습니다. 이제는 바로 이 세상을 떠나실 때 입니다.”
“물러가라 악마여, 내 일에 대하여서는 내가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열반에 들 때가 아니다. 나는 나의 제자 및 중생들이 다 나의 도를 받기까지는 열반에 들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일찍이 니련선하 하수 가에 계셔서 대각을 이루셨을 때에, 나는 부처님에게 나아가 곧 열반에 드시라고 권하였습니다. 그때에도 부처님께서는 ‘물러가라 악마여, 나는 스스로 때를 알고 있다. 아직 열반에 들 까닭은 없다. 나는 나의 제자들이 모여와 천상이나 인간이나 널리 여래의 신변을 보게 될 때까지는 열반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제는 거룩한 대중이 이미 모였고 천상이나 인간이나 다같이 부처님의 신통과 변화를 보지 않았습니까? 이제야 말로 참으로 좋은 때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빨리 열반에 들지 아니하십니까?“
”물러가라 악마여, 여래는 스스로 때를 알고 있다. 나는 이 뒤로도 석 달이 지나서, 나의 본생지인 구시나가라의 사라쌍수 사이에서 열반에 들 것이다.“
악마는 부처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는 것이니,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것도 멀지 않았구나!”
하고, 춤을 추며 기뻐하고, 문득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3 부처님은 자리를 단정히 하시고, 생각에 잠겨 고요히 열반을 관찰하셨다. 그리하여 스스로 이르시되 ’삼유를 벗어나는 것은 새 새끼가 알을 깨뜨리고 나오는 것과 같이 편안한 것이다. 이제 내 마음은 편안하다. 마치 적군을 쳐부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과 같은 심경이다.‘ 하셨다. 이때에 대지는 크게 움직였다. 아난은 놀라 일어나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이제 이 대지가 움직이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저는 숲 속에서 꿈을 꾸었는데, 아주 무성하게 자란 큰 나무가, 별안간 폭풍우에 꺾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실 징조가 아니계습니까?”
“아난아, 나는 지금부터 석 달을 지나면 열반에 들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은 아난은 깜짝 놀라 슬퍼하면서 아뢰었다.
“원하건대 부처님이시여,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사 일 겁이나 혹은 반 겁이라도 더 머물러 계시어, 길이 천상과 인간을 지도하여 주소서.”
이렇게 세 번이나 청하였으나, 부처님은 거절하시고, 들어줄 수가 없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지금은 청할 때가 아니다. 나는 이미 이 뒤로 석 달을 지나서 열반에 들 것이라고 악마에게 말했다.
아난아, 네가 나를 시봉하고부터 지금까지 내가 두 가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