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Legend 1화 (3-2)
라크 슌
연구소장은 이번 일을 그녀를 담당했던 연구원들의 과실처사로 보고 몇몇 연구원들을 연구소에서 추방하는 것으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곧 27호를 만들 계획으로 그동안의 계획을 다시 재 수정하는 과정을 밟았다.
우선 27호의 뇌에 이식할 SCC에 몇 가지의 우선적인 항목이 될 메모리를 추가 입력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을 몇몇만 제외하고는 모두 유능한 인재로 교체했다.
그들 대부분이 교수진, 주로 학생들을 상대로 하던 알아주는 대학의 교육과의 교수진을 연구소로 초청했다.
그들은 27호의 교육을 위해 멀리 이탈리아에서 초청된 것이다. 이것 외에도 연구소장은 이번 일에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자금에 더해 자신의 재력까지 총동원해 이번 실험에 모조리 투입했다.
27호는 태어나서 그가 배우는 것마다 모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려 교수진은 물론, 그를 탄생시킨 조물주 연구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27호가 교수진을 연거푸 놀라게 하는 걸 방 너머 유리창을 통해 연구소장은 27호를 대견스럽게 쳐다보았다.
때때로 연구소장은 27호를 만나 그를 자신의 있지도 않은 아들인 양 사랑으로 그를 대했고 27호도 연구소장이 올 때면 반가이 그를 맞아 이것저것 자신이 그동안 교수들과 공부했던 것을 신나게 떠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연구소장은 26호와 27호를 28호를 만들기 전 시험모델로 생각했다.
적어도 이번 계획은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라 다소 연구비가 많이 들더라도 두 번의 시행은 착오를 없애고 완전한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연구소장은 27호를 만드는데 그의 재력까지 몽땅 쏟아 부었다. 이젠 더 충당할 연구비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부에서 지원 받았다는 올해 연구비도 말짱 거짓말이었다. 그는 이번 실험에 오로지 그의 재력만으로 일을 벌인 것이었다.
정부는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26호가 죽은 직후 다음 지원금을 받으러 왔던 연구소장에게 고한바 있었다. 아무래도 그 사이에 무슨 변고가 생겨 더 이상 지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금원이 막힌 게 분명하다.
'비록 남북통일이 이루어졌고 근 십 년 사이에 한국과 북한은 아시아 대륙권에서 중국과 1, 2 위를 다투는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바 있다.
그럴지라도 한국과 북한 땅 합쳐봐야 중국의 40분지 1의 크기이다. 중국의 한 귀퉁이에서 코딱지 만하게 붙은 이곳에서 연구를 하려 했던 내가 멍청이다.
연구비라면 걱정 말라던 정부의 개자식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차라리 유전자공학 개정안을 통과한 또 한 나라, 일본으로 갔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다. 이미 연구는 그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끝이 보이기 시작했단 말이다. 지금 일본으로 간다해도 막상 설비 구하랴, 연구원들 모집하랴 당장 말부터가 안 통하는 나라인데 어느 세월에 그 짓거리를 하고 있으란 말인가.
내 자금원을 몽땅 풀어서라도 28호는 안될지언정 27호로라도 그 끝을 확실히 보고 말리라'
연구소장은 27호에게 이름까지 지어줄 정도로 그를 아꼈다.
까르슈. 연구소장의 어렷을 적 별명이었다.
27호의 유전자는 그의 세포에서 추출한 것이기에 평생 연구에 몰두하며 여자를 안아본 적 없던 연구소장에게 27호는 그의 하나밖에 없는 분신이며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27호, 까르슈는 1년 간 일명 제왕교육이라 불리는 엘리트 교육을 교수들을 통해 철저히 마스터해 나갔다.
연구소장은 더 이상 U.O.S를 돌릴 자금원이 없었다. 2개월 전서부터 그는 백 여명이나 되는 연구원, 기술자,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의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올해가 지나면 정부로부터 오지도 않을 지원금이 온다고 하며 그들을 좋게 타일렀다.
