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 중국서 거센 민족주의 직면…"단순한 애국심은 아냐"
O 상하이 오토쇼에 BMW 미니 전시관에서 직원들이 중국인 방문객에게 아이스크림 무료 제공을 거부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됨. 또한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H&M, 일본산 자동차 브랜드들이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임.
- BMW 미니의 소유주인 중국인 릴리 유(Lily Yu)는 지난달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몇 주 동안 운전을 중단해야 하는지 “매우 우려스러웠다”고 말함. 그녀는 자동차 사진을 첨부하며, 차량 결함이 아니라 중국 내 차별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당혹감 때문에 걱정스러웠다고 밝힘.
- BMW의 소형차 브랜드 미니는 지난 4월 상하이 오토쇼에서 직원 두 명이 중국인 방문객에게는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았으나, 잠시 후 서양인 방문객에게는 제공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자 중국에서 비난의 집중포화를 맞는 브랜드가 되었음.
- 해당 영상에 대한 중국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비판이 거세졌고, 상당수는 불매 운동을 주장하기도 함. BMW 미니는 4월 20일과 21일 사이 두 번의 사과 성명을 발표함. 2018년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최근 몇 년 동안 소비자 불매운동에 직면함.
- 스웨덴 국립중국센터의 애널리스트인 힐레비 파룹(Hillevi Parup)에 따르면, 서방권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온라인상에서 중국의 국수주의가 점차 확산되면서 중국 현지에서 사업하는 다국적 브랜드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음. 그녀는 “이와 동시에 북미, 유럽, 일본, 한국, 호주 등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증가하거나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중국 소비자들이 정부 선동의 영향을 받고 서구권 소비자들과 국가들이 중국을 점차 경계하면서 빚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로 중국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말함.
- 다국적 브랜드의 온라인 불매 운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된 바 없지만, 일부 브랜드는 논란 이후 중국 시장 점유율이 낮아졌음. 예를 들어 2020년 기준 H&M의 중국 내 매장 수는 445개였으나, 현재는 316개로 감소함.
- 상하이재경대학 우 팡(Wu Fang) 교수는 “중일 간 동중국해 영토 분쟁으로 촉발한 일본 자동차 업체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을 연구한 결과, 중국 내 일본차의 매출이 급감했고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회복하는 데는 수십 또는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함.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 홍보 모델이 스캔들에 연루될 경우 재빨리 계약을 해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임.
- 우 교수는 “국수주의 정서와 더불어, 현지 브랜드의 강세와 소비자 취향 변화라는 요인이 중국 내 해외브랜드에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하고 “중국의 국력이 높아지고 애국심이 확산하면서 젊은 중국인들은 본인이 “중국인”이고,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고 덧붙임.
-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상위 20개 휴대폰 브랜드 중 자국 브랜드를 구매한 비율은 2013년 46%였으나, 2021년 64%로 증가함. 보고서는 “중국인 소비자들이 단순히 낮은 가격과 애국심 때문에 자국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품질과 혁신을 보고 국산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분석함.
- 조 응아이(Joe Ngai) 맥킨지 중국지사 사장은 최근 방중한 다수의 다국적 기업 CEO들이 주목해야 할 요소 중의 하나로 중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을 꼽음. 그는 지난달 “중국 내 지정학적 상황이 많이 변했으나, 다국적기업이 중국 활동을 위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현지 기업과의 경쟁이며, 이들의 혁신역량과 신제품은 지정학적 요소보다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함.
- 요르그 우트케(Joerg Wuttke) 주중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의 시장 규모를 감안했을 때 여전히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중국의 GDP 성장률이 단 2%에 그쳐도, 오스트리아 전체의 경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전함.
- 항저우에서 활동하는 브랜드 컨설턴트인 셰푸량(Xie Fuliang)은 BMW 미니의 아이스크림 차별 논란은 중국의 국수주의와 빈부격차가 혼재된 결과라고 말함. 그는 “중국인들은 BMW를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소득 격차와 심리적 불균형이 커졌고, 그 결과 아이스크림이라는 작은 사안이 크게 불거진 것”이라고 진단함. 이어서 "그러나 소비자의 말과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온라인에서 민족주의가 폭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이 여전히 미니를 몰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아이폰으로 결제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라고 덧붙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