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질빵
지역 일꾼을 뽑는 해여서 그런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날마다 시끌벅적 정치의 장이 서고, 주장과 의견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나쁠 건 없지요. 일꾼을 제대로 고르려면 선택의 범위가 넓어야 하니까요. 싸움은 세게 붙이고 계산은 야무지게 하라고 했으니 깜냥이 아니다 싶으면 냉정하게 물리칠 수밖에. 그래야 후환이 없습니다. 4년마다 뽑는 일꾼은 귀한 ‘손님’이 아닙니다. 냉정한 손익계산을 통해 유권자가 선택하는 ‘머슴’일 뿐입니다. 설렁설렁 대충 들였다간 지역의 살림이 한순간에 거덜 납니다.
짐을 짊어지고 옮기는 데 쓰는 줄을 ‘질빵’이라고 하죠. 옛 농촌에서는 추수기에 지게와 함께 질빵을 흔하게 사용했습니다. 볏단을 나를 때 유용하게 썼지요. 주로 댕댕이 덩굴과 칡넝쿨로 질빵을 만들었는데 사위 사랑이 각별했던 한 농가에서 ‘사위질빵’을 썼나 봅니다. 마디가 약해 툭툭 잘 부러지는 이 식물은 ‘질빵’으로써 효용성이 떨어집니다. 당연히 이 질빵을 멘 사위는 웃음거리가 됐겠지요. 지역 일꾼을 능력이 아닌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여 뽑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위질빵은 숲과 들녘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늦여름 하얗게 피는 꽃은 향기가 좋아 벌 나비를 유혹하고, 겨울철에도 암술대가 변한 깃 모양의 털이 꽃을 연상케 할 정도로 멋스럽지요. 이른 봄, 어린잎은 ‘수레나물’이라 하여 나물로 먹지만 독성이 있어 데친 후 하루 이상 찬물에 우려내야 합니다. 뿌리와 줄기는 통증을 멈추거나 줄이는 치료제로 사용하는데 한방에서는 백근초, 위령선이라 하여 설사와 이질, 관절염 증상에 약재로 씁니다.
일꾼 뽑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준비해야 할 질빵도 다양합니다. 튼튼하고 질긴 질빵이라야 짐을 넉넉히 지울 수 있겠지요. 일꾼이 변변치 못한데다 질빵마저 ‘사위질빵’이라면 앞으로의 4년은 고통과 후회의 연속일 겁니다. 살림살이는 가난에 찌들 테고. ‘사위질빵’의 꽃말은 비웃음입니다. 사위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얄팍한 온정이 성실한 일꾼들에게 표적이 됐겠지요. 5월 한달, 정신 바짝 차리고 일꾼을 고르시길. 잘못된 선택은 두고두고 비웃음의 대상이 됩니다. 아직, 시간은 넉넉합니다.
강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