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경북여고 재경총동창회
 
 
 
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소고기국 / 상희구 시집 중에서
36회 김옥덕 추천 0 조회 220 15.12.23 20:38 댓글 18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댓글
  • 15.12.23 21:55

    첫댓글 하이고 마~
    쩡쩡 얼어붙은 강물 우에 얼음이 깨지뿌덧
    가슴이 찌르르 저리네요.

    우리 말, 우리 사투리!

    장독대 띠끼 우에 소보기 쌓인 눈이 생각나고
    겨우내 가마때기로 덮어놨던 무시 구딩이가 생각나고
    부지깨이로 가끔씩 들수씨던 아궁이가 생각나고...

    예닐곱살 어린 의식 속에 자리했던 우리말은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지요.

    언젠가 대구에 살다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서
    남편은 제게 아이 넷을 맡겨두고 고속버스를 타고 휭~ 하니 외지로 가버렸지요.

    홀로남아 채권자들에게 들뽁이다 못해 백 여평 짜리 우리집 뒷담을 넘고 나와 언니네집 뒷문곁에 단칸방을 얻어 몇 달 산 적이 있네요. 저는 어린 자식들을 지키며 남편 구명운동을.

  • 15.12.25 01:23

    어려웠든 시절도 짚어 보면 그리 길지 않했고 고생도 지금 생각하면 눈물 날 고생이 아닌걸로 느껴져요.
    지난 날은 그리웁고 아련히 떠 오르고 ...추억은 아름다운기라 ...
    희 노 애 락 을 체험해야 인간미가 있고 사람이 얻은 것이 많아 여물어지는거야.

  • 작성자 15.12.24 08:32

    감칠맛나는 대구말로 쓴 詩가 얼마나 반갑고 정겹던지요.
    언니도 서울서 미국서 사셔도 대구말 하나도 안이자뿐네요.

    언니에게 그런 아픈 시절이 있었군요.

  • 15.12.23 22:03

    그러게요.

    이젠 어느 소설 한 대목이 기억나듯 아련한 옛날 일이군요.
    삶이란 그렇게 우리를 아프게도 하고 또 때로 놀라게도 하고...

    그러나 기억 속의 삶은 언제나 아름다와요.
    그때마다 너무나 절실히 사랑했던 삶이어서 그런가봐요.

    너무나도 좋은 시를, 우리말을 소개해 주셔서 고마와요.

  • 15.12.23 21:57

    남편을 구해 내려고 매일 매일 길을 헤매이며 채권자들을 만나러 다니던 어느날, 버스에 앉아 남의 집 담위에 줄줄이 핀 장미 덩쿨을 보면 우리집이 생각나 가슴이 저렸지요.

    그때 모처럼 전구지 김치를 담은 날이 있지요. 그날 저녁에 6학년 짜리 딸이 말 하더군요 .
    "어머니 전구지김치를 먹으니 장조림도 먹고 싶네요" 라고.
    이윽고 해가 기울고 밤이 되어 우리는 발 열 개를 나란히 하고 좁은 방에 끼어 누웠지요.

    큰 딸은 누워서 손으로 첼로의 현을 긁는 시늉을 하며 입속으로 가만가만 흠잉을 하더군요. 그 아이의 두 눈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짐짓 모른체 하고 저는 아이의 등만 다독였지요. 강물처럼 제 슬픔이 목을 넘어 치솟을까봐.

  • 작성자 15.12.24 08:38

    언니의 가슴이 얼마나 저밀듯 아팠을지...
    아이들의 말 한 마디에 몸짓 하나에도 엄마의 마음은 무너지지요.
    어려움을 딛고 우뚝 선 언니가 더 존경스럽게 보입니다.

  • 15.12.23 23:30

    너무 재미 있습니다.
    특히 대구 사투리가 심한가요?
    진짜 잘 못알아 듣겠어요.
    아래 통역 없으면 진짜 아리까리 하네요.

