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입석대
김순규
어둠의 세월을 지나
깊은 숲속에서
결기를 풀지 않고 저리 서 있는 것은
평등을 깨우치고 있다
엇비슷 몸을 잇대어 서거나
나란히 스크럼 짜듯 서거나
모두 한 방향 보는 것은
저 푸른 하늘을 꿈꾸어 왔기 때문이다
필시 한 뿌리로 발 담그고 서서
골고루 뿌려지는 햇살을 함께 나누고
광풍 따위는 툭툭 끊어내는 오늘
용담초 파란색 송이꽃들도
선홍색 물봉선과 서로 어깨를 섞고
함께 흔들리고 있다
방어의 눈물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가벼운 삶의 무게 속에서
흐려지는 시력 너머
화려한 지난날들이 앞을 가리고
푸른 구슬 같은 하늘에 서린
슬픔의 눈길이 비친다
푸른 빛 사이로 바다가
잠시 펄럭이며 출렁이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하루
망망한 협곡을 빠져나가며
쏜살처럼 친구들 달려가고
비릿한 내음이 울컥 올라온다
걸음을 멈추는 시선이
소환당하는 바다
뜰망이 조여온다
두어자 깊이의 물결 격렬히 파동치다가
그래, 잠시 혼곤한 부력이 회복되면
처절한 하루가 또 잠깐 비치다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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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입석대 / 김순규
김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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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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