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인원 총 88명. 화기애애한 가족 분위기에 가슴 뜨거운 저녁이었습니다. 저녁6시의 모임을 위하여 섬지기 자유인은 오후4시 조금 넘어서부터 양재역에 도착하여 사무실에서 가져올 것이 있나 챙기고, 카페주인 하홍모도 서둘러 나섰는데 길이 막힌다고 애타는 전화를 주었습니다.
집에 있는 물건 일부를 미리 옮겨다 놓고 다섯시 조금 넘어 제가 다시 도착했을 때는 자유인과 당일의 행사용품이 가득 실린 철마니의 차가 이미 와 있더군요. 그렇게 우리의 모임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송정수 회장님께서는 사범1회 대선배님들을 마중해 영접하시고, 경기 고양시 무원초등의 김진일후배가 일찍 와서 많이 도왔습니다. 속속 들어오시는 동문님 맞느라 분주한 가운데 장소가 행여 좁지나 않나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요. 그러는 중에 교대8회 김점수, 김숙자 두 후배가 단정하고 예쁜 모습을 나타났지요.
협찬품을 가져 온 이재인회장님의 '나의 영순이'도 일찍 와 이 구석 저 구석을 도왔습니다. 송정수회장님의 동기이신 사범12회 선배님들도 일찌감치들 모여 주셨고, 우리의 호프 교대2회 윤종건학장님이 도착했을 때는 자리가 더욱 그득해짐을 느꼈습니다.
묵직한 협찬품을 자신만큼이나 예쁜 포장지로 정성들여 싸 온 사범11회 김명희선배님께서는 궁금한 우리 서정혜선배님의 소식을 전해주시고, 도착하자마자 팔을 걷어부친 교대17회 이춘림, 저 멀리 고양시의 동문들과 함께 어려운 걸음 한 파주동문회의 교대4회 남혜란교장, 교대3회 김영미 교감은 교대9회 박경숙과 교대12회 예성옥교감을 동반하여 서부상록회의 선발대로 등록하였고, 해외연수에서 갓 도착하여 노독도 풀지못하고 참석한 교대10회 장병연은 동기 양재연과 합석하였으며, 교대5회 이영옥선생도 동기님들과 자리했습니다.
모처럼 출석한 교대7회 김순자총무님도 동기인 김영철교감과 반갑게 만나 자리하고, 믿음직한 모습 처음으로 보여준 교대8회 유재철동문 또한 우리들의 기대주였습니다. 이렇게 젊고 씩씩한 교대 동문들이 관심과 열의로서 뜻 깊은 걸음을 하는가 하면, 한 편으로는 교직과 사회의 중심에 서서 사업가로서의 중후한 위치를 지키시는 우리의 선배 사범9회 홍순명선배님, 노승렬선배님, 김창수선배님은 저희 동문회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꽉 차 있는 바쁜 스케쥴을 쪼개어 어김없이 자리를 지켜주시는 세 분 선배님께 친정 오라버니 같은 진한 정을 느끼며 각별히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하였습니다.
이윽고 식은 시작되었습니다.
사범1회 대선배님 고희연의 단상에 오르신 강만희 회장님과 최열곤 삼락회 회장님께서는 까마득한 후배인 교대11회 이상국이 올리는 잔을 받으시며 숙연한 표정이셨고, 이 고희연을 처음 주장한 사범5회 이인기 고문님께서도 감회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고희를 맞으신 대선배님께 기념품을 올리고 연이어 십 년을 뜻하는 길다란 초 일곱 개에 불을 밝혀 온 동문이 생신축하의 노래를 제창하며 케익을 자를 때는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환한 촛불을 당겨 놓은 듯 마음이 따뜻하고 밝고 행복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동문애가 아닐른지요.
흔연한 대선배님의 답사와 축사의 말씀을 끝으로 동문 및 동문의 영애 영식 축하연이 있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동문의 영전과 승진 소식을 다시 다 함께 기뻐하며 박수치고, 연이어 우리들의 2세에 대한 격려의 시간이 있었지요. 우리 온 동문의 경사를 다 알지 못하여 일일이 축복 드리지는 못하였으나, 마침 신년을 전후하여 사법고시에 합격한 두 재원이 있어 우리 모두는 제 일인양 기뻐하며 그들을 맞이하였고 다 함께 축복하였지요.