  • 작성자 15.12.24 08:41

    우리 세대와는 달리 아우님은 젊어서죠.
    순대구 사투리로 대화하는 모습을 본 서울 아이가 일본사람이라고 했다잖아요. ㅎ

  • 15.12.24 06:09

    옛날에 우리 고장 최고 대접은 소고기국이였다
    벌건 고치기름이 뜬 육계장이 대구 명물인데 기름 나쁘다고 다 걷어낸 국맛은 도무지 니맛도 내맛도 아닝기라 몸에 나쁘다니 고향맛도 이자뿌렷서예 ㅎㅎ

  • 작성자 15.12.24 08:43

    이 시집에는 전부 대구 사투리로만 되어 있어 어린시절 생각이 나고 재미있습니다.
    대구지방 방언을 연구하는 자료로도 소중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 15.12.24 15:33

    어릴때 듣던 사투리가 얼마나 구수하고 정겨운지
    우리 세대들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처럼 너무나 보배 스럽다.

  • 작성자 15.12.24 20:50

    1000년을 지켜온 신라의 표준말이던 경상도 말이 이젠 젊은이들도 잘 안 쓰게 되어 영 잊혀지지나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상희구 시인의 정겨운 詩로 고스란히 기록되어 다행입니다.
    지금도 연작시로 계속 쓴다니까요.

  • 15.12.25 00:52

    대구 칭구들과 모이면 서울 온지 50년이 지났어도 어데선지 대구 말이 국시 기계에 국시 처럼 줄 줄 나온다.
    나는 여사로 나오는 말이 칭구들은 내가 사투리를 디기 많이 한다고 ...우서버 죽겠다고 배를 지고 웃는다.
    소고기 국은 생일날, 손님 오신 날, 무슨 날에는 얼른 끓이는 고급 고기 국이였어. 시래기국이 알고보니
    우리한테 이렇게 좋드마는 김장 시래기 삶아서 물에 울아 내느락고 한 버지기씩이나 담가 있는데 흔연
    만연 흔하다보니 무슨 날에는 소고기국에 밀린다 ㅋ 우리집에는 8남매 형제에다 아버지 어머니,할머니
    부엌언니 두명 합하면 13명이 우리집 정 식구였다. 할머니가 계시니 고모 네분은 우리집이 친정이라

  • 15.12.24 19:20

    틈만 나면 우리집에 모여 놀다간다 낮에는 칼국시나 수재비나 콩나물 밥이나...별식을 점심으로 드리지만
    소고기국을 끓이는 날에는 저녁 먹고 가시라고 어깨를 눌르면서 못 가게 붙잡는다 ...ㅎ 지금 생각하면
    끔찍스럽다. 밥상에 수저 놓고 밥그릇 국그릇 전부 부엌에서 마루에 아니면 방으로 날라대는데 어머니도
    같이 움직이며 그 식구들을 챙기셨는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식구가 많고 손님이 많이 오시니 소고기국은
    다른집 보다 많이 먹는 셈이고 남문시장에 정육점은 우리집이 가면 요즘 말로 일등 고기를 주니 우리집에서
    먹고 간 사촌들은 지금 모여앉으면 우리집 소고기국은 우째 그리 맛시섰는지 그 맛은 영원히 못 잊는다 한다

  • 15.12.24 19:27

    나도 지금 그때보다 고기를 더 많이 넣고 끓여도 우리집 어머니 소고기국은 택도 없다 그 맛이 아니야.

  • 작성자 15.12.24 20:59

    음식은 특히 국은 큰솥에 많이 끓여야 제맛이 납니다.
    핵가족이 된 지금 냄비에 쬐끔 끓이면 깊은 맛이 안납니다.
    그 때보다 자극적인 먹거리가 많아 지금은 그 때와 꼭 같은 소고기국이라도 그 맛이 안날 겁니다.

    우리 집도 조부모님, 부모님, 우리 5남매, 설거지하는 아이까지 10명이었습니다.
    엄마는 부엌에서 장작불 때서 밥을 지었고, 여름에는 대청마루 겨울에는 안방에다 상을 두 개 이상 봤습니다.

  • 15.12.24 22:46

    상희구 시인님의 재밌는 사투리 시어는 마치 오래된 옛집에 찾아온 듯 반갑고 정겹지요.
    왠만한 사투리는 대충 헤아릴 수 있는 세대라
    돌아가신 부모님 뵈듯 살가운 말들입니다.

  • 작성자 15.12.25 08:14

    詩를 멀리했던 내가 홀딱 반할 정도로 정겹고 재미있어 단숨에 읽었어요.
    대구 사투리 연작詩를 세권째 내셨네요.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계에서 온듯 괴상한 신조어가 난무하는 요즘 더없이 반가운 시집입니다.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