유전자 변형에 최고의 실력을 입증 받고 그 분야의 유명인들의 성원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그로서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누런빛의 피부를 가진 협오스런 녀석들에게까지 왜 돈을 안주냐며 씨부렁거리는데 -평생가도 이런 녀석들에게 욕먹을 일 없는 그이다- 정말 참고 참을 만큼 참아봤다.
오로지 까르슈를 위해 그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홀라당 태워버린 것이다.
하지만 까르슈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연구소장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을 거란 걸 알았다.
몇몇 한국의 연구원들이 참지 못하고 사태를 알기 위해 팔을 벗고 나선 것이다. 2개월 전에 단체를 만들어 그에게 따지려 왔던 무리들의 리더격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한국인이었다.
연구소장은 한국인이 극도로 싫었다. 그 끈질김하며, 뭐든지 나서기 좋아하고 급한 성격에 안되는 줄 아는 일에 욕심만 많아서 두 발 벗고 나서는 야만적인 성격이 연구소장이 파악한 한국인의 특성이었다.
그들을 고용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연구소장은 이곳에 오기 전, 자신의 조국인 이탈리아에서 그의 조수 격인 사람들과 같은 대학의 교수들 30여명 정도를 데리고 왔다.
하지만 그가 하는 바에 데리고 온 인원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어쩔 수 없이 부족한 숫자를 한국 연구원진에서 보충해야 했다.
그들은 역시 연구소장의 예상대로 한국인다운 면모를 보였다. 모든 일에 발벗고 나서서 척척 일을 해내는 가 하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남들이 보면 좋아할 일이었지만 연구소장 눈에는 그저 눈꼴 시린 짓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그저 그가 시키는 것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모든 이탈리아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연구소장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빠짐없이 꼼꼼히 하되 그 일이 끝나면 자신의 생활을 즐길 줄 아는 것. 자신의 생활이 파괴될 정도, 아니 방해가 간다면 절대 일을 하지 않는 20세기후반의 이탈리아 사람이 바로 그였다.
지금도 같은 조국에서 온 그의 동료 연구원들은 그를 믿고 여유 있게 기다리고 있는 반면, 한국의 연구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빠짐없이 그를 찾아와 돈 내달라, 어째서 소식이 전혀 없는냐 하며 따지는 것도 많았다.
결국 일이 터졌으니 연구소장은 이곳을 떠날 채비를 갖추기로 했다. 그에겐 까르슈 하나만 있으면 이깟 수백 억이 든 연구소는 개나 줘버려도 상관없다며 그토록 증오하던 한국인들의 농담을 써가며 짐을 차근차근 싸나갔다.
'한국정부는 복제인간의 진정한 능력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무능하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으로 그것이 전체라고 판단해버린다.
26호가 죽은 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26호가 SCC의 능력을 그들 앞에서 보여줬다면 나는 이토록 쉽게 27호를 얻을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그들은 아마도 나에게서 27호, 혹은 태어날 예정이었던 28호를 내게서 빼앗아 갈런지도 모를 일이다.
잘된 일이야. 이렇게 된 것도 만약의 경우를 생각한 나의 생각이지 않은가.
여러 벌어질 일 중에서 지금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도 있지.'
연구소장은 그의 방에 설치된 비밀 엘리베이터를 통해 까르슈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랐다.
그곳엔 그가 미리 준비한 헬리콥터가 주인을 맞으며 드넓은 연갈색 지평선 너머로 피어난 붉은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들어있었다.
연구소장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지상으로 나와 그를 반기는 붉은 태양을 뒤로 한 채 까르슈의 손을 이끌었다.
하지만 쉽게 이끌려 와야할 까르슈의 손목은 묵묵부답 전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서 따라오지 않고 뭐 하느냐. 뭔가 두고 온 것이라도 있느냐"
그런게 있다손 치더라도 그는 까르슈를 데리고 다시 지하 50m아래 있는 연구소로 다시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단지 까르슈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다가 조국으로 돌아가면 실컷 사다주려는 의도였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아들아"
그는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복제인간에게 자상한 음정으로 문답했다.
