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85) -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 기행록(19)
~ 묵호항, 망상해수욕장 거쳐 옥계시장으로(동해시청 - 옥계시장 23.1km)
5월 27일(금), 맑고 걷기 좋은 날씨다. 아침 7시, 식사하러 숙소를 나서려니 1층의 로비에서 토스트와 우유 등의 간편 식사를 들 수 있다. 정해진 식당까지 5분여 걸어야 하는데 오래 만에 양식(?)을 드는 것도 좋다 여겨 이로 가름하였다. 오전 8시, 시청을 출발하여 한섬 해변을 지나 한 시간여 걸으니 묵호항에 이른다.
묵호는 오래된 어항, 항구에는 울릉도를 오가는 대아해운의 배가 정박해 있고 수산시장도 활기 있어 보인다. 수협을 지나 모퉁이로 들어서니 묵호등대오름길이 나타난다. 좁은 골목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에는 익살스런 소재들의 벽화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문화공간으로 마련된 등대광장에는 근대시의 효시를 이룬 육당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크게 새겨져 있다.
등대광장에 새긴 육당 최남선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대에서 묵호항의 풍광을 살핀 후 나무계단과 출렁다리를 타고 해안으로 내려오니 까막바위회마을이라 적은 큰 건물에 많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그 앞의 해변에는 서울 등지에서 묵호를 찾는 이들의 약속장소로 널리 알려진 까막바위가 웅자를 드러내고. 고즈넉한 해안 길 따라 한참 걸으니 어달 해변, 잠시 휴식하며 먹는 방울토마토가 꿀맛이다.
이어지는 해안길이 대진항과 노봉 해변 지나 망상해수욕장에 이른다. 망상해수욕장에 있는 오동동횟집이 점심장소, 11시에 도착하여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더러는 백사장을 지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사이, 짙푸른 수평선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잠긴다. 점심메뉴는 된장찌개, 호박에 두부를 넣어 끓인 된장국이 시원하다. 바다를 즐기느라 점심시간은 다른 때보다 긴 한 시간 반, 12시 반에 오후 걷기에 나선다.
넓은 백사장, 수평선이 아름다운 망상해수욕장을 거닐다(백미숙 씨가 올린 사진)
망상해수욕장은 국제행사를 치를 컨벤션센터와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선 위락지구, 해파랑길은 해수욕장을 벗어나 야산으로 들어선다. 길게 이어지는 구릉을 지나 나타나는 마을이 평화롭고 잘 자란 옥수수와 감자, 마늘, 담배, 보리, 밀밭이 정겹게 느껴진다. 임도로 이어지는 고갯길 여럿 지나 못재(해발 180미터로 동해시와 강릉시의 경계지점)에서 숨을 고른다. 고개에 세운 GPS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북위 37도 34분 37.8초, 동경 123도 3분 23.1초. 어느 곳이나 누구에게나 이런 좌표가 있으리라.
좌표가 선명한 못재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
못재에서 옥계시장으로 가는 산길의 내리막이 비좁고 가파르다. 조심스레 내려오니 조용한 마을 낮은 언덕지나서 옥계중학교가 나오고 큰 길 건너 옥계시장에 이른다. 도착시간은 오후 3시 40분, 23.1km를 여유롭게 걸었다.
숙소(메인모텔)에 도착하니 이윤희 씨의 친구 두 명이 서울에서 격려 차 내려와서 걷는 동안 수염이 덥숙 자란 친구를 반긴다. 잘 익은 수박을 사들고 와 일행 모두 맛있게 들고. ‘친구는 사랑이 끊이지 아니하고’의 잠언을 떠올리며 덩달아 흐뭇하다.
저녁식사는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특식, 오대산자락에 있는 맛집(송현식당)에서 토종닭백숙에 감자전과 도토리묵을 곁들여 풍성한 만찬을 즐겼다. 오늘은 강호갑 총대장과 신인숙 대원의 생일, 케이크도 자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일은 강릉시가 주최하는 걷기축제의 날, 전야를 뜻깊게 보냈으니 힘을 내서 씩씩하게 걷자.
* 전날 동해시청에서 일행을 맞은 동해시평통위원장이 목을 축이라고 준 음료(박카스 100병)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요긴하게 마셨다. 박카스는 1960년대의 히트상품, 50년 지나서도 꾸준히 소비되는 것이 대견하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오랜 세월 지나도 뭇사람이 반기는 매력을 지니면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