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세월이 흘러 여고 졸업 40주년이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붙잡아도 세월은 제멋대로 흘러가버리는 것...아쉬워하기보다는 즐기는 것이 능사일듯.
그리하여 청춘으로 만났던 여고생에서 나이듦의 미학을 노래하는 우리가 되어 10년 전의 만남을 기억하며 다시한번 모였다.
물론 10년이라는 세월동안 많은 변화가 있어 이 세상에 없는 친구, 제 인생 저당잡혀 가며 전업주부 충실히 해내다가
겨우 물에 넣은 손을 빼려는 찰나 다시금 할머니 노릇을 해야하는 친구.
여전히 커리어우먼을 벗어나지 못하고 승승장구 하는라 시간 쪼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친구 기타 등등의 친구들을 제외하고
시간이 되거나 여력이 되는 혹은 진정으로 친구들이 고픈 여친들끼리 모여 반얀트리 호텔이 무너져내리도록 울고 웃었던 그날.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12편의 글과 사진을 동창 카페에 올렸지만 무설재에서는 압축하여 재편성하였다.
함께 기꺼이 즐거워 해주실 줄 믿으며....고고고
미쿡에서 온 친구들과 숙박을 하게 될 반얀트리 호텔 객실에서 한 컷.
잠시 자리 비운 친구들은 빼고 쥔장의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드레스 코드" RE"D를 충분히 고려하여
각자 다양한 모습의 RED를 장작하였지만 뒤늦게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또 나름으로 포인트를 주었다지만
한껏 뽐내고 온 친구들에 비하면 미약하긴 하다만서도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가 정답.
그리하여 줄줄이 한 컷...안보이는 친구는 그새를 못 팜고 화장실을 간겨.
그 옛날 교복은 도대체 어디서 구한 것인지..잘룩한 허리 벨트로 졸라맨 허리가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기수 동창회장이자 추진위원장의 한 말씀을 시작으로
친분이 있는 각계 각층에서 축하메세지를 보내주셨고
더불어 우리의 PINKS님의 부군이신 목사님의 따뜻한 격려의 말씀도 참으로 고마웠다는.
영어 담당이셨던 은사님을 모시고 케잌 커팅을 하며해외파 친구들을 대표한 친구와 영어 배틀까지...
후배들을 위해 천만원 장학금 쾌척...놀라운지고
ㅎㅎㅎㅎ 아시겠지만 자막에 깔리는 글들은 쥔장의 솜씨라는...
합창제 반주를 맡은 무설재 쥔장...참으로 즐겁던 시절이 새록새록.
현모양처를 끔뀨던 생활관 실습도 아, 옛날이여...
다양한 이벤트로 우리들을 웃겨주던 개그맨 장용 덕분에 한달치 웃음을 가불당하고
한때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던 이필원-아래-과 그의 아들-위-의 공연...역시 DNA는 못 속인다는.
남편이라 생각하며 드럼을 연주하였다는 친구의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서방이 맞을 짓을 많이 하는 가벼.
선생님 또한 흥이 올라 돌리고 돌리고...
드레스 퀸 선발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거머쥔 우리의 핑크님....축하합니다.
"봉숙이"를 열창해주신 경복고 선배님께 뜨거운 감사를 브리며
경복고 밴드 매직스의 공연에 힘입어 얼씨구나 좋다.
와중에 우리를 대표하는 명카수가 뛰어나와 마이크를 장악하고 무대를 휘어잡으니
걸물도 그런 걸물이 없더라,,,댄스삼매경도 못 피해가는.
끝으로 마무리 詩를 읊으며 멋들어진 행사를 마감하였다.
그리고 끝장 마무리로 우리들은 하나가 되어 교가를 불렀으며
서로를 위해 격려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하였다는.
그렇게 우리는 졸업 50주년을 기약해보지만 언감생심...45주년이 어떠냐고 다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였으며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을 떠난 친구들과의 동행 여행기 압축부분도 기대해주시라.
개인적으로 친구들을 하나 하나 끌어안고 등 두드려주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라고 말하고 싶다.
추신 : 자막에 올린 글 원문을 게재해 드린다.
수도여고 졸업 40주년을 맞이하며
* 시작 멘트
어느 덧 꽃 같은 세월이 흘러 백합 동산을 졸업한지 사십년이 되었습니다.