"두고 온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지 말해보거라. 그것이 10톤이 넘는 황금덩어리일지언정 아버지가 이탈리아에 돌아가면 그 수배, 아니 수십 배는 가져다줄 수 있다."
연구소장은 자신 있게 호언장담했다.
그는 여전히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학자이며 일류대학의 교수이고 그가 돌아가더라도 그 직위는 그대로 변함이 없을 것이었다.
그가 논문 몇 자 끄적 대면 그에게 돌아오는 돈은 세기가 힘들 정도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한국에서 연구해온 이 연구논문만 있다면 노벨 과학상을 타는 것도 그가 꿈에 그리던 그 꿈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지금 자랑스런 그의 아들이 그 연구논문을 뒷받침해줄 살아있는 증거물이 되지 않겠는가.
자신에게 노벨 과학상을 타게 해줄 자랑스런 아들이 해달라는 것이라면 그는 한 나라를 갖다줄 수도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들 된 27호의 입에선 그가 전혀 상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말이 가냘픈 그의 목에서 떠듬떠듬 흘러나왔다.
"제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는 아버지도 잘 아는 사람이고 늘 곁에서 두고 일을 도맡기셨던 사람입니다. 저는 그녀를 두고 떠날 수 없습니다. 비록 아버지께서 저를 태어나게 해준 조물주 시더라도 이것은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밝히는 제 의사입니다. 설령 아니, 정령 진정한 조물주라도 제 의사를 굽힐 수는 없을 겁니다."
"미친!"
연구소장에게 까르슈의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태어난 지 1년 밖에 안된 복제인간의 입에서 처음으로 의사표현을 한다는 말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떠날 수 없다' 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인가. 연구소장은 까르슈가 말하는 그 여자가 누군지 짐작하고 있었다.
장해빈. 그녀는 한국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서 그와 함께 26호, 27호를 태어나게 하는데 주역을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유전자공학 분야의 그 다음으로 가는 실력자였다.
한국인임에도 그는 장해빈을 존중하고 있었다. SCC를 이번 실험에 투입해보자고 말한 것도 그녀였다.
연구소장은 한국인을 싫어했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실력에는 혀를 내 두룰 정도였다.
그래서 오히려 더 시기하고 증오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장해빈. 그녀만큼은 연구소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한국인이라는 게 맘에 안 들었으면 안 들었지. 그녀의 실력은 말 그대로 뛰어났고 출중했다. 비유도 잘 맞추어주었다. 언제나 싸근싸근 대며 그의 옆에 찰싹 붙어있었다. 어쩔 때는 그가 스스로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자신을 느낄 때마다 황당함을 가질 때도 있었다.
"전 돌아가겠습니다. 아버지. 절 말리실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까르슈는 또박또박 말하며 뒤로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이미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버린 까르슈를 뒤늦게 발견하고 연구소장은 그의 팔목을 다시 꽉 쥐틀 듯 붙잡고 애원하며 말했다.
"아, 안 된다! 까르슈. 넌 지금 속고 있는 거다. 그래, 어쩐지 장해빈 그년이 내게 접근할 때서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이런 사태를 나보다 먼저 알고 27호에게 관심을 보인 거야. 아니, 한국정부의 스파이일 가능성도 크지. 지금의 상황을 보면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지. 내 아들 까르슈를 꼬드겨 그년 혼자 이번 연구를 도맡아 했다고 말할 게 분명해. 한국인 따위가 생각하는 게 겨우 그 정도지. 그래도 다행이야. 지금에서라도 그걸 알았으니. 지금 27호를 데리고 내 조국 이탈리아로 돌아가 한국 따위 27호를 대량 생산해 한 달이면 멸망시킬 수 있어. 지금 당장 계획을 세워야겠군. 꼴도 보기 싫은 한국 놈들. 나를 우습게 본 꼴을 톡톡히 치르게 하고 말 것이야."
연구소장에겐 아들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가 불투명한…… 후기에 나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쫗겨난 테레사와 로드웬 박사는 조국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들도 후기에 나올 예정입니다.
*** 아크v 편집기 이용해서 다른 곳에 연재할 때 말씀드려야 되는지 좀 알고 싶습니다. 리플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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