이재인 직전회장님의 영애와 이철만 선생의 영식에 대한 저희들의 뜨거운 사랑은 마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문의 기쁨은 곧 자신의 기쁨이니까요. 그들이 더 굳건하고 더 우람차게 커나가 이 나라를 걸머질 역군이 될 때 우리의 미래는 바로 희망 그것입니다. 우리는 그 두 재원의 영광 된 출발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자신을 향한 더 혹독한 매진과 자기성찰로서 學文과 德을 겸비하고, 인생과 삶의 작고 보잘 것 없는 모습을 통해서도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겸허한 법조인이 되기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염려하고 보살피고 아끼며 한 그루의 巨木을 키우는 그런 심정으로 그들을 혼탁한 사회로부터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비단, 그 뿐이 아니고 사회 전반의 각 분야에서 생명공학이나 유전공학을 전공하는 공학도, 문화의 틀을 깨고 세계로 나아가 더 밝고 더 큰 문화를 우리들에게 전달하는 시대의 역군도 저희들의 2세 속에는 있을 것이고, 醫術을 익혀 사람의 건강을 좀 먹는 병마와 싸우며 우리들의 건강을 지키는 의학도도 우리들의 2세 중에는 있을 것입니다. 설혹 빛나고 특출하지 않더라도 조그마하고 여린 모습으로라도 제 꿈을 향하여 정직하고 겸손하게 삶을 이뤄가는 2세도 있겠지요. 우리는 그들 모두를 품어안아 자기 속에 내재한 꿈의 씨앗들을 밖으로 펴내어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며 격려하여야 할 줄 압니다.
큰 꿈을 향하여 매진 한 그들이 행여 지친 모습으로 나타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 세상의 순수한 모든 것 중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그토록 많은 지식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겸허하고 소탈한 자세로 어버이의 부름에 응해 수줍게 인사할 때 저는 아, 우리의 미래는 너무나도 밝구나 하는 마음으로 온 가슴이 기쁨으로 출렁였습니다.
식이 무르익어 갈 무렵, 우리의 이세은이 도착하였지요.
이세은!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미꼬 역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이세은은 우리 교대6회 유명수후배님의 영애입니다. 그 세은이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우리 어버이들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보내 준 세은이 아빠께 감사드립니다. 박꽃 같이 하얀 얼굴, 검고 총총한 큰 눈, 갸느린 긴 키, 마치 落果를 줍는 한 마리의 기린 같았습니다.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하던지...
게다가 세은이 엄마 유명수동문이 가져온 양주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들이의 양주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둘러가며 건배하였습니다. 그리고 막내들을 위하여 세은이의 싸인도 받았지요.
아무튼 우리의 새해 출발은 그렇게 즐겁고 흐뭇하였습니다.
제2부 여흥이 시작되고 그 얌전하던 사범 선배님, 수줍던 후배님들이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구며 우리의 신년교례회는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교대6회 고우니는 고운 한복으로 갈아 입고 휘늘어지는 저고리 배레를 올렸다 내렸다 아름다운 곡선으로 춤 추며 古稀宴을 경축하였지요. 그 앞에 서면 언제나 그의 훤칠한 키에 압도 당하곤 했는데 춤을 출 때의 그의 몸은 갈대처럼 휘어집니다. 그의 어깨는 움켜쥐면 소리없이 어스러질 듯 유연하고, 그의 손은 춤추는 나비의 날개짓 같이 우아해집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가와 헤어져야만 할 때 우리 모두는 아쉬움을 안은 채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였지요. 다 함께 대구사범, 대구교대 교가를 제창 할 때는 목안으로 뜨거운 덩어리가 차올랐습니다.
모두가 바쁜 중에도 우리를 위하여, 우리의 동문회를 위하여, 이렇게 한 마음 된 자리를 해 주었다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감사하여 저는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을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밥 한 그릇 같이 하자고 그 먼 길을 달려오신 우리 동문님, 저는 그분들 하나하나의 모습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사랑하고 또 사랑하였습니다.
그중에도 白尾는 우리의 신년교례회를 위하여 멀리 대구로부터 비행기로 날아온 교대9회 윤화숙선생이었지요. 이거 보통 일 아닙니다. 무엇에 흠뻑 빠지지 않고는 이렇게 되질 않지요. 말은 사무국장이 너무 걱정(동문님 적게 오실까봐)해서 왔다지만 가만히 보니까 이재인회장님, 이인기 고문님, 김영미교감 등등 팬이 하나 둘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그 역시 동문회 중독자인 것 같습니다. 우리처럼요.
참석해 주신 여러 동문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올 한 해도 더욱 건강하시고 바라는 모든 소망이 여의하시기 빕니다. 우리 또 언제 만날까요? 다가오는 2월23일 등반대회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요 보고싶어서.
동기회 때문에 총총들 헤어지는데도 뒷마무리 도와주느라 힘 써 준 우리 카페 주인 하홍모와 그 동기 전인섭 선생 고맙습니다. 이번에 최다참석상을 받은 교대17회가 시작부터 끝까지 저희를 도왔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자녀들 축하에 대한 답례로 탁상시계와 타올 협찬해 주신 이재인회장님, 이철만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외 협찬하여 주신 많은 동문님께 감사드립니다(협찬 내역은 따로 등재하겠습니다)
끝으로 모든 사은품 장만하고 준비해 준 이철만선생님과 그의 슬기롭고 참한 아내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멀리 대구에서 온 마음과 정성으로 협찬해 주신 장극조 동문께도 감사드립니다. 다음 번에는 꼭 초청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