철모르던 시절에 서툴게 만나 감성과 이성 사이에 절묘한 줄다리기를 하며 자신만의 꿈을 향해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던 시절로부터 사십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 인구 70억분의 1, 그중에 한 사람으로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만나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하며, 서로의 소용돌이를 더불어 헤쳐 나올 인연의 끈이 “여고생”에서
세월의 뒤안길에 서 있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단단해질 수 있었던 것 또한
“수도여고” 라는 단어, 그것이 가진 힘이기도 하겠습니다.
그 힘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지탱하는 위력을 발휘하여 인생 후반부에 들어선 이 자리를 빛내는 보석이 되었습니다.
그 순수의 보석이 가다듬어지고 정제되어 다이아몬드보다 더 빛나는 나이듦의 보석이 되어
다시 이 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오롯이 우리만의 축제를 즐기게 될 이 자리, 우리는 그 누가 뭐라 해도 백합동산의 꽃보다 아름다웠던 수도여고의 청춘들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지나감을 아쉬워하지 않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 시절을 회상하는 귀한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보여 지는 자막-화면-을 통해 탄성과 회한과 기쁨과 슬픔의 강을 함께 건너며, 과거와 지금의 우리...현재가 공존하는
이 시간을 마음껏 누려보시길 바라면서 이 자리에 계신 모든 이들이 이룬 수도여고의 빛나는 영광이 오래도록 퇴색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 교정에서
바람 부는 어느 날, 우리는 교복 속에 감춰 진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무조건 빛날 청춘을 구가하였다.
더러 젊은 베르테르를 그리워하면서 문득 교정 한 켠을 차지하고 앉아 앞으로 펼쳐질 여고 시절을
몽환적으로 꿈꾸거나 그것도 아니면 닿지 못할 시선을 놓아가며 누군가를 사모하기도 하였을 터.
그 또한 어줍잖은 한 여름 밤의 꿈이 될지언정 몰래한 사랑쯤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친구들과 어울려 한 컷을 나눈다.
*** 수학여행
누군가 그랬다.
빛나는 시절의 그림 한 폭은 수학여행에서 그려지는 것이라고.
해서 우리는 마음껏 수학여행의 묘미를 즐기고 누렸다고 자부하였지만 언감생심.
교묘하게 그물망을 쳐놓은 수학여행단 선생님들의 족쇄에 덜컥 걸려들었을 뿐....그래도 바래지지 않은 추억으로 남은
수학여행지 경주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그저 “환상 속의 그대”라고나 할까?
****합창제
상아당....주월영 교장 선생님께서 엄청나게 좋아하셨던 곳이기도 한 그곳에서 별별 일을 치러내는 수도여고.
채 학교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로 합창제를 치러야 했던 우리는 참으로 어리바리한 여고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자고 그리 열심이었는지.
*****생활관
“大 수도여고” 학생의 자존감은 생활관으로부터 라고 하였던가?
도무지 알 듯 모를 듯 한 살림살이에 대해 혹은 겸양지덕을 갖춘 여성으로서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필수불가결의 원칙을 고수하며 지내던
1박 2일의 생활관 시절은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지름길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배울 참이었으나
그와 별개로 안락한 각자의 집을 나온 것이 가장 좋았던 우리.
******무용제
참으로 우리는 어이없었다.
아니라도 시간을 쪼개 수험 공부에 몰두해도 모자랄 판에 부채춤 이랍시니...라고 불만과 온갖 힐난을 퍼부었어도
또 하라면 하고 시키면 잘해내던 우리, 이제와 돌이켜 보아하니 그 시간도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이른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무용제 역시 지나간 여고 시절 책갈피의 한 부분이었더라는.
*******선생님과의 추억
같이 늙어간다 라는 말이 실감나는 이즈음, 풋풋하고 청신하던 봄날같은 백합꽃 소녀들을 어루만지던 선생님의 손길은
마치 미지의 세계에서 불어오는 바람길 같았더랍니다.
딱히 추억이라 이름 짓지 않아도 아련하게만 여겨지는 그 시절 선생님의 존재감, 무게감은 이미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우리의 마중물이었다는 것을, 여기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같은 요즘은
더더욱 절실하게 알고도 남음이랍니다.
********30주년에 만났던 감동
잊고 살았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다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려던 참에 친구라는 이름으로 30주년 행사에 불림을 받았다.
울컥, 잊혀졌던 기억들이 스멀거리고 올라오는가 싶더니만 내게도 친구가 있었다 는 사실이 실감나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